2015년 첫 빌보드 입성 이후 현재까지 K팝 역사 새로 써…UN 연설 등 선한 영향력, 군복무 결정 ‘찬사’
#키워드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독특한 이름이다. 데뷔 초기부터 작명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방시혁 프로듀서가 만들었기 때문에 ‘방시혁의 아이들’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2013년 6월 12일 열린 그들의 데뷔 쇼케이스에서도 당연히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당시 제이홉은 “‘방탄’은 막아낸다는 뜻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힘든 일을 겪고 편견과 억압을 받는다. 우리 세대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심오한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이름은 2017년부터 ‘BTS’라는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로 탈바꿈했다. 이는 ‘Beyond The Scene’의 약자다. 데뷔 때부터 방탄소년단이 강조했던 ‘10대의 억압과 편견을 막아주는 소년들’이라는 뜻을 유지하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향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청춘’이라는 의미로 ‘BTS’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2017년은 그들이 미국 빌보드 등에서 본격적으로 위력을 드러내던 때다. ‘방탄소년단’보다는 더 쉽게 부르고 이해할 수 있는 글로벌 네이밍을 시도한 셈이다.
#키워드2. 흙수저
BTS는 소위 말해 ‘흙수저’ 그룹이다. 그들의 데뷔 당시 가요계는 SM·YG·JYP 등 3대 기획사가 주름잡고 있었다. 그 외 중소기획사들이 발붙일 자리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BTS는 실력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트위터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스스로를 알렸다. 그 열매는 달콤했다. BTS의 성공과 더불어 그들의 소속사 빅히트는 하이브로 거듭난 후 가요계 리딩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각각 3013억 원, 799억 원이었던 하이브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2년 1조 7762억 원, 2369억 원으로 늘었다. 2023년에는 매출 2조 910억 원에 영업이익 269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키워드3. 청춘
BTS의 데뷔 싱글은 ‘2 COOL 4 SKOOL’이다. 이후 ‘O!RUL8,2?’, ‘Skool Luv Affair’로 이어지는 ‘학교 3부작’을 통해 단단하게 밑작업을 마친 BTS는 이후 앨범부터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바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뜻하는 ‘화양연화’ 시리즈다. 2015년부터 출발한 ‘화양연화’ 시리즈는 아름다움과 불안이 공존하는 ‘청춘’을 노래하며 글로벌 1020세대의 주목을 받았고, 그 결과 ‘화양연화 파트2’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71위를 기록했다. 그들의 첫 빌보드 입성이다.
BTS는 데뷔 이후 줄곧 글로벌 청춘을 대변했다. 그들을 위해 노래하고 그들을 위로했다. 때마침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모두가 힘겨워할 때 BTS는 청춘을 넘어 전 인류를 위해 노래했다.
#키워드4. 빌보드차트
미국 빌보드차트는 ‘꿈의 무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션들의 장이다. K팝 가수의 경우 지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으며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2위에 올랐으나, 이후에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BTS는 이제 ‘단골손님’이 됐다.
‘화양연화 파트2’로 ‘빌보드 200’(171위)에 등장한 BTS는 2017년에는 ‘DNA’로 톱100에 진입했다. 이후 그들의 행보 한 걸음 한 걸음이 전인미답의 고지가 됐다. ‘Dynamite’로 ‘핫 100’에서 한국 아티스트 작품 최초 1위를 기록했고, ‘Life Goes On’은 한국어 노래로는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최초로 1위에 올랐다. 이후 ‘Butter’ ‘Permission to Dance’, 제이슨 데룰로와 협업한 ‘Savage Love(Laxed - Siren Beat)’ 및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My Universe’까지 방탄소년단은 ‘핫 100’에서 통산 6곡을 정상에 올렸다. ‘빌보드 200’에서도 LOVE YOURSELF 轉 ‘Tear’, LOVE YOURSELF 結 ‘Answer’, ‘MAP OF THE SOUL : PERSONA’, ‘MAP OF THE SOUL : 7’, ‘BE’, ‘Proof’ 등 통산 6개 앨범이 1위를 차지했다.
#키워드5.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은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그래미 어워즈다.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던 이 시상식은 어느 순간 BTS를 앞세운 ‘K팝의 놀이터’가 됐다.
BTS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6년 연속’ 수상했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는 ‘5년 연속’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 어워즈’에는 3년 연속 후보에 올랐고, 단독 공연을 펼쳤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중시하는 그래미의 특성상 수상은 불발됐으나, K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키워드6. ARMY
BTS는 새로운 팬덤 문화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들이 가진 영향력의 원천은 단연 공식 팬덤인 아미(ARMY)다. 이는 영어로 ‘군대’를 뜻한다. 군인과 방탄복은 뗄 수 없는 사이이듯, BTS와 팬들 역시 ‘한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BTS는 철저하게 아미를 위해 ‘복무’했다. 그들은 해외 시상식에서 수상할 때마다 “아미에게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국가대표 그룹’이라 불리기는 하지만 BTS가 “대한민국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미에게는 국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경을 허물고 다국가·다민족·다인종이 BTS를 중심으로 뭉쳤다. 그 위력을 잘 알고 있는 소속사 빅히트는 ‘위버스’라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가고 있다.
#키워드7. UN연설
방탄소년단은 음악시장 너머까지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다. 2018년과 2020년, 2021년 총 3번 유엔(UN) 총회에 참여해 글로벌 청년대표로 연설했다. 또한 미래 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9월 열린 제75차 유엔 보건안보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특별연사로 나선 BTS는 “우리의 내일은 어둡고, 괴롭고, 힘들지 모릅니다. 우리는 걷다가 넘어지고 엎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밤이 깊을수록 별빛은 더 빛납니다”라면서 “언제나 깜깜한 밤이고 혼자인 것 같겠지만, 내일의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습니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미래를 상상하려 노력했으면 합니다”라고 격려했다.
이후 BTS는 2022년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백악관에 초청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반 아시아 증오범죄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화합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키워드8. 군입대
BTS의 군입대는 한국을 넘어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곱 멤버가 군복무를 모두 마치려면 최소한 3~5년간 BTS의 완전체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들이 쌓은 공적을 고려할 때 “병역특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TS로 인해 한국의 군 입대 규정이 전 세계 언론을 통해 타전됐다.
하지만 BTS의 결정은 대한민국의 모든 신체 건강한 남성들과 동등하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말 맏형인 진을 시작으로 제이홉도 군복무를 시작했다. 그들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6월 13일에는 국군 장병들이 보는 국방일보 1면에 멤버 진의 광고가 실렸다. 진의 팬덤 가운데 하나인 ‘김석진홍보팀’이 국방일보에 소정의 광고비를 내고 게재한 것이다. 국방일보에 연예인 광고가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키워드9. 퍼플
각 K팝 그룹에게는 그들을 상징하는 고유색이 있다. BTS는 퍼플, 즉 보라색으로 대변된다. 그래서 그들의 공연장에는 항상 보라색 물결이 넘실댄다.
그들의 10주년을 맞아 6월 12일부터 서울 전역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남산서울타워, 세빛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롯데월드타워, 서울특별시청, 월드컵·반포·양화·영동대교 등 퍼플 라이팅으로 완성된 랜드마크는 그들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했다. 또한 곳곳에 더해지는 미디어 파사드는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키워드10. 방탄노년단
BTS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 어느덧 일곱 멤버의 평균 나이는 열 살 많아졌다. 몇몇 멤버는 30대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소년단’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멤버 슈가는 11일 SNS에 “10년간 함께해 준 아미 여러분 정말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다. 우리 함께 방탄노년단까지 가봅시다”라고 적었다.
RM은 “차곡차곡 쌓인 흑역사들 보며 참 행복했고 기억은 때론 참 중요하고 좋은 거 같다. 앞으로 어떤 매체에서든 이런 좋은 기억들을 바라며 같이 걸어가자”라고 썼고, 군복무 중인 진과 제이홉은 각각 “10년이고 100년이고 항상 함께하자. 아미가 있어 제 인생이 참 행복하다”, “여러분과의 추억이 가장 많고 의미 있는 소통 창구가 벌써 10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꾸준하게 관심과 사랑 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늘 트위터 모양의 새처럼 여러분들의 곁을 맴돌며 좋은 일상들 공유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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