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수요 부진 ‘유탄’ 가동률에 그대로 반영…두산테스나 “차량용 반도체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진행 중”
두산테스나는 2002년 설립된 OSAT(외주반도체 패키지테스트) 기업이다.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중 테스트 사업을 영위해 왔다. 시스템반도체에 속하는 시스템온칩(SoC),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카메라 이미지 센서(CIS) 등이 주력 제품군이다. 테스트 사업은 웨이퍼 단계에서 양품과 불량을 판정하는 테스트와 패키징 후 마지막 출하 전 테스트로 나뉜다. 두산테스나는 국내 웨이퍼 테스트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코스닥 시장에는 2013년에 상장했다.
두산테스나가 두산에 안긴 건 지난해 4월이다. 두산은 4600억 원을 들여 두산테스나를 인수했다. 두산테스나는 두산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 기계·자동화 사업, 반도체와 첨단소재 사업 중 반도체 분야를 이끄는 기업이다. 박지원 두산 부회장이 신사업 방점은 반도체에 찍혀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두산그룹이 두산테스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앞서 지난해 6월 박정원 두산 회장은 두산테스나를 ‘글로벌 톱5 기업’으로 이끌겠다며 5년간 1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두산테스나는 지난해에만 약 2790억 원을 기계장치를 취득하는 데 사용할 정도로 적극적인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두산테스나는 대부분 삼성전자 수주 물량으로 매출을 올린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두산테스나에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라 반도체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 실제 두산테스나 실적은 상승세다. 두산테스나 매출은 2020년 1325억 원, 2021년 2076억 원, 2022년 2777억 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2020년 306억 원, 2021년 541억 원, 2022년 672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수익성은 최근 떨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두산테스나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46억 원과 11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은 2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0% 줄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52% 감소했다. 모바일 수요가 부진하면서 생산시설 가동률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두산테스나의 1분기 가동률은 웨이퍼 테스트 분야는 63.2%, PKG 테스트 분야는 30.6%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생산시설 가동률(웨이퍼 테스트 71.1%, PKG 테스트 46.4%)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OSAT 업체엔 가동률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력 매출처인 모바일 업황이 변수다. 업황 전망은 엇갈리지만 회복세는 일러야 하반기부터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재철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 정책부회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상황이 불투명한 측면이 있어 모바일 반도체 전망도 좋지는 않아 보인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휴대폰 교체 수요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반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모바일 수요가 조금씩 살아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7월과 내년 2월 삼성전자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가동률이 올라갈 듯하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7~8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 Z폴드5와 갤럭시 Z플립5의 예상 카메라 화질이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Z폴드4, 갤럭시 Z플립4와 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IS를 테스트하는 두산테스나 입장에선 카메라 성능이 좋을수록 장비 가격과 성능이 높아지기 때문에 테스트 시간당 단가를 높일 수 있다. 화질이 같다면 물량이 늘지 않는 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예상되는 호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하다. 지난해 갤럭시에 탑재한 삼성전자의 자체 AP인 엑시노스 2200은 발열 이슈가 생겼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23 시리즈에 엑시노스 대신 퀄컴 AP인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셋을 탑재했다. 올해 양산 예정이었던 엑시노스 2300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 갤럭시 S23 FE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소문만 나오는 상태다. 만약 내년 초 출시되는 갤럭시 S24에 엑시노스가 탑재되면, 두산테스나는 신제품 출시 5~6개월 전인 올해 하반기부터 테스트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갤럭시 S23 FE 모델에 엑시노스가 적용된다면 발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고 판단했을 듯하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엑시노스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다만 하반기에 출시해 발열 이슈가 심심치 않게 생긴다면 갤럭시 S24 탑재 여부가 불투명할 수 있다”고 했다. 남궁현 연구원은 “갤럭시 S23 FE는 메인 플래그십이 아니기 때문에 두산테스나에 미치는 출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결국엔 S24 탑재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삼성전자 엑시노스와 관련해선 100% 결정된 바는 없는 듯하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23 FE 모델 출시 여부도 아직은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답했다.
차량용 반도체 테스트 물량 확보로 매출과 이익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두산테스나는 스마트폰 비메모리 테스트에 집중하고 있어 전장용 매출 비중은 15~20% 선에 그친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올해 760억 달러(약 97조 원)에서 2029년 1430억 달러(182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완성차 제조사와 차량용 반도체 협력을 논의하는 등 사업 확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직접적인 수혜를 얻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두산이 두산테스나를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엄재철 정책부회장은 “단순히 테스트 물량만 소화해서는 한계가 있다. 향후엔 테스트 장비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비를 직접 만들면 납품도 가능하고 테스트 기술도 발전시킬 수 있다. 테스트 외에 조립 등 후공정 분야를 확장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두산테스나 관계자는 “올해 모바일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차량용 반도체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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