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국인 부부 ‘고문 동반 살해’ 혐의 적용 눈길…유족들 부검 동의했지만 정확성은 담보 어려워
30대 여성이 해외여행 도중 사망해 시신이 유기된 사건이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고인이 BJ 아영으로 밝혀지며 화제성이 배가됐다. 그럼에도 진실보다는 의혹만 양산되며 미스터리가 쌓여가고 있다.
#왜 고인은 중국인 부부 병원에 갔을까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은 왜 BJ 아영이 문제의 중국인 부부 운영 병원을 찾았는지다. BJ 아영은 6월 2일 지인 한 명과 함께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났고, 캄보디아 입국 이틀 뒤인 6월 4일 홀로 중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병원에 갔다가 사망했다.
쉽게 생각하면 해외여행 도중 갑자기 어딘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캄보디아 프놈펜에는 언어 소통이 수월한 한인 병원도 몇 군데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한인 병원을 운영하는 오성일 글로벌 한인병원 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왜 그런 중국인 병원, 왜 그쪽으로 갔는지는 이해가 안 간다”며 “한국 의사들 병원이 몇 군데 있거든요. 의원도 있고 클리닉도 있고 몇 군데 있는데 참 답답하네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인 병원이 몇 군데 있는 데다 캄보디아인이 운영하는 병원은 더 많을 텐데 왜 하필 중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병원을 찾은 것일까. 게다가 BJ 아영은 지인 한 명과 함께 캄보디아 여행을 갔는데 중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병원에는 홀로 갔다. 물론 둘이 함께 해외여행을 갔지만 현지에선 각자 가고 싶은 곳이 달라 따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행이 어딘가 아파 병원에 가는 상황이라면 동행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데 BJ 아영 홀로 병원에 갔다. 아직 함께 여행을 떠난 지인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왜 BJ 아영은 캄보디아 입국 이틀 만에 그 병원을 찾았는지에 대한 의혹을 푸는 것이 모든 의혹을 푸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사고 아닌 ‘고문 동반 살해’
6월 14일 AFP통신은 캄보디아 검찰이 BJ 아영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중국인 부부를 13일에 기소했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다. 캄보디아 경찰 수사 초기에 중국인 부부 라이 원샤오(30)와 차이 후이쥐안(39)은 6월 4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은 BJ 아영이 수액과 함께 혈청 주사를 맞다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사고 가능성이 제기되며 왜 BJ 아영이 캄보디아 현지 병원을 찾아 혈청 주사를 맞았는지에 의혹이 집중됐었다. 그런데 캄보디아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전혀 달랐다. 예상 밖으로 ‘고문을 동반한 살해’라는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관련 의혹도 제기됐었다. BJ 아영은 프놈펜 인근 칸달주의 한 마을에서 붉은 천에 싸여 웅덩이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고인의 얼굴이 심하게 부은 데다 상처가 발견됐으며 몸 이곳저곳에서도 멍과 상처 등이 발견돼 폭행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캄보디아 수사당국 역시 얼굴과 몸에 생긴 상처가 시신 유기 과정에서 생긴 것인지, 사망하기 전에 생긴 것인지 등을 중점 조사해왔다. 그리고 결국 ‘고문을 동반한 살해’라는 혐의를 적용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실 중국인 부부가 BJ 아영의 시신을 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동네 웅덩이에 유기했는지도 의혹으로 남는다. 처음에는 의료사고로 BJ 아영이 사망하자 놀란 중국인 부부가 의료사고를 감추려 급하게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고문을 동반한 살해, 다시 말해 살인 사건이라면 바로 발견될 수 있는 곳에 시신을 유기한 부분이 석연치 않다.
이런 부분들은 캄보디아 검찰 수사 내용과 재판 결과 등을 통해 서서히 밝혀질 전망이다. 중국인 부부가 ‘고문을 동반한 살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캄보디아에서 죽으면 안 된다’
실체 규명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BJ 아영의 시신 부검이다. 그렇지만 유족이 장례 절차를 마무리하자며 부검에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캄보디아 경찰과 한국대사관 측이 부검이 필요하다며 거듭 유족을 설득했고, 결국 유족이 부검에 동의했다. 문제는 부검 결과의 정확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느냐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부검이 이뤄질지라도 캄보디아에는 부검에서 채취한 시료 등을 정밀 검사할 인력과 장비가 없다. 결국 해외로 보내 정밀 검사 결과를 받아야 해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경찰의 수사력이나 부검 시설 등은 얼마 전에도 국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4월 20일 코미디언 겸 방송인 서세원이 캄보디아 프놈펜 소재의 미래병원에서 링거를 맞던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서세원이 사망한 뒤 시신을 국내로 이송해 부검하는 방안과 현지에서 화장하는 방안을 두고 유가족들이 논의를 거쳐 결국 현지에서 화장했다.
당시 서세원의 유가족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이 안치되어 있던 캄보디아 지역 사원의 냉동 안치실은 여건이 너무나 열악했다. 개인 안치실이 없어서 다른 시신들과 함께 안치된 데다, 안치실 문이 수시로 열리고 있어 온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 유가족은 시간이 갈수록 시신이 온전히 보존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결국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아 현지에서 화장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캄보디아 현지에서 부검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서세원의 현지 지인은 MBC ‘실화탐사대’ 인터뷰에서 “부검을 하려고 해도 솔직히 안 된다. 여기서는 부검 자체도 안 되고, 성분 분석도 안 된다”며 “시스템이 안 된다. 서류 발급받는 데 열흘이 걸린다고 하더라. 지금부터 열흘이 될지 한 달이 될지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캄보디아 경찰의 수사력도 의문으로 남는다. 서세원 사망 당시 캄보디아 프놈펜 현지에 가서 프로포폴 투약 의혹 등 의심 정황을 단독 보도한 디스패치의 기사 첫 구절이 ‘캄보디아에서 죽으면 안 된다’였을 정도다.
유가족 역시 입장문에서 “현지 경찰로부터 당뇨병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검안 결과가 기재된 사망 증명서를 교부 받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사망 사유를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며 “캄보디아 경찰 측은 한국 대사관을 통해 언제든지 수거 물품에 대하여 인계하겠다고 했지만 요청할 때마다 매번 다른 이유를 들며 차일피일 미루었다”고 밝힌 바 있다.
캄보디아 경찰이 빠르게 범인들을 체포했고 캄보디아 검찰은 범인들을 ‘고문을 동반한 살해’ 혐의로 기소까지 했다. 그리고 이제 고인의 부검까지 이뤄진다. 그럼에도 이번 사망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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