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 의원 연기금 주주권 행사 법안 발의…대기업 길들이기?
법안 발의 이후 대기업들은 발칵 뒤집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 규제안이 봇물처럼 나올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등 여러 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연기금 주주권 행사는 가장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여러 채널을 동원해 법안 발의 배경 등을 알아보고 있다.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재계는 공단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정치권의 기업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 여론 조성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공단 이사장은 정치적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는 자리다. 연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면 기업은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신속한 의사 결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기업 수익률이 낮아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가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공단이 회사 경영에 관여할 경우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란 속내 때문이다. 사실 공단은 주식시장에서 ‘큰 손’으로 지난해 말 운용기금 규모만 349조 원에 달한다. 공단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총 169개로 여기엔 삼성전자(6.63%), 현대자동차(6.75%), 대한항공(9.61%), 포스코(6.81%)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지분율로만 치면 공단은 이건희 회장(삼성전자‧3.38%)이나 정몽구 회장(현대자동차‧5.17%)보다 많고, 포스코의 최대주주다. 따라서 공단이 지분에 따른 의결권을 ‘원칙’대로 행사하게 되면 총수 일가보다 더 막강한 힘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이나 정 회장 등 몇몇 재벌 일가가 순환출자 등을 통해 소량의 주식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동안 공단의 주주권 행사를 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김 위원 법안 발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번 법안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김 의원이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핵심 측근이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를 대선 슬로건으로 내세운 박 전 위원장의 의중이 담겨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의원이 법안을 냈다는 데 신경이 쓰인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후보의 최측근 아니냐. 박근혜 캠프 입장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김 의원 법안 발의는) 박 전 위원장과는 무관하다. 캠프 차원에서 조율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경제 민주화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취지는 캠프 측 생각과 크게 어긋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김 의원이 박 전 위원장 뜻에 거슬리는 법안을 냈겠느냐”고 되물었다. 박 전 위원장이 공단의 주주권 행사를 공약으로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의원 법안 발의를 놓고 대기업을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민주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국회 기류다. 그런데도 제출한 것을 보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재계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박 전 위원장은 공단의 주식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우리 경제가 연기금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현상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이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 2004년 박근혜 대표의 발언을 비춰보면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의 민주통합당 의원은 “유력한 대선후보 최측근이 낸 법안 발의를 저지하려고 대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 전 위원장은 확실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권 전략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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