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솔루션즈의 전신인 쎄미시스코는 2000년 설립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체다. 쎄미시스코는 2009년 세계 최초로 비접촉 광학형 유리기판 굴곡검사기를 출하했고, 2011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쎄미시스코는 2016년 전기차 사업에도 진출해 2018년 초소형 전기차 ‘D2’를 출시했다.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2021년 모회사인 에너지솔루션즈를 통해 쎄미시스코를 인수했다. 전기버스를 제조하는 에디슨모터스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는 후문이다.
쎄미시스코는 에너지솔루션즈에 인수된 후 사명을 에디슨EV로 변경했고, 지난해 6월 스마트솔루션즈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에너지솔루션즈는 올해 1월 리얼픽에 스마트솔루션즈를 매각하면서 현재는 강영권 전 회장과 무관한 회사가 됐다.
에디슨모터스는 스마트솔루션즈,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 KCGI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KG모빌리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본계약을 체결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KG모빌리티 예정 인수가는 3048억 5800만 원이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인수가의 10%인 약 305억 원을 계약금으로 우선 납부했다. 해당 계약금은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KG모빌리티에 투입됐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결국 KG모빌리티 인수에 실패했다. 약속한 날까지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법원에 KG모빌리티 인수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KG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KG그룹에 인수됐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솔루션즈가 지난해 10월 KG모빌리티에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KG모빌리티에 건넨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KG모빌리티에 따르면 컨소시엄 참여 업체 중 소송을 제기한 곳은 스마트솔루션즈뿐이다. 컨소시엄을 주도한 에디슨모터스는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스마트솔루션즈가 제기한 소송은 현재 1심 재판부에서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KG모빌리티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할 당시 우리가 인수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한 적은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종료가 된 사안이기 때문에 계약금 반환 소송을 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KCGI와 키스톤PE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는 스마트솔루션즈의 소송과 관련해 따로 교감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스마트솔루션즈는 지난해 6월부터 사실상 독자 경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영권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스마트솔루션즈 대표에서 사임했고, 스마트솔루션즈는 외부에서 대표집행임원을 새롭게 선임하면서 집행임원제로 전환됐다. 집행임원제란 이사회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만 갖고, 집행기능은 집행임원이 맡는 구조를 뜻한다.
스마트솔루션즈가 소송에서 요구한 금액은 30억 원.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305억 원의 계약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스마트솔루션즈가 이 중 30억 원을 출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는 “비공개 사안”이라며 각 컨소시엄 참여 업체의 출자액을 밝히지 않고 있다.
스마트솔루션즈는 지난해 매출 117억 원, 순손실 760억 원이라는 실적을 거뒀고, 한때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도 몰렸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솔루션즈는 강영권 전 회장의 주가 조작 혐의에 직접적으로 연루되는 등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강 전 회장이 KG모빌리티 인수를 추진하면서 스마트솔루션즈의 주가는 1000원대에서 2021년 한때 8만 2400원까지 치솟았다. 검찰은 강 전 회장 등 경영진이 허위 정보를 공시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전 회장 등은 이 과정에서 1621억 원의 차익을 실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강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스마트솔루션즈는 지난해 3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강영권 전 회장의 주가조작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한편 지속되는 적자로 삼화회계법인이 스마트솔루션즈의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을 ‘의견거절’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스마트솔루션즈는 올해 1분기에도 22억 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스마트솔루션즈의 부채총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350억 원이지만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98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KG모빌리티 계약금 30억 원을 돌려받으면 부채 상환이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KG모빌리티 입장에서는 계약금 반환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KG모빌리티는 지난 2월 자회사 KG S&C를 설립해 특장차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중고차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며 에디슨모터스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KG모빌리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315억 원에 불과하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KG모빌리티 인수 실패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계약금 반환 소송의 결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에디슨모터스나 KCGI 등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도 승산을 낮게 봤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계약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고 컨소시엄이 제기한 매각 중지 가처분 신청도 다 패소했다”며 “법원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게 계약 해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KG모빌리티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솔루션즈 관계자는 “담당자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 했지만 연락을 주지 않았다.
'뒤바뀐 상황' KG모빌리티, 에디슨모터스 인수 추진 앞과 뒤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는 최근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지난 5월 2일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위한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에디슨모터스가 2021년 KG모빌리티 인수를 시도했지만 이제는 두 회사의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KG모빌리티는 KG그룹에 인수된 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KG모빌리티가 지난해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가 선전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KG모빌리티의 판매량은 지난해 1~5월 3만 9700대에서 올해 1~5월 5만 4902대로 38.3% 늘었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 제조업체로 2010년대 후반 급부상한 회사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와 1~2위를 다투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매출도 2018년 230억 원에서 2019년 810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에디슨모터스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에디슨모터스의 매출은 수년째 800억 원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는 사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지출은 늘어났다. 에디슨모터스는 2021년 매출 817억 원, 영업이익 11억 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에는 매출 816억 원, 영업손실 122억 원을 거두며 적자 전환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0년대 후반 20%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가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에디슨모터스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KG모빌리티는 에디슨모터스에 상당한 기대를 하는 분위기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KG모빌리티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에디슨모터스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수 후 영업망 회복 등을 바탕으로 판매 증대와 효율성 증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 수출시장 확대를 통한 판매 물량 증대로 에디슨모터스를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