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억원짜리 상품에 억만장자 등 5인 탑승…캠핑용 랜턴에 조이스틱 등 “맥가이버가 조립한 듯” 폭로
지난 6월 18일, 타이태닉호 잔해를 구경하기 위해 해저 탐험을 떠났던 ‘타이탄’ 잠수정이 실종된 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어 애가 타고 있다. 캐나다 뉴펀덜랜드 세인트존스에서 약 700km 떨어진 북대서양에서 잠수를 시작한 ‘타이탄’은 출발한 지 1시간 45분 만에 교신이 끊겼고, 그렇게 영영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실종된 다섯 명 가운데는 ‘타이탄’을 운영하는 미 해저탐사 업체인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최고경영자이자 설립자인 스톡턴 러시도 포함돼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 해안경비대가 합동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가족들은 이제 생사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제발 시신이라도 수습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상태다.
“1만 2500피트(약 3800m) 해저에서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안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부호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홍보했던 ‘오션게이트’는 자사의 해저 탐험 상품을 우주 관광에 비유하곤 했다. 그러면서 또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주로 심해 탐사에 주력해온 항공우주공학자인 러시는 ‘오션게이트’의 목표에 대해 “타이태닉호 탐험은 시작에 불과하다.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험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해의 새로운 해양 생물을 발견하거나, 2400년 된 오디세우스 난파선 잔해를 탐험하거나,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비행기 잔해를 찾는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런 원대한 꿈은 이번 사고로 인해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러시 본인이 해저에서 실종된 채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태닉 잔해를 가까이서 구경하는 이 8일짜리 관광 상품의 가격은 1인당 25만 달러(약 3억 4000만 원)다. 때문에 사실 웬만한 부호가 아니고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러시는 CBS 뉴스를 통해 “이 여행을 하기 위해 집을 저당잡히고 온 고객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비용에 대해 조금도 고민하지 않는다. 한 번은 복권에 당첨된 신사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총 잠수 시간은 8시간 정도다. 여기에는 해수면에서 타이태닉 잔해가 있는 심해까지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는 데 걸리는 각각 두 시간 반 정도의 시간도 포함된다. 일단 잔해 근처까지 내려가면 주변을 떠다니면서 타이태닉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이런 획기적인 해저 관광을 가능하게 한 ‘타이탄’은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의 연구센터인 마셜우주비행센터의 엔지니어들과 협력해서 개발한 관광용 잠수정이다. 탄소 섬유와 티타늄으로 제작됐으며, 최대 약 3900m 해저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타이태닉 잔해를 탐험한 횟수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세 번이었으며, 최초의 탐험은 2021년에 이루어졌다.
탑승 인원은 5인이 최대다. 선체 안에는 자그마한 간이 화장실도 있으며, 선체 앞부분에 있는 둥그런 돔유리는 심해 유인 잠수정 가운데 가장 크기가 큰 창문 역할을 한다.
다섯 명이 96시간(4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산소 탱크가 있으며, 선박에 가해지는 수중 압력과 선체의 상태를 감시하는 실시간선체모니터링(RTM) 시스템도 설치돼 있다. 다만 GPS 시스템은 없기 때문에 물속에서 스스로 방향을 잡지는 못한다. 대신 수면 위에 대기하고 있는 모선(보급선)이 전송하는 문자 메시지에 의존해 방향을 잡고 움직인다. 잠수함이 아닌 잠수정으로 분류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체의 방향 조종은 개조한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로 이뤄진다. 조이스틱을 위아래 혹은 좌우로 조정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다소 조잡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션게이트’ 측은 이에 대해 “사실 잠수정을 조종하는 데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게임 컨트롤러만으로도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면서 “엘리베이터와 같다. 딱히 많은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타이탄’에 탑승한 경험이 있는 CBS 기자인 데이비드 포그는 이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오션게이트’의 초청으로 타이태닉호를 향해 탐험을 떠났던 그는 이 여행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했는지 폭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종 사고를 가리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비난했다.
포그는 “우선 탐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출발 전 여행 중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권리 포기 각서에 서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요컨대 각서에는 “나는 이 선박이 ‘실험용’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어떤 규제 기관에 의해서도 승인을 받거나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 신체적 부상, 정신적 외상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포그가 기억하는 ‘타이탄’의 내부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맥가이버’가 조립한 것 같았다”고 비꼬기도 했다. 가령 천장에는 캠핑용 랜턴이 걸려 있었고, 어디서나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카메라 한 대가 보안용으로 설치돼 있었다. 배의 균형을 잡는 바닥의 밸러스트는 건설용 파이프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화장실은 지퍼백이 들어있는 자그마한 상자가 전부였고, 그 위에 앉은 후 검은 커튼을 친 채 용변을 봐야 했다.
또한 17개의 볼트로 외부에서 봉인된 유일한 출입구인 해치는 안에서는 열 수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비상 탈출구는 없는 셈이라고 했다. 포그는 BBC에 “대체 잠수정도 없고 탈출구도 없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수면으로 올라오거나, 수중에서 죽거나 둘 중에 하나다”라고 말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조종 장치였다. 포그는 “수백만 달러나 하는 이 잠수정은 놀랍게도 엑스박스 컨트롤러로 조종됐다”고 비난했다. 수중 GPS가 설치돼 있지 않아서 오직 지상 선박의 문자 메시지에 의존해 방향을 잡아야 했다는 점도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실제 잠수를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통신이 끊기는 아찔한 경험을 한 포그는 “우리는 대서양 아래 3500m 지점에서 잠시 실종된 상태로 표류했다. 2시간 30분 동안 통신이 두절됐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해저에서 방향을 잃은 채 떠다녔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다시 교신이 이뤄졌지만 타이태닉 잔해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포그는 “모선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이동하거나, 곧장 앞으로 가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이태닉호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때의 아찔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그는 이번 실종 사고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다시 통신이 재개되지 않는 한 바다에 가라앉아있는 그들이 무사히 돌아올 확률은 거의 제로다”며 안타까워했다.
미국의 TV 작가이자 제작자인 마이크 라이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타이태닉 탐사를 포함해 세 번의 잠수를 한 경험이 있는 그는 “깊은 바다 속 어딘가에 있는 잠수정을 찾아내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라면서 “바다가 얼마나 광대하고 이 잠수정이 얼마나 작은지 잘 알기 때문이다”라며 비통해 했다.
현재 전문가들이 추측하는 사고 발생 시나리오는 네 가지 정도다. 먼저 ‘타이탄’의 통신 장비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다. 이 경우에는 지상과 교신은 끊겼지만, 전력이 있는 한 자유롭게 항해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태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둘째, 밸러스트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잠수정의 하강과 상승을 제어하는 밸러스트 시스템에 어떤 결함이 발생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항해하던 중 잔해에 선체가 긁혀서 누수가 일어난 경우로, 이때는 사실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넷째, 무언가 장애물에 걸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경우다. 타이태닉호 잔해 어딘가에 갇혀있거나 혹은 어망, 철조망 같은 장애물에 걸렸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사실 자력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불가능하다. 이때 중요한 요소는 버틸 수 있는 산소 농도와 체온이다. 선체 안에는 다섯 명이 최대 96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산소가 있으며, 이는 실종된 지 3~4일 만에 구조되지 않으면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배터리가 방전될 경우 바다 깊은 곳에서 온도를 유지하는 히터가 작동을 멈추게 되고, 이로 인해 추위에 떨면서 저체온 상태가 될 수 있다.
실종된 사람은 러시를 비롯해 영국 ‘액션항공’의 회장이자 억만장자 탐험가인 해미시 하딩, 프랑스의 세계적인 탐험가이자 전 프랑스 해군사령관인 폴-앙리 나르제올레, 파키스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앵그로’ 기업의 부회장이자 파키스탄 최고 갑부인 샤자다 도우드와 그의 아들 술레이만 등 모두 다섯 명이다.
이 가운데 하딩은 지금까지 우주여행을 포함해 남극 및 북극 탐험 경험이 있는 도전의 아이콘이었다. 심지어 기네스북 기록도 세 개나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늘 모험을 지향하는 생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생전에 그는 항상 “사람들은 특히 나이가 들면서 꿈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수색 작업은 군용기, 잠수함, 음파탐지기, 수중 드론 등이 총동원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미 해안경비대는 “문제는 해군 잠수함과 같은 유인 구조선이 잠수할 수 있는 최대 깊이가 약 600m에 불과하다는 점이다”라고 우려했다. 존 모거 해군중장은 “현재 우리는 해저까지 내려가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타이태닉 잔해 근처에는 파편들이 많아서 수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따라서 현재 ‘타이탄’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원격 조종하는 잠수정(ROV)을 이용하는 것이다. 고성능 ROV는 최대 해저 6000m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수중 추진기, 카메라, 조명, 음파 탐지기, 자기 탐지기를 갖추고 있다. 주로 군과 과학자들에 사용되는 수중 로봇인 셈이다.
비록 어려운 여건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 모거 해군중장은 “이렇게 깊은 바다에서 수색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시라도 빨리 잠수정을 찾고 탑승자들을 구조할 수 있도록 이용 가능한 모든 전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작전이 성공한다면 역사상 가장 깊은 곳에서 이뤄지는 해저 구조 작업이 된다. 1973년 아일랜드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던 잠수정 ‘파이시스 3세’는 450m 깊이의 해저에 갇혔다가 구조됐으며, 당시 해저에 전화 케이블을 묻는 임무를 맡았던 로저 멀린슨과 로저 채프먼은 76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출돼 목숨을 건졌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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