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이미지 벗고 순박한 ‘청년 복서’로 호평…“‘구해줘’ 이후 제 대표작 될 것 같아요”
“제가 입대할 때쯤 김주환 감독님이 드라마화 작업을 하고 계셨더라고요. ‘건우는 누가 하면 좋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제가 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죠(웃음). 사실 ‘사냥개들’은 김주환 감독님을 보고 하기로 결정했던 것 같아요. 함께하면 재미있어서요(웃음). 제가 맡은 건우가 이제까지 연기해본 적 없는 캐릭터이고, 제 스스로도 이런 타입을 잘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못한 캐릭터여서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공개 후에 대중들이 다행히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할 뿐이죠.”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 복서가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다. 우도환은 코로나19 팬데믹 속 서민을 위한 저금리 대출이라는 사채업자들에게 속아 큰 빚을 지게 된 어머니를 대신해 사채업계에 뛰어든 김건우 역을 맡았다. 실력 있는 청년 복서란 설정에 맞춰 우도환은 복싱 연습부터 시작해 ‘복서의 몸’을 만들기 위한 철저한 자기관리에 들어가야 했다고 귀띔했다.
“정말 다행이었던 게 제가 운동을 원래 하던 사람이었다는 거였어요. 아예 안 하던 사람이 그렇게 단기간에 몸을 만들려고 했다면 부상도 있었을 테고, 자기 몸에 맞는 운동법도 잘 몰랐을 테니까요. 오히려 잘 됐다 싶기도 해요. ‘이 작품 때문에 내가 여태까지 운동해 왔구나’란 생각도 들고(웃음). 감독님께서 건우가 ‘근육 갑옷’을 입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해 주셨는데 그런 모습을 위해서 가슴 근육보단 등이나 어깨 근육에 중점을 두고 운동했던 기억이 나요.”
두 주먹만을 무기로 사용해야 하는 건우처럼 우도환 역시 철저히 주먹 위주의 액션을 연습했다. 그와 함께 ‘사냥개 듀오’로 활동하는 또 다른 청년 복서 홍우진(이상이 분)이 다소 약삭빠르게 무기를 이용하는 액션을 보여주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특히 방어보단 한 번에 깊이 파고들어 크게 한 방을 노리는 ‘인파이터’로서의 면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후반부에서 우도환의 주먹 액션이 빛을 발했다.
“액션을 하면 할수록 할 수 있는 게 줄어들더라고요. 이 두 주먹으로 새로운 걸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1화에서 나온 (주먹) 액션이 또 나오면 재미가 없을 테고, 또 건우도 성장해 나가는 인물이라 변화가 중요하다는 고민도 많았죠. 후반부에 가면 건우가 우진이와 트레이닝 끝에 의기투합을 한 뒤 다시 서울에 와서 복싱 스타일이 달라지는 게 보이잖아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한 방, 한 방이 엄청 세져서 여러 펀치를 날리지 않아도 상대를 눕힐 수 있는 그런 액션요.”
점점 강해지는 힘과는 별개로 건우의 조금은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해빠진 성격은 초반부 ‘고구마 지수’를 높이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복수할 상대에 대한 빠른 응징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사이다 감성’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우도환 역시 그런 비판 지점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만일 저 역시 ‘건우는 왜 저렇게까지 하나’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면 시청자 분들도 똑같은 마음으로 건우를 바라보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우의 선함을 믿어야 한다는 곧은 심지로 연기해야 더욱 진실하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건우가 너무 착해서 많이 답답하고, 느리고, 어눌한 면이 있지만 액션의 빠름으로 그런 면들이 많이 승화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만일 액션이 없는 상태에서 건우처럼 행동했다면 지루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캐릭터가 멍청하기만 해!’ 이렇게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고(웃음). 하지만 건우는 액션을 지닌 채로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자기 신념을 지키는 친구거든요. 그리고 그 착한 마음이 모두에게 전염되죠. 우진이는 물론이고 민범(최시원 분), 최 사장님(허준호 분)도요. 그게 우리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제게도 엄청나게 전염됐고요(웃음).”
자신과 닮은 지점으로 건우의 성실함과 노력을 꼽은 우도환이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떻게 하면 악의라는 게 하나도 없는 아이처럼 보일 수 있을까’였다. 악의 없이 새하얀 선의만 지닌 채, 어떤 상황에서도 우직하게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건우가 “지금 현실에 꼭 필요한 히어로”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우리가 만화를 보면서 저 캐릭터가 진짜 멋있다고 할 땐 그 캐릭터가 가진 올곧은 신념 덕이 크거든요. 그런 캐릭터들은 자기가 추구하는 삶이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그 이외의 것들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아요.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던 게, 물론 이런 캐릭터들이 현실에선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서 더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현실에 없어도 누구나 꿈꾸는 캐릭터, 누구나 되고 싶어 하는 캐릭터, 그리고 이 힘든 세상에 있어야만 하는 캐릭터요. 그래서 그런 건우는 올곧은 히어로가 된 것 같아요.”
확실히 건우는 독특한 캐릭터다. 이제까지 우도환의 강렬한 이미지만으로 그를 기억해 온 대중들에게 그가 이런 ‘강아지 미(美)’ 가득한, 순박한 캐릭터도 충분히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우도환에게 있어 ‘사냥개들’은 배우로서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도움닫기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처음 보는 느낌의 연기 스타일이다. 우도환에게 이런 느낌도 있구나’라는 평이 기억에 남아요. 액션 같은 경우도 제가 20대 초반부터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이런 걸 많이 고민해 왔었는데 제 액션을 보시고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해주시다니(웃음). 그런 의미에서 ‘사냥개들’은 어떻게 보면 우도환 인생의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대중들이 우도환 하면 생각하는 작품 가운데 ‘구해줘’를 이기는 게 언제나 목표였는데 ‘구해줘’ 속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됐으니까요.”
지난해 1월 5일 제대 후 우도환은 MBC 금토드라마 ‘조선변호사’와 ‘사냥개들’에 이어 올 하반기를 장식할 또 다른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그의 새로운 대표작을 뒤로 하고 다시 숨 가쁘게 뛰어갈 준비에 한창인 그는 이런 쉼 없는 도전이 후회를 너무 싫어하는 자신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복서의 심장’을 가지고 신념대로 행동하는 건우처럼 우도환 역시 ‘배우의 심장’을 가지고 자신이 믿는 길을 꿋꿋이 걸어나가고 있었다.
“저는 후회를 하는 게 너무 싫어요. 작은 일이라고 대충 하는 것도 싫고요. 그러면 큰일도 대충하게 될 것 같거든요. 지금 눈앞의 작은 일은 대충 하면서 ‘나중에 어마어마한 빅 프로젝트가 생기면 그때 제대로 할 거예요’ 하면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처음 단역 시절부터 정말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노력했어요. 대사가 정말 적거나 아예 없이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나만의 뭔가를 가지고 서 있는 것처럼 하나하나 굉장히 열심히 해 왔거든요.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거고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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