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전략 X’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 19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국여성위원회에 참석해 ‘성평등 OX 퀴즈’를 했다. 사진제공=문재인 |
이를 두고 문재인 캠프가 초반부터 매끄럽지 못한 운용으로 향후 본선 전망도 어둡게 한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사실 문 상임고문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대선 때 도움 된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각오로 각종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캠프 실무진들이 이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완료되지 못한 캠프 인선과 소통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운영 방식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본격 대선레이스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진 문재인 캠프의 고민을 들여다봤다.
지난 7월 19일 민주통합당 7인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민주통합당 전국여성위원회가 강원 홍천의 한 리조트에서 마련한 ‘2012 여성정치캠프’ 간담회 자리였다. 이날 야당 주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간담회 중간에 마련된 ‘성평등 OX 퀴즈.’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와 문재인 상임고문은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을 줄 아는가’라는 질문에 X표를 들어 행사 내내 놀림거리가 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여성 당원들은 문재인 상임고문에 관해 유달리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전날 문재인 캠프 측에서 공개한 ‘대한민국 남자’라는 PI(President Identity의 약자로 대권주자의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홍보하는 것)가 담긴 동영상이 ‘여성 동지’들의 심기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문 상임고문은 한 캠프 참석자가 “PI가 다소 남성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측면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대한민국 남자’는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실제 이 PI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선보인 뒤 그래도 걱정이 되신다면 바꾸겠다”고 답했다. 결국 문 상임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모든 분들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사실상 해당 PI에 관한 사과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문 상임고문은 야당 주자들 중 처음으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지면서 트위터를 뜨겁게 달궜다. SNS 상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문 고문이 SNS에서 역풍을 맞은 것이다. 보수언론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일부 지지자들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냐”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문 상임고문은 “백지상태로 돌아가 <조선일보>가 공정한 역할을 한다면, 저도 공평하게 대하겠습니다”라며 발 빠른 수습에 나섰지만 보수언론하면 ‘노무현 죽이기’를 연상하는 이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른 대선 주자 캠프에서도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거절한 김두관 캠프 측 정진우 대변인은 “하늘에 계신 고 노무현 대통령이 유난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오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세균 캠프 관계자 역시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자처하는 문 고문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진다는 것은 쉽게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캠프에서 스케줄을 조율하는 실무자들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문 상임고문의 남성성 강조와 보수언론과의 인터뷰 등이 실제 표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회조사 분석사 송 아무개 씨는 “대선 때 문재인 고문이 실제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새누리당 박근혜 전 위원장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과 각을 세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남성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역시 비난은 비난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번 인터뷰는 보수 성향의 50~60대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창구가 될 수 있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또 다른 보좌관은 “손학규 상임고문의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우리 측 역시 슬로건을 부각시키려다 부작용이 생긴 것 같다”며 “문 상임고문 역시 지난 총선에서 ‘바람이 다르다’라는 문구로 강한 인상을 남긴 적이 있는 만큼 아직 슬로건 경쟁에서 뒤처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미완성인 캠프 인선에 관해서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실무자들끼리 자율적인 팀제로 운영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어느 캠프보다 막강한 진용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문재인 캠프 측은 ‘대한민국 남자’ PI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메인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를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문 상임고문이 계속해서 남성성을 강조할 경우 안철수 원장으로의 표심 이탈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 앞서의 송 씨는 “문재인 고문은 참여정부 시절 보여준 부드러운 이미지와 특전사라는 거친 이미지를 모두 내세우려는 과정에서 패착이 발생했다. 부드러운 지도자상을 선호하는 여성 유권자들은 이미 안철수 원장이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논란이 조기 수습되지 못할 경우 표심 이탈이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