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대선주자로서 오랜 동안 독보적인 자리를 선점해온 만큼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 공약은 오래 전부터 공들여 만들어 온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그 수나 이력 면에서 박 후보 자문단은 여느 대선 주자에 비해서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특히 경제 분야의 자문과 정책 연구를 맡고 있는 전문가들 중엔 이름만 대면 ‘아’라고 할 만한 유명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되어 있다.
대표적인 이가 바로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 그는 박 후보가 캠프를 꾸리며 공들여 ‘모셔온’ 인물이다. 직언을 서슴지 않는 올곧고 다소 고집스런 성품 때문에 기존 친박그룹 내에서도 몇 차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경제 민주화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캠프 인선을 하며 내부 반발이 있었음에도 박 후보가 밀어붙이다시피 해서 영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박근혜 캠프 내에서는 한때 경제 민주화 공약을 두고 내부 인사들끼리도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일관성 있는 정책 결정이 순조롭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렸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이 캠프 합류 당시 경제 민주화 및 경제공약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외의 문제에 대한 의견 충돌은 있을지언정 정책 부문에 대해서는 김 선대위원장의 지향점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사회개발 5개년계획과 의료보험제도(박정희 정권),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노태우 정권) 등 굵직한 경제 정책 도입을 주도했고 1987년 헌법에 처음으로 경제 민주화 조항을 관철시킨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당 정강·정책에도 경제 민주화 조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대위에 참여하기 이전부터 박 후보에게 경제 자문을 종종 해왔기 때문에 인연은 오래 되었다”고 전한 바 있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김 위원장과 함께 박 후보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맡고 있는 김광두 원장 역시 서강대 교수 출신이어서 두 사람은 박 후보와 학맥으로 얽혀 있기도 하다. 김 원장 또한 캠프의 정책위원으로 합류해 김 위원장과 경제 민주화 공약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분야에 관한한 현대중공업 CEO(최고경영자) 출신 정몽준 예비후보 역시 전문가임을 자처한다. 그런 그가 19대 국회에서 상임위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로 옮긴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정 후보 측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사회서비스품질관리법을 다시 추진해 법안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나눔의 성장’, 즉 사회복지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정몽준 후보의 경제공약은 지난 2009년 2월 설립된 ‘해밀을 찾는 소망’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함께 정 후보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2012년 7월 현재 자문위원 규모가 207명에 이를 만큼 큰 조직이다. 이는 정 후보의 인맥이 어느 정도로 방대한지 보여준다. ‘해밀을 찾는 소망’의 첫 발제를 맡기도 했던 김용호 인하대 교수(정치학)와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 등이 싱크탱크를 주도하고 있다.
정몽준 캠프의 한 관계자는 “(정몽준 후보는) 재벌 개혁이나 대기업 정책에 관해 그 어떤 주자보다도 현실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인물 아니겠느냐”며 정 후보가 박 후보에 비해 ‘한수 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재벌 개혁에 관해 규제보다는 투명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박근혜 후보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비박 주자’ 중 경선 참여를 선언한 김문수 지사는 일자리 해결을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지사는 그동안 청년 실업과 일자리 문제에 집중해왔다. 김 지사를 돕는 경제자문그룹엔 학자 출신이 많은데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과 정구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 이진순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학) 등이다. 김 지사 역시 “성장 없이 경제 민주화도 없다”며 박근혜 후보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최근 경제 분야와 관련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고문은 ‘담쟁이 포럼’과 ‘지역미래포럼’ 두 개의 대표적인 자문그룹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경제정책은 지역미래포럼 소속 전문가들로부터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곳에는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 김민배 인하대 교수(법학), 성경륭 한림대 사회과학대학장 등과 조흥식 한국사회복지학회장(서울대 교수) 등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고문은 대선행보를 본격화하며 이명박 정부의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과 박근혜식 경제 민주화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성장보다는 분배, 복지, 일자리 문제를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관 전 지사 역시 최근 캠프에 인력을 대거 충원하면서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수장을 지낸 전윤철 강봉균 이규성 전 장관이 김 전 지사를 도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전윤철 전 장관은 이미 오래 전부터 김 전 지사와 막역한 관계를 맺어왔고 나머지 두 분도 돕겠다는 의사는 전해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김 전 지사가 경제 분야 인맥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온 터라 이들 전직 재경부 장관들의 합류는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