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보자. 양도소득세율을 인하하면 집값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양도세율 인하=집값 상승’으로 무리하게 연결지으려 한다. 즉 ‘양도세율을 인하하면 세 부담이 낮아져 부동산 수익률이 올라가고, 그만큼 집값이 오를 거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양도세율 인하에 즈음해 금리가 올라가거나 금융시장이 경색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양도세율 인하에도 집값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말하자면 하락 요인의 힘이 상승 요인을 압도하는 것이다. 양도세율 인하는 집값을 끌어올리는 상승 요인이지 그 자체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양도세율이 인하된다는 소식만 듣고 덜컥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대체로 어떤 정책 변화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때는 다른 변수는 고정돼 있다는 전제하에 이뤄진다. 경제학 교과서 첫 장에서 봤던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라는 구절을 떠올려보자. 이는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라는 라틴어다. 시장에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아 이를 모두 포함하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래서 한 변수만 움직이고 나머지는 고정변수로 가정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한 변수만 보고 시장을 분석하는 것이니 1차 방정식(y=ax+b) 해석법이다.
세상 일이 변수 하나로만 움직인다면 얼마나 예측하기 쉬울까.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어 마음도 편할 것이다. 프랑스에서 최근 ‘세테리스 파리부스’라는 코미디 영화까지 나온 것을 보면 사람들은 뭔가 단순명료한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어디 그런가. 나머지 변수들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한 변수에만 집착할 경우 애초 예측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가령 정부의 규제 완화는 다른 변수가 고정변수라는 전제하에서는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다른 변수가 움직이면 집값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규제 완화는 시장 활성화의 한 요인에 불과한 것이다.
6월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해 전셋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실제로 한 정보업체에 따르면 6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 1417가구로 전월보다 45%, 지난해 같은 달 보다 약 2배 많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6월 들어 낙폭이 줄고 있고 서울은 5주 연속 상승세다. 우려했던 전셋값 급락은 나타나지 않았다. 입주 물량에 따른 전세 시장 영향은 월별이 아닌 분기별로 보는 게 좋다. 입주일에 앞서 1~3개월 미리 전세 매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또 이미 전세 가격이 급락한 데다 전세 대출금리가 떨어진 점, 월세보다 전세 수요가 많아지고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 전세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 전세 가격이 부동산원 통계조사 이래 최대 급락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입주 물량만 가지고 가격을 재단하면 큰일이 난다.
2년 전 전세 고점 계약이 많았던 만큼 역전세난은 불가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역전세난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돼 4분기에 피크를 이루고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역전세난이 심해져도 전세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미 전세 가격이 크게 떨어진 데다 전세 시장 동향 통계는 신규계약을 중심으로 산출하기 때문이다. 역전세난과 전세 가격은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한 변수만 확대·포장하면 치명적인 오류를 낳는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시장을 보기 위해서는 한 변수에만 집착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그 변수 아래 다른 변수들이 잠복하고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판단에 실수가 생기지 않는다. 세상에 단순 도식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