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이 3개 노선안 ‘건의’” 해명과 달리 국토부가 “‘검토’ 의견 바란다” 공문…국토부 “양평군이 일방적으로 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 특혜 의혹 핵심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국토교통부가 고속도로 종점을 당초 계획이었던 양평군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장모 최은순 씨와 부인 김건희 여사, 김 여사의 형제·자매는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지난 3월 공개된 2023년도 윤 대통령 정기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김 여사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에 임야와 창고용지·대지·도로 등 12필지 토지를 신고했다. 해당 부동산등기를 보면 12필지 모두 모친 최 씨와 김 여사 4남매 등 5명이 지분을 5분의 1씩 나누어 공동명의로 갖고 있다. 총 면적 2만 2663㎡로, 축구장 3개 넓이다.
이외에도 김 여사 오빠인 김 아무개 씨, 최은순 씨 가족회사 명의로도 병산리에 부동산을 추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은 당초 평일 출·퇴근 차량과 주말 관광수요 집중으로 극심한 국도 6호선의 교통량 분산 필요성 때문에 추진됐다. 실제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사업 추진이 확정됐을 당시 고속도로 종점부는 양서면 도곡리, 신원역과 국수역 중간지점의 국도 6호선에 표시돼 있었다.
이듬해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 3월 타당성평가 착수 때도 양서면 종점부 노선은 변동이 없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민선7기 양평군수를 지내며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이끌었던 정동균 전 양평군수도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양서면 종점부 노선 외 다른 대안은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이 고속도로 종점부가 되는 방안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7월경이다. 양평군은 7월 26일 국토부에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안) 협의 의견 현황’을 보냈다. 여기에 △기존 노선을 일부 조정, 강하면에 IC를 신설하고 국수리 방향으로 가는 안 △광주시 퇴촌지점부터 노선을 변경해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안 △광주시 퇴촌지점부터 노선을 변경해 강하면을 종점으로 하고 교량을 연결하는 안 등 3개 노선안이 담겨있었다.
이어 10개월 후인 지난 5월 8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양평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종점을 양평군 강상면으로 설정했고, 총연장 규모도 기존 27km에서 2km 늘어난 29km로 계획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통해 변경된 강상면 종점 노선(대안1)과 기존의 양서면 종점 노선(대안2)의 수용·공급, 입지 등을 비교·검토한 내용도 첨부했다.
실시설계 등이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에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이 확정안은 아니었지만, 7년 가까이 유지되던 계획이 윤석열 정부 취임 1년 만에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으로 바뀐 셈이다. 일요신문이 지난 6월 15일 김 여사 일가 부동산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국토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특히 국토부 측은 2022년 7월 26일 양평군이 3개 노선안 의견을 보낸 것도 ‘검토’ 의견이 아니라 ‘건의’ 의견이었다고 반박했다. 양평군이 사업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 노선 변경을 위해 먼저 3개 안을 ‘건의’했고,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 노선을 계획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러한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발견됐다. 일요신문과 민생경제연구소 등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가 양평군보다 앞서 7월 18일 공문을 보낸 것. 수신자는 양평군을 포함해 서울시·하남시·한강유역환경청·한국토지주택공사·서울교통공사 등이었다.
국토부는 공문에서 “우리 부에서 시행 중인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평가(조사)와 관련해 붙임과 같이 노선계획(안)을 송부하오니, 귀 기관의 검토의견을 2022년 7월 29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공문에는 협의자료 1부가 별도 송부돼 있다는 설명이 달려있었다.
앞서 국토부의 해명과 달리 국토부가 먼저 공문을 보냈으며, 공문에서는 ‘건의’가 아닌 ‘검토’의견이라고 적혀있었던 것. 양평군도 8일 후 국토부에 보낸 공문에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평가 협의요청 관련해 양평군의 노선검토 협의(안)을 붙임과 같이 회신한다”며 노선‘검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앞서 언급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안) 협의 의견 현황’은 이 공문에 붙임으로 국토부에 보내진 것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정황에 비춰보면 서울-양평고속도로 변경된 노선계획은 양평군이 아닌 국토부가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닌가 추정해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해당 국토부 공문은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하고 70일 만에, 5월 13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 임명 67일 만에, 7월 1일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후보가 양평군수로 취임한 지 18일 만에 보내진 것이다.
공문은 과장 전결이라고 적혀있지만, 국토부 장관의 직인이 찍혀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선대본 정책총괄본부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기획위원장, 정부 출범하고는 국토교통부 장관 등 주요 요직을 차지해왔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예타를 통과한 한 가지 노선에 대해서 협의 의견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양평군에서 본인들이 생각한 세 가지 노선을 보냈다”며 “국토부는 검토 의견을 달라고 했는데, 양평군이 건의 의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국토부가 공문에 붙여 보낸 협의자료를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공문은 공개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희룡 장관은 6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현재 노선이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며 “최근 국토부 실무 부서에서 내게 여러 안 중 강상면 안이 최적 안이라고 의견 제시를 했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을 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전면 재검토시켰다. 의혹이 없도록 결정하겠다”고 해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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