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2차관 ‘실무보다 상징성’ 트렌드…공직 경험 쌓은 후 내년 총선 출마설 솔솔
6월 29일 대통령실은 출범 이후 첫 개각을 발표하며 장·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장관급 인사로는 2명이 내정됐다. 통일부 장관과 장관급에 해당하는 국민권익위원장 자리였다. 차관급 인사엔 13명 이름이 불렸다. 국정운영 이해도가 높은 ‘윤심 차관’들을 일선에 배치한 가운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름이 문체부 제2차관으로 임명됐다. ‘역도 여제’로 불렸던 장미란 용인대 교수였다. 그야말로 깜짝 발탁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미란 내정자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에서 금메달을 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로서 많은 노력과 투철한 자기관리를 한 사람”이라며 “(장 교수가) 문화 분야 BTS처럼 체육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줬으면 하는 취지에서 발탁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를 지낸 엘리트 스포츠인이 문체부 2차관에 선임된 건,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 사격의 전설’ 박종길 2차관,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2차관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두 사람은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지만, 올림픽 입상기록이 없다.
이에 따라 장 차관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차관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장 교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역도 +75kg급에 출전해 인상·용상 합계 326kg을 들어 올려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다. 동시에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퇴 이후 체육 행정가와 체육학자 길을 걸어온 장 차관은 윤석열 정부 입각을 통해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선수 시절 한국신기록과 세계신기록을 쉼 없이 써내려가며 ‘신기록 달성 장인’이라 불렸던 장 차관은 입각과 동시에 공직계에서도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 정부부처 ‘최연소 차관’ 타이기록을 세운 것. 1977년 서석준 전 경제기획원 차관이 만 39세로 입각한 바 있는데, 2023년 6월 차관으로 임명된 장 차관 역시 만 39세다. 36년 만에 30대가 차관으로 임명되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장 차관은 6월 29일 문체부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장 차관은 “문체부 2차관으로 임명해주신 윤석열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이 정책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란 각오를 밝혔다. 이어 그는 “스포츠인으로서 문체부 차관 소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선수·지도자를 비롯한 선후배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체육인들 복지를 면밀히 살피고 체육인 위상을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장미란 차관을 문체부에 배치한 것은 실무 이해도보다는 ‘상징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각종 의혹 중심에 섰다. 그 뒤로 문재인 정부에선 노태강 전 차관, 최윤희 전 차관 등이 2차관 자리를 맡았다. 노 전 차관은 국정농단 시국에서 문체부 내 ‘투사’ 이미지가 강했고, 최 전 차관은 ‘아시아의 인어’라고 불렸던 스타성이 주목받았다. 전반적으로 문체부 2차관 자리에 ‘상징성’있는 인사를 배치하는 게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장 차관이 몸담은 종목은 역도인데, 역도는 다른 종목과 비교했을 때 전략에 앞서 순수한 힘의 크기 등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는 특징이 있다”며 “역도라는 종목이 가지는 우직함, 정직함이라는 특성과 그 종목 안에서 입지전적인 성과를 달성한 장 차관 이미지가 윤석열 정부가 담고 싶어하는 국정철학과 오버랩된 측면이 깜짝 발탁 요인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취재에 따르면 장 차관이 깜짝 발탁된 이면엔 한 전직 국회의원의 노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전직 의원은 ‘선수시절 및 은퇴 이후 이미지’와 스포츠계에서 장 차관이 지니는 상징성 등을 고려해 그를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학계 내부에선 장 차관이 30대에 쾌속으로 차관직을 수행하는 만큼,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지방 소재 대학 체육학과 교수는 “30대라는 이른 나이에 장 차관이 이른바 ‘폴리페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셈”이라며 “이른 나이에 높은 직위를 맡는 것 자체는 향후 장 차관 업무수행 능력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서울 소재 대학 체육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문체부 2차관 자리의 경우 1년에서 2년 사이 교체되는 경우가 많다. 1년 이내에 차관이 교체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장 차관이 1년 조금 못 미치는 기간 동안 차관 자리에서 공직 경험을 쌓은 뒤 2024년 총선에서 여의도 입성을 노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학계에서 언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체육계 관계자에 따르면 장 차관이 근무하던 용인대 내부에선 ‘축하 반, 걱정 반’ 시선이 혼재한다는 후문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용인대 교수진 내부에선 장 차관이 공직에 있는 기간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새로운 교수를 임용해야 할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 차관 본인 생각과 별개로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권 내부에선 장 차관 입각을 통해 여당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체육계 선수층 강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우생순 신화’로 유명한 임오경 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했는데,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체육 쪽 인사를 기용하는 데 소극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선수 시절 퍼포먼스나 대중적 인지도를 봤을 때, 장 차관이 정치권에 완전히 입성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민주당 쪽 체육계 출신 인사들에 필적할 만한 대항마를 띄웠다는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문체부엔 차관이 두 명 있다. 1차관은 문화·예술·종무 파트 실무를 총괄하고, 2차관은 체육·관광·정책홍보 파트 실무 책임을 맡는다. 지금까지 2차관 보직을 맡았던 11명 중 1년 이상 재직했던 차관은 총 7명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2차관으로 5명이 재직했고, 이 중 1년 이상 차관직을 수행한 인물은 노태강 전 차관(1년 6개월)과 최윤희 전 차관(1년 4일) 두 명이다.
통상적으로 2차관은 1년 안팎으로 임무를 수행해왔던 경우가 적지 않다. 체육학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장미란 차관을 둘러싼 총선 차출설이 언급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후문이다. 체육계 내부에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명박 정부 당시 문체부 2차관으로 재직하다 경제수석비서관, 대통령 정책실장으로 영전한 사례 등도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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