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이 벌어진 오쓰시 시립중학교 건물 모습. 사진출처=일본 블로그 |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분노한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가해학생들과 부모의 실명과 사진을 폭로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에는 경찰이 자살한 학생이 다니던 오쓰시 시립 중학교와 시 교육위원회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색 조사를 실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주간신조> 보도를 중심으로 오쓰시 시립 중학교에서 일어난 이지메 사건의 진상을 살펴봤다.
‘죽은 참새를 먹으라고 했다’, ‘손은 끈으로 묶고 입에는 접착테이프를 붙이고 괴롭혔다’, ‘쉬는 시간에 학교에서 바지를 벗겼다.’
오쓰시에서 자살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생전에 학교에서 겪던 이지메의 내용이다. 교과서를 찢어 버리거나 물건을 훔치도록 시키고, 뺨을 때리고 배를 걷어차는 식의 폭행은 예사였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자살 연습’과 ‘장례식 놀이’도 점심시간마다 벌어졌다. 피해학생은 가해학생 4명에게서 자살 연습이라며 매일 한두 차례씩 목을 졸렸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오후에는 항상 얼굴이 시뻘겋게 상기되어 있었다고 한다. 양손으로 목을 조르거나 헤드록을 건 적도 있었지만 머리끈으로 목을 둘러 감고 목을 조르기도 했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이런 이지메 전말은 피해학생이 자살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중순께 오쓰시 시립 중학교에서 두 차례 벌인 설문 조사에서 드러났다.
학교와 시 교육위원회는 전교생 800명 중 자살한 학생과 같은 2학년 남학생 320명을 대상으로 이지메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했다. 이 중 학생 15명이 설문지에 쓴 내용을 보면 피해학생이 자살 직전 한 달 남짓 무려 300여 차례가 넘게 이지메를 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원래 친하게 지내던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름방학이 끝난 후부터 사이가 벌어졌고 곧 이지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몇몇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걸어라”, “뛰어라”라며 가볍게 명령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체육대회 날 가해학생들이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해학생의 몸을 묶어 놓은 채 벌을 잡아서 먹였고, 그 후부터는 폭언과 폭력이 심해졌다.
▲ 학교 수색 조사를 알리는 <요미우리신문> 보도. |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부모는 학교 담임과 교장에게 상담전화를 했지만 학교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학생은 공휴일이 지나 등교 날 아침이 되자 아파트 14층에서 뛰어 내렸다.
그간 학교와 시 교육당국 측의 대응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피해학생이 자살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교 교장은 “피해학생은 이른바 이지메를 당할 타입, 즉 체구가 작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가 아니었다”며 이지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학생의 부모가 아이의 자살 전에 학교로 전화를 건 점에 대해 질문을 받자 “집안에 돈 문제가 있다고 알리는 전화였다”고 거짓으로 답변했다. 그런가 하면 설문 조사 결과가 널리 알려진 뒤에도 시 교육위원회는 “이지메는 자살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담임선생님의 태도다. 피해학생과 같은 반 학생의 설문 응답에 따르면 담임은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의 얼굴에 압정을 찌르는 것을 보고서도 “살살 해라”며 이지메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최근 <후지TV>에 나와 당시의 이지메를 증언한 반 학생에 따르면 같은 학교에 다니는 피해학생의 쌍둥이 누나가 담임을 찾아가 동생이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하자 “너 하나만 참으면 모든 게 괜찮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의 네티즌들은 “눈물이 나온다”, “범죄 수준의 이지메”라고 치를 떨며 무성의한 학교 및 교육당국, 가해학생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미 가해학생 4명과 부모는 얼굴과 이름, 직업과 거주지 등 신상이 모두 인터넷에 노출되었고,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도 인터넷에 유포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피해학생이 자살한 게 아니라 살해되었다고 수군거리도 한다. 타살설이다. 딱히 이렇다 할 증거는 없으나 타살을 주장하는 이들은 피해학생이 아침 8시 자택 방이 아니라 복도식 아파트 통로에서 뛰어내렸다는 점이 수상쩍다고 지적한다. 또 피해학생이 죽고 난 후 가해학생들이 주변에 “좀 더 스릴을 맛보고 싶었는데, 아무튼 죽어서 기쁘다”, “자살하기 전날 피해학생이 전화를 해서 나는 죽겠다고 말했다”며 떠벌리고 다닌 점 등을 들고 있다. 실제 설문조사 응답에서도 피해학생의 집에는 자살 이틀 전날에도 가해학생들이 찾아와 방에서 행패를 부렸다는 사실이 적혀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피해학생이 죽은 후 지난해 11월에 오쓰시 시립 중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회의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학부모회의 대표로 참석해 길길이 날뛰었다고 한다.
가해학생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에게 물어보니 같이 프로레슬링 놀이를 했을 뿐이라 하는데 마치 이지메라도 한 것처럼 몰아간다”며 “우리 아이가 혹시 자살하면 어쩌느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후 자살 연습 이지메를 주도한 한 학생은 전학을 갔고 나머지 3명은 그대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