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부산경남경마공원 |
말은 야간 시력이 발달되어 있어 야간 경주라 해도 경주력 자체에는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마필에 따라서는 전광판 라이트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 때문에 겁을 먹는 경우도 있고, 바이오리듬이 달라지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흥분 상태에 빠지거나 컨디션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선 예시장과 주로에서 마필들의 컨디션을 평소보다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보행이 경쾌하고, 말굽이 뒤에서도 완전히 보일 정도로 반전이 이뤄지며, 앞다리의 굽이 착지한 자리보다 뒷다리 굽이 어느 정도 앞으로 나가는 말은 컨디션이 좋은 상태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또한 경주마의 귀가 기수 쪽으로 향해 있는 모습을 보이면 마필이 흥분하지 않은 상태로 기수의 제어에 잘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경주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마필들이 예시장과 주로에서 이처럼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면 적어도 컨디션 부분에서는 달리 불안 요인이 없는 셈이다.
기수들도 야간 경주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 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야간경마 때에는 평소보다 기수들의 ‘거리 감각’이 약간 떨어진다고 한다. 프로야구 야간 경기에서 외야수가 이따금 볼의 낙하 지점을 잘못 찾는 사례가 있는데, 이와 흡사한 이유 때문이다. 야간 경주의 경우 경주거리가 길어질수록 기수가 페이스를 조절하고 경주흐름을 판단을 하는 데 다소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커지는 셈이다.
‘어둠과 전광판 불빛’이 마필과 기수에게 끼치는 이 같은 영향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경주를 예상할 때 앞선에서 경주를 전개할 수 있는 선행마나 선입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야간 경주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노련한 기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일리가 있는 판단이고 실전에서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야간경마의 몇몇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경마팬들이 경주 추리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전개’와 ‘편성’, 그리고 ‘주로 상태’다.
가령 주로가 가벼워 주파기록이 평소보다 단축되는 상황이거나 편한 선행 전개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스피드를 지녀 앞선에서 경주를 이끌어가는 마필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줘야 한다. 반면 설사 주로가 가볍다고 하더라도 선행형 마필들이 다수 포진해서 선두권에서 심한 경합이 예상되는 편성이라면 선입권에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끝까지 달릴 수 있는 마필이나 스피드나 무빙 능력을 지닌 추입마에도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은 마필 고유의 특성이다. 경주마에 따라서는 특정 거리에서 강점이나 약점을 보이는 말이 있고, 부담 중량에 따라 큰 기복을 보이는 마필들도 있다. 출주마들의 이전 경주 결과와 출주 조건 등을 한 번쯤 비교해보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야간 경마에서 유의할 유일한 관전법은 다른 요인에 흔들림 없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주간경마보다 변수가 생길 요인이 더 있는 만큼 베팅 규모는 평소보다 더욱 줄이는 게 현명한 관전법이 될 것 같다.
이장수 프리랜서
주행 자세 기본 능력 ‘굿’
지난 7월 13일 주행조교심사(불량주로)에서는 ‘신마’ 두 마리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두 마리 모두 질병 등으로 인해 데뷔가 1년 가까이 미뤄진 늦깎이 신마들이다. 하지만 주행자세와 기본 능력만큼은 여느 신예 기대주에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줘 앞으로 실전에서 주시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먼저 살펴볼 마필은 34조 마방의 국6군 3세 수말인 라온리더. 13일 치러진 주행조교심사 3경주에서 5번 게이트에서 55㎏ 부담중량(부중)으로 조경호 기수가 안장에 올랐다. 발주 이후 약하게 밀며 이내 선두로 나섰고(S-1F 기록 13.8), 그 뒤부턴 약간 제어하며 4코너까지 선행선입형 마필인 국5군 총알공주와 나란히 선두권을 이끌었다. 직선주로에 들어서면서 초반에만 약하게 밀었을 뿐, 이후에는 거의 고삐를 잡고 주행하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주파기록은 1분 03.7초로 양호했고, 거의 추진동작 없이 주행한 점을 감안하면 라스트 화롱 기록도 13.8로 괜찮은 편이었다. 비록 주로가 가볍긴 했지만 상위군 마필인 총알공주와 선행경합성 전개를 펼치면서도 경주 전반에 걸쳐 자세가 안정되고 걸음에 여유가 넘쳐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마필은 지난해 10월 28일 주행검사 때에는 중위권에서 경주를 전개하다가 직선주로에서 양호한 뒷걸음(라스트 화롱 기록 13.4)을 보여주며 1분 04.1초의 기록으로 합격한 바 있었다. 선행 전개를 펴지 않더라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해와 올 초까지 골막염으로 고생하며 출주가 미뤄져 왔는데 520㎏대의 체중을 17㎏ 가까이 줄이면서 마체가 더욱 가벼워지고 골막염도 치료가 된 모습이다. 앞으로 체중 관리와 조교에 좀 더 신경을 쓴다면 상위군까지 순탄하게 오를 수 있는 잠재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경마 블랙타입 경주에서 6승을 거두는 등 중단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피코센트럴(1296m)의 자마다.
다음으로 들여다볼 마필은 54조 마방의 국6군 4세 거세마인 프라이빗라온이다. 13일 주행조교심사 2경주에 11번 게이트에서 57㎏ 부중으로 김영진 기수가 말몰이에 나섰는데, 경주 전반에 걸쳐 여유로운 걸음을 선보였다. 경주 초반 약하게 밀어준 뒤 곧바로 제어했음에도 마필이 스스로 외곽 선두권에 나섰고(S-1F 기록 14.1), 이후 직선주로에서도 고삐를 꾹 잡고만 왔음에도 탄력을 유지하며 1위로 골인했다. 주파기록(1분 04.9초)과 라스트 화롱 기록(13.8)은 무난한 편이지만 시종일관 마필을 제어하고 왔던 점을 감안하면 더 나올 걸음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이 마필 역시 지난해 11월 18일 주행검사에서는 중상위권 전개(S-1F 기록 14.3) 후에 직선주로에서 좋은 뒷걸음(라스트 화롱 기록 12.9)을 보이며 여유 있게 합격(주파기록 1분 04.2초)한 바 있어 선입마로서의 자질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좌우 앞다리의 염증 때문에 장기간 치료를 받아왔는데, 최근 수영조교를 받으면서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4세 데뷔마이지만 앞으로 마필 관리와 조교를 적절하게 해나간다면 제몫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부마는 미국 경마 중단거리 경주에서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던 피어슬리(평균 우승거리 1326m)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