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스탠스’ 취하며 문재인·이낙연 동시 저격…고민정 지역구 광진을 한동훈 출마설 이어 또 꿈틀
추미애 전 장관이 ‘후일담 보따리’를 열어젖혔다. 2020년 12월 장관직에서 물러나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개인적 시각으로 풀어냈다. 추 전 장관 발언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동시에 겨냥한 까닭이다.
지난 7월 3일 추 전 장관은 KBS ‘더라이브’에 출연해 장관직에서 해임된 배경에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2월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징계의결서를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던 상황을 언급했다. 추 전 장관은 “징계의결서를 들고 가서 보고하니 문 전 대통령이 (의결서에) 서명한 뒤 ‘여기까지 너무 수고 많았다’면서 ‘장관이 물러나야겠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 완수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믿고 갔더니 문 전 대통령이 ‘곧 2021년 4월 재·보궐선거가 다가오니 당이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한다’면서 거꾸로 ‘장관이 물러나야겠다’고 정리됐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띄웠다. 추 전 장관은 “이낙연 (당시) 대표가 그렇게 하면 안 됐다”면서 “재·보궐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한다고 했으면 안 됐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은 2019년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했던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을 완수할 구원투수로 투입된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날 선 충돌을 이어갔다. 이른바 ‘추·윤 갈등’이었다. 2020년 12월은 추·윤 갈등 최종장에 해당하는 국면이었다.
그동안 추 전 장관 사퇴는 2020년 12월 검찰총장 징계를 제청한 뒤 당사자가 직접 사의를 밝힌 것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추 전 장관은 “사직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이 사실상 경질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야권 내부적으론 추 전 장관 사퇴를 둘러싼 이슈가 ‘진실게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2020년 12월로 시계를 돌려보면 추 전 장관 사퇴와 관련해 석연찮은 구석이 존재했다. 2020년 12월 30일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자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조국 전 장관 사표가 수리됐을 당시엔 사표 수리와 동시에 ‘차관 대행체제’가 작동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은 사표가 수리된 뒤 해를 넘기고도 공식 행보를 이어가 정치권에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가 ‘사표 수리’를 밝힌 뒤에도 추 전 장관은 2021년 연초 신년인사, 국무위원 현충원 참배, 서울 동부구치소 현장 시찰 등을 이어갔다. 정치권 일각에선 사표 수리 이후에도 활발한 현장 행보를 펼친 추 전 장관을 두고 ‘좀비 장관’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3일 KBS 인터뷰에서 민주당 계파갈등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오히려 사법 피해자”라고 칭하면서 “검찰정권이 사법리스크를 만들어 가는데, 사법 피해자를 보고 ‘당신 때문’이라면서 집안싸움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야권 내부에선 추 전 장관이 ‘친명 스탠스’를 취하며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간 추 전 장관은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천천히 물어봐달라”며 여지를 남긴 바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추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동시에 겨냥하면서 이재명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양상”이라면서 “추 전 장관 참전이 당내 계파 갈등에 오히려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7월 4일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 정치적으로 재기하려고 그런 것이라 본다”면서 “그런데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고 하지만 자신을 장관으로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가면서 자기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싶다”고 했다.
친낙계로 분류되는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7월 3일 KBS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 맞지도 않은 얘기를 방송에 나와서 하고 있다”면서 “추 전 장관이 경질되는 데 이낙연 전 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것은 아니”라고 했다. 신 전 의원은 “추 전 장관이 뭘 하려 그러는지 짐작은 간다”면서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핵심 관계자였던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7월 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를 통해 입을 열었다. 최 전 수석은 “(추 전 장관) 본인이 당시에 장관을 그만둔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문 전 대통령이 누구보고 딱 잘라서 ‘그만두라’고 하실 분도 아니”라고 추 전 장관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추 전 장관이 띄운 ‘법무부 장관 사직 미스터리’가 야권에 큰 후폭풍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추 전 장관 ‘텃밭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도 격동하고 있다.
서울 광진을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선을 노리는 지역구다. 지난 총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배를 마신 곳으로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구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선 지속적으로 광진을 ‘자객공천’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역구이기도 하다. 과거 광진을에서만 5선을 하며 터줏대감으로 군림했던 추 전 장관 출마 가능성이 얽히면서 벌써부터 차기 총선 최대 화제 지역구로 부상하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누가 오시든 자신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고 의원은 “한동안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출마 가능성을 언론에서 많이 물어봤다”면서 “총선이 가까워지니까 다들 제 지역구로 관심들을 갖고 계시는 것 같다. 관심 받는 지역구라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했다.
최근 추 전 장관의 연이은 폭탄발언과 관련해 고 의원은 “할 말은 많지만 제가 여기에 말을 보태 진흙탕 싸움을 만들고 싶진 않다”면서 “(추 전 장관 발언이) 국민들과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추 전 장관 정계 일선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추 전 장관 같은 경우엔 시원시원한 행동력이 장점으로 평가받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리스크’를 안고 있는 캐릭터로도 인식된다”면서 “혁신위가 출범한 상황에서 당내 중진 및 원로들이 잠깐 숨을 가다듬어야 할 시점에 추 전 장관이 치고 나온 부분에 대해 각종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아직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부분이지만, 최근 발언이 추 전 장관 ‘출마의 변’이라면 야권 내부서도 당혹스런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추 전 장관이 오랫동안 의원을 지냈던 서울 광진을 지역구 현역 의원인 고민정 의원 입장에선 상당히 당황스런 상황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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