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논란으로 신뢰 무너지며 계열사 주가 부진…CJ(주) “현재 상황서 구체적인 답변 어려워”
CJ CGV의 유상증자 발표 이후 CJ그룹의 신뢰성에 물음표가 찍히면서 계열사들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CJ CGV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진 지난 6월 20일 이후 CJ그룹의 상장사 CJ(주)(7만 9600원→6일 종가기준 6만 2100원), CJ제일제당(30만 3500원→26만 7500원), CJ CGV(1만 4140원→8840원), CJ씨푸드(3870원→3340원), CJ대한통운(7만 9300원→7만 1400원), CJ ENM(7만 2300원→6만 2400원), CJ프레시웨이(2만 9900원→2만 8750원), 스튜디오드래곤(6만 600원→4만 9800원), CJ바이오사이언스(2만 4400원→2만 3500원), 9개사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CJ(주)가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CJ CGV에 넘기고 그 대가로 CJ CGV가 새로 발행하는 주식(4500억 원 상당)을 받는데,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오너 일가에 유리한 방식으로 유상증자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과 그의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 등 오너 일가는 CJ(주) 지분 47.8%가량 소유하고 있다. 반면 오너 일가가 직접 소유한 CJ CGV 지분은 없으며 CJ(주)를 통해 48%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일반주주들이 갖고 있다. CJ CGV를 이용해 오너 일가에 이익을 안기고 그만큼 CJ CGV가 손해를 감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일반주주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CJ그룹은 오너 일가에 도움이 되고 일반주주들에게는 피해가 갈 수 있는 거래를 꾸준히 해왔다. 2019년 CJ(주)는 오너 일가가 가지고 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전부 가져와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때도 오너 일가에 이익을 주기 위해 CJ올리브네트웍스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있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CJ(주)는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의 영업이익이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앞으로 매년 5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가능하며 영업이익률도 평균 10%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며 “오너 일가가 CJ(주)의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기 위해 IT부문의 가치를 고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CJ그룹 관계자는 “회계기준상 같은 기업으로 묶여 있었던 올리브영에 제공한 IT서비스 매출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IT부문의 회계상 매출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난 것”이라며 “지난해 발생한 일회성 비용을 감안하면 IT부문의 가치를 오히려 보수적으로 평가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CJ(주)의 완전 자회사 편입 전후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2019년 9.7%, 2020년 9.1%, 2021년 8.5%, 2022년 5.2%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전체적인 영업이익이 CJ(주) 편입된 이후 한번도 5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는 경제개혁연대의 분석에 힘이 실린 모습이다.
지분 거래뿐 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 등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오너 일가 지분이 상당한 CJ올리브영과 CJ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다. 특히 유력 승계 후보자인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CJ올리브영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기에 더 주목됐다. 재계에서는 비상장사인 CJ올리브영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이선호 경영리더가 해당 지분을 승계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CJ올리브영은 CJ그룹 계열사의 지원 사격 속에 실적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최근 3년간 CJ올리브영의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결 매출액 기준 2020년 1조 8738억 원, 2021년 2조 1191억 원, 2022년 2조 7809억 원 등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도 2020년 1001억 원, 2021년 1377억 원, 2022년 2713억 원 등으로 확대됐다. 2020년 5%대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10% 수준까지 올랐다.
이 기간 계열사의 내부거래를 통한 매입도 급증했다. 2020년 1506억 원, 2021년 1672억 원, 2022년 1978억 원 등으로 증가 추세다. 오너 일가 지분은 많은 CJ올리브영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아지는 데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큰 보탬이 됐다면,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거래가 이뤄지는지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오너 일가에 유리한 거래라면 CJ올리브영과 내부거래 한 계열사들의 일반주주들은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다.
다만 현행 제도에서 부당거래의 정황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내부거래 시 마진율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내부거래에서는 매출만 공개하도록 돼 있는데 영업이익까지 공개해야 계열사 간 합리적인 거래가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며 “마진율을 확인할 수 있는 영업이익도 같이 공개해야 일반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의심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계열사가 상장사인 경우 오너 일가와 일반 주주 간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는 거래에서 항상 부당거래 의심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주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회사 상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CJ CGV 관련 논란은 근본적으로 중복 상장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CJ CGV가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CJ CGV 주주들을 외면한 채 CJ그룹 오너 일가 이익에 집중한 결정을 했다”며 “이는 CJ그룹에 투자하는 다른 계열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J CGV로 시작된 오너리스크로 CJ그룹 디스카운트가 고착화될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J(주)는 각 계열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별도의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CJ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이선호 경영리더의 승계 작업에 유리할 수 있다. 이선호 경영리더가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CJ(주) 지분이 필요한데 그룹 계열사들의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면 그만큼 저렴하게 주식을 매입할 수 있어서다. CJ그룹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각 계열사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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