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은 혼합단지 관리 실태 ②임차인 물음에 대답도 안 하는 관리사무소
임차인은 “그러면 먼저 관리사무소 측이 CCTV를 보고 타인의 개인정보가 들어있는지 확인해 달라, 위반 소지가 없으면 열람하겠다”고 요청했지만 관리소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임차인은 경찰을 불렀고 경찰 입회하에 CCTV를 볼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 온 경찰이 임차인과 관리소장에게 “주민은 CCTV를 볼 수 있다”고 하자 관리소장은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리소장은 이후에도 해당 임차인에게 “주민은 CCTV를 볼 수 없다. 위탁관리업체 교육에서 그렇게 배웠다”면서 열람을 방해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8조 제3항에는 ‘정보주체’에게 CCTV 촬영자료를 열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차량의 소유자는 CCTV에 찍힌 자신의 차량을 열람할 권한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지하주차장 CCTV는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해상도도 아니어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염려도 없었다.
#공용부 관리 소홀로 피해를 본 임차인이 관리사무소에 자신의 민원 내용이 담긴 민원카드를 요청했다. 그런데 관리사무소는 접수 일시, 처리 희망 일시, 민원 내용, 작업 일자, 작업 내용 등이 실제와 다른 문서를 임의로 만들어 보냈다.
임차인이 “어떻게 관리사무소에서 이런 허위 문서를 만들어 내보낼 수 있냐. 문서에 내 이름까지 분명히 적어놓고 이렇게 문서를 날조해도 되는 거냐”고 반발하자 관리과장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 그랬다”면서 다시 만들어 보내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맞섰다.
#아파트 옥상 화단에서 개미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매년 해오던 옥상 소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미는 복도를 타고 개별 세대까지 번졌다. 개미로 피해를 본 세대에서 “몇 년간 안 보이던 개미가 왜 다시 나타난 거냐”고 묻자 관리사무소 시설팀장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비용 때문에 옥상 화단을 소독하지 않기로 소독업체와 계약했다. 그래서 소독하지 않았다”고 했다. 관리소장도 “옥상 화단을 소독하면 아래 세대로 소독약이 들어가서 소독을 안 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소독 계약서에는 옥상 화단을 소독하지 않기로 한 내용은 없었다. 소독 범위에 포함돼 있었고 입주자대표회의가 그런 의결을 한 사실도 없었다. 뒤늦게 시설팀장은 “제가 잘못 알고 있었다”고 번복했다.
#관리사무소에 최근 1년간 옥상 화단을 소독한 날이 언제인지 묻자 관리과장은 “내가 작년 10월에 와서 그 이전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작년 10월부터는 어떻게 되냐”고 묻자 “소독계약서에 쓰여 있으니 했을 것”이라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업체에 업무 지시나 확인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관리과장은 질문을 무시하고 답하지 않았다.
옥상 화단을 소독한 적이 없다던 관리소장은 매번 말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분기별로 했다”고 했다가 “겨울을 제외하고 5, 6, 7, 8월에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와 소독 계약을 맺은 소독업체 사장은 지난 5월 27일 “올해는 화단 소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위 사례는 모두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주거안심종합센터가 관할하는 혼합단지다. 만약 일반 분양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주택관리업자와의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피해를 입은 쪽이 임대 세대이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에서 해결되지 않는 임차인 민원이 있다면 임대사업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가 귀담아 듣고 해결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임차인들의 민원이나 요청은 무시해도 별 탈이 없다. 한 임차인은 "싫으면 당신이 떠나라는 식이다"라고 했다.
혼합단지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고 임대 세대가 받는 불이익을 개선해 나가야 할 상황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는 최근 이 아파트 관리업체에 주택관리업자 재계약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것도 수의계약으로.
관리사무소의 업무 처리에 불만을 가진 세대들의 재계약 반대 의견이 있었고, 임차인대표회의는 수의계약만은 안 된다며 ‘공개경쟁입찰’을 하자고 의결하고, 요청했지만 강서센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서센터는 수의계약 동의 의견이 과반수가 나오지 않자. 나올 때까지 주민의견 청취를 진행했다고 임차인대표회의는 주장했다. 주민의견 청취는 1차, 2차, 3차까지 이어졌다. 3차는 문자메시지로 투표를 재촉했다고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은 하소연 했다.
법적 근거가 없어 임차인대표회의 의결을 따르지 않은 강서센터가 마찬가지로 법적 근거 없는 임차인 의견은 왜 따랐는지 임차인들의 의문은 커지고 있다. 주택관리업자 공개경쟁입찰을 요구한 임차인은 “분양 아파트라면 이럴 수 있었을까 싶다. 집주인 역할을 하기 싫으면 임차인들 억울하게 만들지 말고 차라리 다른 기관에 권한과 책임을 넘겼으면 한다”라고 했다.
기존 주택관리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재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대해 묻자 강서센터 담당자는 “분양 세대에서도 기존 업체와의 재계약을 원했고, 임대 세대들도 과반수 이상이 기존 업체와의 재계약을 원한다는 의견을 청취했다”고 했다.
임차인대표회의의 공개경쟁입찰 의결은 왜 이번 결정에 반영되지 않았나는 질문에는 “임차인대표회의 의결을 임대사업자가 따라야 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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