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부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롤스로이스 자동차. |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저마다 부자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내놓는 답들도 각양각색이다. 지난 1월 ‘잡코리아’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45억 원 이상은 가져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퍼스트 다이렉트’ 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국에서 부자로 살기 위해서는 최소 260만 파운드(약 47억 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년 전의 100만 파운드(약 18억 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지난 20년간 물가 상승으로 인해 부자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100만 파운드란 부를 상징하는 것들, 가령 좋은 집, 롤스로이스 자동차, 요트 등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돈을 의미하며, 1992년만 해도 100만 파운드로 이 모든 것들을 구비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그 정도를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 260만 파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퍼스트 다이렉트’ 은행은 “1992년에는 100만 파운드를 갖고 있으면 (부촌인) 켄싱턴과 첼시의 평균 주택, 롤스로이스 한 대, 럭셔리 요트 한 척, 토스카나와 콘웰에 별장 한 채씩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같은 돈으로 (중산층 거주지인) 하운즐로우의 평균 주택, 애스톤 마틴 한 대, 리버 쿠루즈 한 척 등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사람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100만 파운드는 더 이상 많은 돈이 아니며, 또한 100만 파운드가 인생을 바꾸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만 해도 100만 파운드는 거의 모든 사람들(94%)이 거액 혹은 부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71%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100만 파운드가 많지 않다고 응답한 29%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은 500만 파운드(약 90억 원) 이상은 갖고 있어야 진정한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15%는 1000만 파운드(약 180억 원)는 있어야 부자 반열에 들 수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오른 집값 때문이다. 이제 웬만한 런던의 평범한 가정집도 100만 파운드는 훌쩍 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령 1992년 켄싱턴과 첼시에 평균 주택을 한 채 구입하는 데에는 34만 5000파운드(약 6억 2500만 원)면 족했지만, 지금은 136만 2930파운드(약 24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처럼 영국에서 집값 상승으로 인해 가만히 앉아서 부동산 재벌이 된 사람들은 18만 5000명가량이며,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본인 스스로는 부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데다 세금 내기도 빠듯한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부자 소리를 듣게 됐다.
이밖에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의 가격 역시 지난 20년간 11만 1894파운드(약 2억 원)에서 28만 5200파운드(약 5억 원)로, 그리고 요트는 30만 1360파운드(약 5억 4000만 원)에서 50만 9000파운드(약 9억 2000만 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