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IAEA는 “도쿄전력이 계획하고 평가한 바와 같이 오염수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라며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IAEA 종합보고서 발표로, 일본은 오염수 방류를 위한 모든 준비가 사실상 완료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IAEA와 협력해 후쿠시마현 지자체와 주변 국가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낼 것으로 보인다.
IAEA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현지 주민과 어업 관계자들은 방류로 인한 ‘풍평 피해(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나타나는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바다를 일터로 하는 어업인들은 강하게 반대한다.
일본 정부는 2011년 원전 사고 후 후쿠시마 앞바다의 44어종을 출하 제한해왔다. 순차적으로 해제했으나 우럭은 제한이 계속된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어업조합)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어획량은 원전사고 전의 20% 정도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오염수를 방류하면 풍평 피해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깊다.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조합회장은 “우리가 반대하는 가운데 방류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긴장감을 가져달라”며 다시 한번 일본 정부에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후쿠시마현 어업조합과 “관계자들의 이해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어업조합을 비롯해 현지의 이해가 필요하다. 방침을 준수할 것이지만, 원전 폐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방류를 피할 순 없다”고 전했다.
사실상 절차를 모두 마쳤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방류 시기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체적인 방류 시기 조정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치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고 보도했다.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인 도호쿠 지방의 3개 현이 연달아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와테현 지사가 9월 임기가 만료되며, 10월에는 미야기현, 11월은 후쿠시마현에서 현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쟁점화를 피하기 위해 선거 전 방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 내 여론조사를 보면, 찬성과 반대 양쪽이 과반을 넘기지 못한다. 민영방송 TBS가 주도하는 뉴스네트워크 JNN이 7월 1일과 2일, 전국 12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염수 해양 방류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45%로 나타났다. 반대는 40%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진보성향으로 평가받는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방류를 반대한다”가 45%로, 찬성한다(42%)를 앞질렀다. 그러나 올해 3월 여론조사에서는 “찬성한다(51%)”가 “반대한다(41%)”를 웃돌았다. 보수성향이자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이 5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찬성(60%)이 반대(30%)보다 2배 많았다.
주변 국가들의 반대와 우려도 크다. 특히 중국과는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려고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일본이 세계 해양 환경이나 공중의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등 방류 반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중국이 자국 원전 트리튬 방출에 대해서는 주변국과 합의하지 않았고 설명도 하지 않았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7월 5일 기자회견에서 “해양 방류 시기를 올해 여름쯤으로 정한 방침에 변경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들은 “후쿠시마현 어민들의 반대를 감안해 시기가 늦춰질 수는 있으나 방류 계획이 취소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도쿄신문은 “폐로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오염수 처리가 불가결하다 해도 어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국제사회의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며 “IAEA의 견해를 내세워 졸속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불신과 불안을 제거한 후 해양 방류를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싣기도 했다.
"보관 탱크 거의 꽉 차" 도쿄전력 왜 해양 방류하나
2011년 원전사고로 ‘멜트다운’을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2호기, 3호기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냉각수를 붓고 있다. 여기에 지하수와 빗물이 원자로 건물 안으로 흘러들어와 하루 90톤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6월 29일 기준으로 오염수는 약 134만 톤이며, 부지 내에 설치된 약 1000개의 탱크에 보관돼 있다. 탱크 용량은 약 137만 톤. 현재 보관할 수 있는 용량의 98%까지 거의 찼다. 도쿄전력은 “지금 같은 속도로 오염수가 계속 발생할 경우 2024년 2월부터 6월경 가득 찰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부지 내 삼림 등을 벌채하면 보관 탱크를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향후 이러한 공간은 반출 예정인 핵연료 잔해(데브리)나 폐로 작업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는 데 사용할 방침이어서 해양 방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은 ALPS(다핵종 제거 설비)라 불리는 전용 설비에서 어느 정도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리튬(삼중수소)은 제거하기가 어렵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ALPS 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고 주장한다.
NHK에 따르면,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약 70%가 방류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2차 정화로 방사성 물질을 처리한 후 바닷물로 희석, 1km 정도 되는 해저터널을 통해 후쿠시마 연안에서 떨어진 태평양 앞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방류는 30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