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점은 무당층의 비율이 27.3%라는 점이다. 매주 정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무당층 비율의 6개월 평균이 27.4%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메트릭스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 조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무당층 존재는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수치다. 무당층은 거대 양당에 염증을 느끼거나 실망한 이들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지지만 받을 수 있다면 신당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무당층 성격이 바뀌고 있는 까닭이다. 과거 무당층은 거대 양당이 싫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투표를 포기하지 않는 이른바 ‘참여형 무당층’이었다. 과거 무당층은 투표하는 것이 민주 시민의 기본 소양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재 무당층은 투표장에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즉, 현재 무당층이 거대 양당의 정치 행위에 식상해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과거 무당층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식상함이 정치적 무관심으로 연결돼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여형 무당층’과는 다르다. 이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도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투표하지 않는 행위 역시 정치적 의사 표현(Political voice)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무당층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2030세대는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도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분간 이런 무당층이 커질 것 같다. 거대 양당의 강성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 행위가 두드러질수록 이런 정치 행위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의 수는 늘어날 것이다. 강성 지지층을 향한 구애가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정치 전략이 국민에게 호소력이 없다고 판단할수록 적극 지지층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7월 6일 발표된 NBS 여론조사(7월 3일부터 5일간 전국 18세 이상 2005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6.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전 조사에 비해 2%포인트 상승했다. 오차 범위 내 변화이기는 하지만 앞서 언급한 메트릭스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민주당 전략이 국민들에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총력을 기울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수능 킬러 문항 배제에 대해 비난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면 민주당은 더욱 강경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럴수록 무당층 유권자 수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을 신당 추진 세력들은 즐길 수 있을까. 대답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정치적 무관심층을 정치적 관심층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만한 유인 요소가 필요한데 이런 유인력은 신당이 제시하는 방향성에서 비롯되기보다는 눈에 띄는 인물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무관심층이 ‘신당의 방향성, 가치’와 같은 추상적이고 해학적인 주장에 관심을 가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력 대권주자가 신당 추진 세력에 포함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 정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역 기반도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추진되는 신당 대부분은 이런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물론 이들 신당 추진 세력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새로운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할 수만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과연 그런 전략을 볼 수 있을지가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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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