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보고서 존중’ 밝히자 야권 ‘국민 존중하라’ 공격…‘안전기준 부합하나 결과 책임 안져’ 내용엔 비판론도
#IAEA 최종 종합보고서 발표, 신뢰성은?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7월 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안전성 검토 관련 종합보고서를 전달했다.
IAEA 보고서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결론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도쿄전력이 계획하고 평가한 바와 같이 오염수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보고서는 우리의 검토 과정에 중요한 이정표이지만 우리의 임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모든 이해 관계자가 검증된 사실과 과학에 입각해 방류 절차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투명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IAEA가 향후 10여 년간 검증과 평가를 지속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IAEA는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한 일본 정부의 요청을 받고 2021년 7월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2년 동안 부문별 중간보고서를 냈으며 이날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종합보고서는 130페이지 분량에 △기본 안전 원칙에 대한 평가 △안전 요구사항의 일관성 평가 △오염수 모니터링 및 분석 등 3가지 축으로 구성돼있다. 이를 다시 세부항목으로 나눠 일본 측이 수행하려는 방류 활동 계획이 각 항목에 부합하게 세워졌는지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기술돼 있다.
일본 정부는 IAEA 종합보고서를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명분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IAEA가 오염수 방류 방침에 지지 의사는 밝히지 않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뒤를 잇는다.
IAEA는 종합보고서 첫 장에 “본 보고서에 표현된 견해가 반드시 IAEA 회원국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핵공학을 공부하고 관련 기관에서 일한 한 관계자는 “앞으로 수십 년의 지구 환경과 인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결정에 명분을 제공할 보고서”라며 “그런데 IAEA는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하면서도, 방류 계획을 지지하거나 책임은 지지 않겠다고 한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보고서 내용도 제대로 된 검증보다 일본 측이 제공한 자료와 입장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관계자는 “핵심은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가 제대로 작동해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이 제거돼 수질이 깨끗해지느냐다. 그런데 보고서는 알프스 성능 설비 점검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잘 작동한다는 가정 하에서 시작한다”며 “또한 IAEA가 직접 조사한 내용보다 일본 측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부분이 많다. 제대로 된 검증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IAEA 보고서를 둘러싼 여러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보고서가 나오기 한 달 전 사실상 일본의 방침을 기정사실화했다’ ‘일본 정부가 IAEA 측에 100만 유로 정치헌금을 제공했다’ 등과 같은 소문들이다.
중국은 IAEA에 “성급하게 보고서를 낸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는 IAEA 보고서가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의 ‘부적’이나 ‘통행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태평양 도서국들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공방
IAEA 종합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당사국인 일본뿐 아니라 한국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7월 5일 최종보고서에 대해 “IAEA는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라고 공신력을 인정한 뒤 “(보고서)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향후 IAEA와 일본 정부가 제시한 실시 및 점검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안전성 점검 내용을 종합한 검토보고서를 7월 7일 공개했다. 오염수 대응 정부 TF를 이끄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정부 일일브리핑에서 “도쿄전력 오염수 처리계획이 계획대로 지켜진다면 배출기준과 목표치에 적합하며 IAEA 등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방 실장은 “우리 측 검토팀이 일본의 오염수 방출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관점에서도 점검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정부는 IAEA, 일본과 협의해 일본의 최종방류 계획을 파악하고 오염수 처리계획의 변동이 있을 경우 추가적인 검토를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제사회의 중추국가로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7월 4일 논평을 통해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추후 있을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쟁을 위해 선전·선동한다한들 귀 기울일 사람은 없을뿐더러, 오히려 국제적 망신만 초래할 뿐”이라며 “국제기구의 검증 결과가 나온 만큼 민주당은 이제 괴담 정치를 중단하고 오직 국민 안전을 위한 후속 대책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IAEA 최종보고서를 두고 “깡통 보고서” “백지 보고서” “일본의 맞춤형 보고서”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7월 5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IAEA 최종보고서는 검증 보고서가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용역 발주 보고서와 같은 수준”이라며 “우리 정부와 국민의힘은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7월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회의원·당협위원장·당직자 등 자체 추산 1500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회사에서 “대통령실은 IAEA 보고서 내용을 존중한다고 했고, 정부는 오염수 방출이 초래할 수 있는 위기를 감추는 데만 급급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존중해야 할 것은 IAEA 보고서와 일본 국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7일 방한 예정인 그로시 사무총장을 만나면 오염수 방류 안전성 관련 IAEA 보고서를 수용할 수 없다고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국민의힘을 향해선 국회 오염수 검증 청문회 개최를 즉각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여야가 한 치 양보 없는 충돌 모드로 돌입한 것은 내년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 때의 ‘광우병 트라우마’를 떠올린다. 자칫 민주당 프레임에 말릴 경우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주장을 ‘괴담’이라고 일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연이은 리스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은 대대적인 반격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내년 총선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무당층에 민감한 이슈로 여겨지는 만큼 당력을 총집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최고 인접국인 한국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격렬한 찬반 논쟁이 오가자, 일본 정부와 IAEA도 예민하게 바라보고 설득에 나서는 모양새다.
IAEA 종합보고서 전달을 위해 일본을 찾은 그로시 사무총장은 다음 행선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7월 7일부터 9일까지 2박 3일 일정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 주변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기시다 총리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7월 11~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의 개별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의 안전성과 감시 시스템 등을 윤 대통령에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라고 전해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뉴욕에서 약식회담까지 치면 이미 3번 이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런데 또 추진한다고 한다. 언제부터 기시다 총리가 한국 대통령을 이리도 찾았나”라며 “한국을 제외한 주변국들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만 찬성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방류에 힘을 받기 위해 한국에 공을 들이는 것 아니겠느냐. 거기에 윤석열 정부는 끌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본의 오염수 방류 준비는 끝났다. IAEA 최종보고서로 마지막 구색까지 갖췄다. 하지만 방류 시기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일본 지방선거 등 국내외 정치정세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보면 오염수 방류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임을 알 수 있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옹호하며 ‘과학’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연립여당 공명당조차 시기에 이견을 보이는데, 왜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찬성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일본의 결정에 한국 정치권이 갈라져 논쟁을 벌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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