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공’ 5500억 손실 반영으로 재무 악화 전망…차기 그룹 총수 거론 허 사장 경영능력 시험대
#바람 잘 날 없는 GS건설
GS건설은 올해 들어 잇따른 사고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지난 3월 GS건설이 시공한 서울역센트럴자이 아파트 필로티(건축물 하단부를 텅 빈 구조로 만들기 위해 세운 기둥)의 벽체 일부가 파손됐다. 서울시 중구는 지난 6월 서울역센트럴자이에 대한 안전진단을 진행한 결과 ‘안전’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역센트럴자이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하주차장 1·2층 슬래브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단테 아파트 시공사는 GS건설 컨소시엄으로 △GS건설 지분 40% △동부건설 지분 30% △대보건설 지분 30%로 구성돼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GS건설이 시공한 아파트가 연이어 사고에 휘말리자 GS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특히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붕괴 사고는 시공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7월 5일 검단신도시 사고 원인이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 등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은 검단신도시 사고 발생 후 한동안 입장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국토부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사고 수습을 위한 조치를 내놓았다. GS건설은 사고가 발생한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 전체에 대해 전면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재시공 단지는 총 17개동, 1666가구에 달한다. 또 철거공사비, 신축공사비 등 각종 비용으로 55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입장문을 통해 “시공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은 해당 5500억 원을 올해 상반기 결산 손실로 반영할 계획이다. 이는 GS건설 재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비용을 2023년 2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할 경우 대규모 손실 인식으로 인한 단기적인 영업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업장별 진행 상황 등에 따라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이 브랜드 경쟁력 악화 우려"
소방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허윤홍 GS건설 사장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그는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GS건설 대표이사는 허창수 회장이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허윤홍 사장이 맡는 것으로 전해진다. 허 사장은 현재 미래혁신대표와 신사업부문대표, 사업지원실장을 겸하고 있다. GS건설의 연구개발(R&D), 신사업, 사업 심의를 총괄하는 셈이다.
허윤홍 사장은 차기 GS그룹 회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GS그룹 1대 회장인 허창수 회장과 2대 회장인 허태수 현 GS그룹 회장은 모두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이 때문에 허준구 명예회장 일가의 장손인 허윤홍 사장이 차기 그룹 회장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이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6촌지간인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도 각자의 분야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기 회장은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허윤홍 사장은 그간 GS건설의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윤홍 사장은 최근 몇 년간 폐배터리, 주택 모듈러(조립식 주택), 해수 담수화 등 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건설의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756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047억 원으로 38.49% 늘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132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13.64% 상승했다. 모듈러 자회사 영국 엘레먼츠의 매출도 92억 원에서 118억 원으로 28.26% 늘었다.
하지만 이번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사고로 인해 허윤홍 사장의 경영 능력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GS건설은 5500억 원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남은 하반기 적극적인 수주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GS건설 브랜드 경쟁력에 금이 갔다. GS건설이 예전처럼 투자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권준성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주택브랜드 ‘자이’에 대한 평판 하락으로 인해 수주 경쟁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과거 유사한 사례를 살펴볼 때 대외신인도 하락 및 서울시의 부정적인 행정처분 전망 등의 요인으로 인해 회사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허윤홍 사장은 GS건설의 신사업을 성장시켰지만 아직까지는 건설 사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GS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 3조 5127억 원 중 78.76%인 2조 7666억 원이 건축·주택부문에서 발생했다. GS건설의 기존 건설 사업이 부진하면 신사업이 극적으로 성장하지 않고서는 역성장이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는 검단신도시와 별개로 GS건설이 시공 중인 83개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 적정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8월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며 경우에 따라 GS건설에 영업정지 처분도 내릴 수 있다. 국토부는 날을 세우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월 5일 “조사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전부 국민들 앞에 공개하겠다”며 “철저하게 원칙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의 행정처분 통지 효력 발생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GS건설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부실시공과 관련해 평판이 악화되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강남권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를 통해 국내 최상위권 수준을 유지하던 브랜드 경쟁력도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GS건설 관계자는 “현재 벌어진 일에 대한 수습을 최우선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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