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장 손실 등 유동부채 1조 원 넘어…영구채 발행으로 불 끄기, 효성 측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
#재무 리스크 불거진 까닭
효성화학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효성화학 주가는 7월 3일 9만 1800원을 기록한 뒤 점진적으로 내려오다 7일에는 8만 1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7일 장중에는 52주 최저가인 7만 7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효성화학 주가는 지난해 초 20만 원대를 기록했으나 올해 6월 초·중순에는 1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불안한 효성화학의 재무 구조가 꼽힌다. 1분기 기준 효성화학의 자본총계는 330억 원, 부채총계는 3조 2765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9940%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2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별도의 자본 확충이 없으면 자본총계가 쪼그라들어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석유화학부문을 떼어내 인적분할한 지 5년 만에 가장 큰 재무 리스크를 맞이한 셈이다.
효성화학에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 것은 베트남에 대규모로 조성한 화학단지 때문이다. 효성화학은 2018년에서 2021년 말까지 12억 8000만 달러(1조 6560억 원)를 투자해 LPG 저장소, 프로판탈수소화(PDH) 공장, 폴리프로필렌(PP)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하지만 PDH 공장 기계설비 결함으로 설비 정밀점검과 보수 작업이 반복되면서 손실이 지속됐다. 올해 1분기 효성화학의 100% 자회사인 베트남 법인 ‘비나케미칼’의 손실은 641억 원이었다. 지난해 비나케미칼 손실은 3137억 원으로 2021년(725억 원) 대비 333% 증가했다.
우발 채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7월 6일 효성화학은 비나케미칼에 130억 원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효성화학이 지금까지 비나케미칼에 채무보증을 선 금액은 1조 7125억 원에 달한다. 채무보증은 채무자에 보증을 서주는 것으로 잠재 채무로 불린다. 보증한 부분이 상환 불능 상태에 처하면, 보증을 서준 기업이 대신 상환 부담을 져야 한다. 1분기 기준 비나케미칼 자본은 마이너스(-) 715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336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는 45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기별로는 2021년 4분기부터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자본이 줄어들자 차입금도 늘었다. 효성화학의 차입금 의존도는 2020년 말 69.3%에서 올해 1분기 85.2%로 높아졌다.
일단 효성화학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급한 불을 끌 전망이다. 영구채는 만기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이다.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통상 영구채는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는 높고 발행 3~5년 이후 조기 상환이 이뤄진다. 증권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이 최대 15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7월 중 발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영구채가 흥행하지 않더라도 주관사가 물량을 떠안는 경우가 많아 자금 조달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
영구채 발행 등으로 자본잠식을 당장 피할 수는 있겠지만 재무 불안은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꾸준한 펀더멘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직은 재무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시가총액이 2600억 원 정도라 제 값을 받지 못하니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분기 기준 효성화학의 유동부채(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는 1조 7921억 원에 달한다. 유동부채 중 차입금 규모는 1조 3555억 원 정도다. 차입금에 따른 이자 비용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효성화학은 1분기 이자 비용으로만 420억 원을 썼다. 지난해 1분기(157억 원) 대비 168% 증가한 수준이다. 1분기 기준 효성화학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2938억 원이다.
베트남 공장이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은 긍정적이다. 효성화학 한 직원은 “베트남과 우리나라가 쓰는 자재가 달라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는 100% 가동률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는 인구는 많은데 도시화가 아직 진행되지 않아 잠재적 수요가 많은 시장으로 평가 받는다. 베트남법인은 하반기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증권가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앞서의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기야 하겠지만 위험요소가 계속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직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하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의 효성화학 직원은 “특화 제품을 중국에 대량 판매했었는데 일부는 수출이 막힌 상황이다. 내년까지는 안 좋은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최대 수요국인 중국이 석유화학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효성화학에는 위협요인이다. 실제 중국은 석유화학 설비를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경 중국의 에틸렌 등 기초유분과 중간원료 자급률이 100%에 달할 것이라 내다본다.
특히 PP의 경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며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효성화학은 PP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60% 정도를 차지한다. 앞서의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설비 증설에 나선 건 내수용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2024~2025년경 생산 능력이 상당히 늘기 때문에, 순 수출용으로 전환될 품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PP는 다른 품목 대비 중국의 증설 규모가 훨씬 크다. 때문에 PP 쪽에 진출한 업계의 회복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효성화학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구채 발행 규모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고 손익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차입금 의존도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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