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 생각했던 복도·계단 폭행 범죄 잇달아…잠금장치 없는 공동현관·CCTV 사각지대 노려
#노원구 아파트서 “죽기 싫으면 따라오라” 협박
7월 3일 0시 30분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 A 씨를 뒤쫓아 협박 및 폭행한 혐의로 30대 남성 B 씨가 조사받고 있다. B 씨는 A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이 아니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A 씨를 따라가 집으로 들어가려던 A 씨의 입을 손으로 막고 목을 졸랐다. 그리고 A 씨에게 “죽기 싫으면 따라오라”고 말했다.
또한 B 씨는 A 씨를 비상계단으로 끌고 가 폭행하기도 했다. A 씨의 비명을 들은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사이에 B 씨는 현장에서 달아났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추적 등을 토대로 B 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B 씨는 7월 7일 오후 5시 30분께 자진 출석했다.
조사 과정에서 B 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며 범행 전반을 부인했다. 그러나 피의자가 폭행하면서 성적인 발언을 했다는 진술이 피해자에게서 나왔다. 이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B 씨가 성범죄를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판단해 B 씨에게 간음 목적 약취 유인죄(미수) 혐의를 적용해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왕시 아파트서 성폭행 시도…남성 바지 내려가
7월 5일 낮 12시 30분께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20대 여성 C 씨를 때리고 성폭행하려고 한 혐의로 20대 남성 D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D 씨는 아파트 12층에서 버튼을 눌러 C 씨가 타고 내려가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D 씨는 10층 버튼을 누른 뒤 주먹과 발로 C 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멈추자, D 씨가 C 씨를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것이 확인됐다. 그 뒤 D 씨는 복도 옆 인적이 드문 계단으로 C 씨를 끌고 갔다. C 씨의 비명을 듣고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에게 덜미가 잡힌 D 씨는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D 씨는 피해자와 같은 동에 살지만, 평소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D 씨의 바지가 내려가 있었다”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D 씨는 피해자를 성폭행할 의도로 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했다. 남성이 타고 있거나 여성 여러 명이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는 그냥 보내는 등 10분 넘게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도 파악됐다. 현재 D 씨는 강간 치상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노원은 외부인 출입 쉬워…의왕은 이웃이라 불안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폭행 사건 현장을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외부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상태였다. 출입구는 총 2개인데, 두 곳에 모두 잠금장치가 없었다. 또한 복도 외부는 벽이나 창문 등으로 막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운동 신경이 좋다면 넘어갈 수 있어 보일 정도로 벽이 높지 않았다.
CCTV마저 촘촘히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CTV가 설치된 곳은 1층 출입구 두 곳과 엘리베이터 등이다. 범죄가 발생한 곳은 복도와 비상계단인데, 두 곳 모두 CCTV 사각지대였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은 “사생활 침해 우려로 복도에 CCTV를 설치하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엘리베이터와 입구 외에는 제대로 확인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기 의왕시 아파트 사건 현장에도 CCTV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해당 아파트에도 출입문과 엘리베이터 등에 CCTV가 설치되어 있지만, 복도와 계단에는 없다. 가해 남성은 피해 여성을 엘리베이터에서 복도, 계단까지 끌고 갔는데, 마찬가지로 CCTV 사각지대를 노린 셈이다.
한편 가해 남성의 퇴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의왕시 아파트 입주민들은 불만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입주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태다. 또한 가해 남성이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 관리사무소나 임차인대표회의 등에서 알려주지 않아 주민들은 불만과 불안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해 남성과 같은 층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가해자가 같은 층에 살고 있는 걸 안 뒤로 불안해졌다”며 “관리사무소에 문의해봤지만, 개인정보를 이유로 몇 호에 거주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원 사건처럼 잠금장치가 없는 곳은 당연히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의왕 사건의 경우 외부인 출입이 어렵기에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예방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 워치나 여성 안심 귀갓길 서비스처럼 여성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장치를 늘려, 홀로 범행에 노출될 기회를 줄여야 한다”며 “단순히 CCTV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범죄 예방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은 유지하고 위험한 장소와 시간 자체를 차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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