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이 다른 상호금융권 2배 넘어 위기설 돌 때도 정부 ‘팔짱’…“행안부 아닌 금융당국이 관리감독 해야”
지난주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조짐이 확산하자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은행권을 긴급 소집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유동성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과 산업‧기업은행은 최근 연이어 새마을금고와 RP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RP는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일정 기간 후 이자를 붙여 채권을 다시 되사는 것을 말한다. 이로써 새마을금고에는 모두 6조 2000억 원 가량이 지원된다.
정부는 지난 6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연신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날 정부는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 원 초과 예적금도 전액 보호하고, 필요시 정부 차입으로 유동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도해지했던 예적금을 재예치하면 당초 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원상복구 해주겠다고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원팀이 돼 대응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다”며 “금고 이용자분들의 귀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새마을금고에 대한 자금 지원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책임지고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연속적으로 지난 일요일까지 금융당국 수장들이 릴레이 메시지를 발표했고 이로 인해 금요일 오후부터 급격히 (뱅크런이) 진정되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일시적 불안에 (소비자들은) 휩쓸리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들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부동산 관련 업종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내줬다가 최근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이 늘면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미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올해 3월 기준 다른 상호금융권의 2배가 넘게 뛰어 위기설이 불거졌는데도 정부와 새마을금고 모두 손 놓고 있다가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가 금융감독기관의 관리시스템 내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체율이 타 상호금융기관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다는 것은 부실대출 관리가 잘 안 됐던 것이고,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새마을금고 주무부처를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지난 6월 기준 6.18%, 연체액은 12조 16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3.59% 대비 급증한 수치이자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새마을금고 전체 대출 가운데 56.7%를 차지하는 기업대출 연체율은 역대 최악인 9.63%에 달한다.
급기야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가 부동산 PF 부실로 인수합병 절차에 들어가며 해당 지점에 돈을 맡긴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달려갔다. 새마을금고에서 가입한 자녀 적금이 최근 만기됐다는 직장인 최영수 씨(가명)는 “시중 은행에 비해 높은 이율 때문에 새마을금고에 자녀 적금을 부었고 만기됐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여건이 안 돼 아직 찾으러 가지 못했다”며 “최근 뱅크런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니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예금자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달리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은 아니나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은행권과 동일하게 보장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각 지점이 독립법인이기 때문에 여러 새마을금고에 자금을 예치했다면 각각 5000만 원씩 보호받을 수 있다. 단, 출자금은 상호금융인 새마을금고의 자본금으로 예적금과 달리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은행권에 비해 10여 년 빠르게 예금자보호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그동안 시스템을 굳건히 갖춰왔기 때문에 일시적 불안에 휩쓸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금자보호제도가 심리적 안정 효과는 있으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이라며 “예금자보호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높은 금리 때문에 해당 금융기관에 맡겼던 취지가 무색해질 만큼 (지급 받기까지)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뱅크런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 탓도 크다. 새마을금고에서는 임직원이 저지른 횡령‧배임 등 사고가 계속 발생해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저지른 횡령‧배임‧사기‧알선수재 사고는 85건, 피해금액은 640억 9700만 원이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의 금융사고 건수는 총 210건, 피해액은 1982억 원으로 한 곳당 약 40건, 400억 원 안팎이었다.
타 은행이나 상호금융기관에 비해 연체율이 높은 것에 대해 의심의 시선도 존재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거나 위험하지 않은 곳에 대출을 주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우연히 재수 없어서 부실이 터진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오퍼레이셔널 리스크(Operational Risk)’라고 하는, 쉽게 말하면 돈 먹고 대출해 준 것이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련의 사태를 해결하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기관을 현재 행정안전부(행안부)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금융기관으로 출범한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 형태로 시작돼 그동안 행안부의 관리감독하에 있었다. 그러나 현재 새마을금고는 금융기관을 역할을 하므로 관리부처를 금융감독원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지용 교수도 “구조적으로 은행보다 높은 이율을 주려면 위험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해서 부실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새마을금고는 금융당국의 감독 범위에 벗어나 있기 때문에 부실 대출 관리, 리스크 관리, 내부 감사 관리 등이 잘 안 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 전체와 비교해도 연체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행안부 관리가 부실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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