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져야 하는데 오히려 연봉 급상승”…CJ그룹 “실적 바탕으로 종합적 평가”
CJ그룹 경영인들은 무엇보다 주가 관리에 소홀하다. 특히 CJ(주) 김홍기 대표(각자 대표)는 취임 이래 주가가 반 토막이 나 책임을 져야 할 일이지만 오히려 더 많은 보수를 챙기고 있다. CJ그룹 다른 계열사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CJ그룹의 디스카운트(저평가)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CJ그룹을 바라보는 증권가 시선은 점점 따가워지고 있다. CJ그룹 각 계열사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한 것이 그 증거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일 CJ가 실적 부진과 CJ CGV 증자 참여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목표주가를 9만 5000원에서 7만 6000원으로 내렸다. 삼성증권도 지난 11일 CJ ENM 목표주가를 기존 9만 9000원에서 8만 1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외에도 증권가에서는 CJ제일제당(60만 원→36만 원)과 CJ대한통운(13만 원→10만 5000원), 스튜디오드래곤(10만 원→7만 7000원) 등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CJ그룹 계열사의 주가에 먹구름이 끼자 각 계열사 경영진이 주가 부양을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선임된 각 계열사 대표들이 주가 방어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CJ그룹 계열사 대표들에게 주가부양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지주사 CJ(주)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주가하락을 겪고 있다. 2015년 한때 30만 원대를 오르내리던 주가는 현재 6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2018년부터 대표로서 CJ(주)를 이끄는 김홍기 대표도 주가 부양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가 취임했던 당시 주가가 12만 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김홍기 대표의 지휘 아래 주가가 반토막 났다.
실적이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CJ(주)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8년 1조 3324억 원, 2019년 1조 5091억 원, 2020년 1조 3903억 원, 2021년 1조 8818억 원, 2022년 2조 1542억 원 등으로 2020년을 제외하면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주가 부양에 실패한 김홍기 대표의 보수는 되레 폭등했다. 2018년 보수로 16억 9600만 원을 수령한 김 대표는 2022년 34억 2400만 원을 챙겼다. 4년 만에 보수가 2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 회장은 “경영인의 경영능력에서 실적만큼 중요한 게 주가다. CJ(주)와 같이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주가 부양을 위해 주주들이 납득한 만한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주가 흐름을 봐서는) 그런 노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CJ그룹 다른 계열사 사정도 비슷하다. CJ대한통운 주가는 최근 10년 새 23만 원대까지 상승한 적이 있지만 현재 7만 원대로 내려앉으면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CJ ENM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42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6만 원대로 7분의 1 수준으로 빠졌다. CJ제일제당 주가는 49만 원대까지 오른 적이 있었지만 28만 원대로 내려오면서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CJ프레시웨이도 한때 주가가 9만 원까지 상승한 적이 있지만 현재 2만 8000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특히 CJ CGV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계속 적자를 기록해 주가가 급감했는데 회사를 이끈 허민회 대표는 보수로 전년 5억 7300만 원 대비 159% 증가한 14억 8800만 원을 챙기면서 뒷말이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CJ그룹 각 계열사 경영진이 일반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를 위한 경영이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한 경영 판단을 내린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CJ CGV가 최근 발표한 유상증자 논란(관련기사 자회사를 ‘지분율 방어’ 해결사로…CJ(주), CGV 유증 대처법)도 CJ CGV의 경영진이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한 경영적 판단을 내린 데서 비롯했다는 시각도 있다.
CJ(주)는 오너 일가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갈리는 회사로 평가되고 있다. CJ(주)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는 흐름은 승계 작업을 하고 있는 오너 일가 입장에서 보면 유리한 현상이다. 현재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가 지주사 CJ(주) 지분을 늘려가면서 그룹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선호 경영리더의 안정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CJ(주) 지분 확보가 더 필요한데 CJ(주)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 지분 매입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김규식 대표는 “이중상장 등으로 인한 오너 일가와 일반주주들 이익이 상충하는 구조는 경영진이 어떤 경영적 판단을 내리든 오너 일가의 이익에 더 충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CJ그룹 오너 일가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각 계열사 경영진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CJ(주) 최대주주인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손경식 회장, 이미경 부회장,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 등은 회사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CJ그룹 계열사 경영진이 오너 일가의 이익보다 모든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영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오너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가를 누르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CJ그룹은 주주 권익을 위해 배당금을 늘리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각 계열사 대표이사의 보수는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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