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은 지난해부터 바얀 광산과 물라벤 광산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매각 대상은 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5개 회사가 보유한 바얀 광산 지분 20%(5개 회사 각 4%) 중 10%(5개 회사 각 2%), 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 등 4개 회사가 보유한 물라벤 광산 지분 5%(4개 회사 각 1.25%)였다.
발전사들의 광산 지분 매각은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전과 그 자회사는 바얀·물라벤 광산 지분 외에도 필리핀 SPC파워코퍼레이션, 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스복합 발전사업, YTN 등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발전사들은 지난 5월 31일 공식적으로 바얀·물라벤 광산 지분 매각 공고를 냈다. 인수 희망자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 발전사들은 이를 토대로 인수의향 금액, 재무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찰 적격자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발전사들은 홍보 자료를 통해 “바얀은 2022년 인도네시아 기업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로 석탄을 생산했으며 연간 생산량은 약 3890만 톤(t)”이라며 “물라벤은 호주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탄광으로 2038년까지 최대 연 2400만t의 원탄 생산 승인을 받았다”고 홍보했다.
광산 지분 매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장의 재무를 위해 회사의 미래 수익을 책임질 알짜 사업을 매각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발전사들이 바얀·물라벤 광산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은 적지 않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발전사들은 지난해 바얀과 물라벤 광산으로부터 배당금 및 용역 수익으로 1000억 원가량의 매출을 각각 올렸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바얀·물라벤 광산 지분 매각과 관련해 “석탄·원유·가스 등 발전 연료 국제 시세는 연초 대비 5배 이상 급등해 수익은 더 클 것으로 보이고, 가지고만 있어도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왜 팔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바얀·물라벤 광산은 일각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바얀 광산의 입찰 신청일은 6월 21일까지, 물라벤 광산은 7월 5일까지였다. 하지만 바얀·물라벤 광산 입찰 기한이 마감될 때까지 입찰 경쟁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소수만 인수의향서를 냈다. 발전사들은 구체적인 인수 희망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발전사들은 매각 일정 전면 수정에 나섰다. 발전사들은 바얀 광산 지분에 대해서는 재매각 공고를 발표했고, 물라벨 광산은 아직 재매각 진행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발전사 관계자는 “경쟁 입찰 시스템인데 입찰 희망자가 적어 경쟁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며 “바얀 광산은 매각 재공고를 진행하기로 했고, 물라벤 광산은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지켜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흥행 몰이가 실패한 배경 중 하나로 석탄 발전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당장의 수익성은 좋지만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바얀·물라벤 광산은 유연탄 광산이다. 유연탄은 석탄 발전에 주로 사용되며 도시가스나 코크스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석탄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은 좋지 않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보고서를 통해 “유연탄은 그간 러시아발 공급망 위협 및 유럽과 중국의 전력난 심화로 상승세가 지속됐지만 글로벌 세계 경기둔화 우려 및 저탄소 에너지원 선호 정책으로 인해 중장기 수요 측면의 하방 압력이 예상된다”며 “신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에너지원 정책 방향 등을 고려할 때 유연탄의 중장기 수요전망은 약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바얀·물라벤 광산 지분 매각에 실패하면 한전의 자구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발전업계에서는 바얀 광산 지분 10%의 가치를 2조 원 이상으로 평가한다. 한전이 지난 5월 발표한 재무개선안 규모가 25조 원임을 감안하면 바얀·물라벤 광산 지분 매각은 재무개선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발전사들은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매각은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다른 발전사 관계사는 “몇몇 곳에서 광산 지분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마 매각 자체가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금 인상분 반납하라굽쇼?' 한전 자구안 노사갈등 불씨 되나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자산 매각 외에도 자체적으로 자구안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5월 그룹 차원의 다각적인 고강도 자구노력 대책을 확대·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구안의 주요 내용은 △전력설비 건설의 시기 및 규모의 이연·조정 △업무추진비 등 일상적인 경상경비 최대한 절감 △2026년까지 조직 구조조정과 인력 효율화 단계적으로 추진 △임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분 반납 등이다.
이 중 ‘임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분 반납’과 관련해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전의 2급 이상 임직원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부 반납하고, 3급 임직원은 임금 인상분의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한전은 여기에 더해 전 직원의 동참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전은 노동조합에 동참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전력노동조합(전력노조) 관계자는 “한전의 실적 부진은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문제고,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한전이 적자를 거둔 것이며 일반 직원은 현장에서 노력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오는 가을 임금 협상이 완료되면 그때 노조와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