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발급 소송 2심 승소, 대법원 문턱 남아…연예계 “남자 댄스가수 설 자리 없어, 트롯 오디션 활용하면 어떨까”
7월 13일 서울고법 행정9-3부(부장판사 조찬영·김무신·김승주)는 미국인 스티브 승준 유(한국명 유승준)가 주 로스엔젤레스(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여권·사증발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고인 유 씨의 승소를 판결했다. 1심판결에서 패소했던 유 씨는 2심에서 승소하며 한국 입국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의 병역기피 행위에 사회적 공분이 있었고 20년이 넘는 지금도 원고에 대해 외국 동포 포괄적 체류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도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사안을 판단할 의무가 있어 오랜 합의를 거쳐 이 사건을 판결하게 됐다”고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병역을 기피한 외국 동포도 일정 연령을 넘었다면, 구분되는 별도의 행위나 상황이 있을 경우 체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옛 재외동포법은 외국 국적 동포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라도 38세가 된 때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지 않는 이상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명시한다”고 밝히며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참고로 현행 재외동포법은 외국 국적 동포의 체류자격 부여 기준 나이가 41세로 상향됐는데 이는 2017년 10월 개정됐다.
스티브 승준 유의 오랜 법정 투쟁의 시작점 역시 재외동포법이었다. 유 씨는 39세이던 2015년 주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발급이 거부됐다. 유 씨는 군 입대를 앞둔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이에 법무부는 그의 한국 입국을 제한했다. 이런 이유로 외교부도 비자 발급을 거부해왔다.
이에 유 씨가 주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한 건 위법하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와 LA 총영사관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해 판결이 확정됐다.
2020년 유 씨가 다시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LA 총영사관이 또 거절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가 비자 발급 거부의 절차적 위법성이니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해 합법적인 절차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유 씨는 2020년 10월 다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7월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후속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 법무부 등 유관 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본 입장과 달리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고 2심 판결을 받아들여 재외동포(F-4) 비자를 발급해줄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외교부와의 협의를 통해 법무부도 2002년에 조치한 스티브 승준 유의 입국금지를 풀어줄 수 있다. 그러면 빠른 시일 내에 한국 입국이 가능해진다.
반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스티브 승준 유가 승소할지라도 법무부가 입국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수 있다. 2심 판결이 스티브 승준 유에겐 상당히 큰 의미겠지만 아직도 넘어야 산이 많이 남아 있을 수 있는 것.
한편 2심 재판에서 LA 총영사관 측 변호인은 “원고가 신청한 사증 발급 신청서를 보면 방문 목적이 취업”이라며 “유승준의 사익보다 국방의 의무로서 가져야 할 공익의 가치가 더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2002년 스티브 승준 유의 돌연 미국행과 미국 시민권 취득을 두고 국내 여론이 매우 악화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방문 자체를 금지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하다는 여론도 분명 존재했다. 2015년 당시 유 씨는 아프리카TV를 통해 “나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면서 “한국 땅을 내 아이들과 밟고 싶다는 마음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하면서 동정론이 힘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유 씨가 신청한 비자는 국내에서 취업활동이 가능한 재외동포(F-4) 비자였다. “아이들과 함께 한국 땅을 밟고 싶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말과 달리 유 씨가 여권 발급을 신청하며 밝힌 목적은 취업이었다. 한국 연예계 컴백이 진정한 목적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유 씨는 유승준이라는 한국명으로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할 당시 큰 인기를 누렸으며 김종국, 차태현, 홍경민, 장혁, 조성모, 홍경인 등 1976년생 동갑내기 모임인 ‘용띠클럽’의 주축이었다. 유 씨는 한국 입국을 거부당해 20년 넘게 한국 연예계를 떠나 있었지만 ‘용띠클럽’ 멤버 상당수는 20년 넘게 큰 사랑을 받으며 연예계에서 활동 중이다. 유 씨 입장에선 충분히 다시 한국 연예계 컴백만 가능하다면 다른 ‘용띠클럽’ 멤버들처럼 스타로 재등극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면 연예계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직업군인데 스티브 승준 유를 향한 여론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예계에선 그런 여론을 감안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스티브 승준 유의 국내 연예계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유승준이 활동하던 1990년대 가요계와 달리 스티브 승준 유가 활동하려 하는 2023년 가요계는 K팝이 중심이다. 이젠 남성 솔로 댄스가수의 설 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 실제로 최근 활동하는 남성 솔로가수는 대부분 아이돌 그룹 출신이거나 트롯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다.
한 중견 연계기획사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 한국 연예계에 돌아오려고 준비 중인지 모르겠지만 예전 모습으론 안 된다. 차라리 트롯으로 전향해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어떨까 싶다”며 “실력만 된다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예심을 통과해 본선 무대에 서면 된다. 방송국 입장에서도 정식으로 참가 신청해 실력으로 본선에 진출하면 자신들이 캐스팅한 게 아닌 터라 부담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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