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스레드가 정식 출시되던 날 저커버그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트위터에 게시물을 하나 올렸다. 똑같이 생긴 스파이더맨 둘이 마주 서 있는 그림이었다. 이는 스레드와 트위터가 유사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밈이었고, 사람들은 즉각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챘다. 바로 스레드가 트위터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걸었다는 의미였다.
스레드가 ‘트위터 킬러’ 혹은 ‘트위터 대항마’로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실제 스레드는 트위터와 상당히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게시물 하나당 글자수를 제한한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사진보다는 텍스트 위주로 소통한다는 점도 그렇다.
저커버그의 이런 전면전은 일단 성공을 거둔 듯 보인다. 출시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3000만 명이 가입하더니 5일 만에 가입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하면서 플랫폼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출시된 챗GPT가 세운 기록을 깬 것이기도 했다. 챗GPT 사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한 건 출시 후 두 달이 지나서였다.
사정이 이러니 현재 약 3억 5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트위터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을 터. 실제 스레드 출시 후 이틀간 트위터의 이용자 트래픽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으며, 여기에는 스레드의 출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타 측이 스레드를 개발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 지난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자 이를 의식한 메타 직원들은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의 텍스트 버전인 ‘인스타그램 노트’를 개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코드명 P92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별도의 독립적인 앱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결국 스레드라는 앱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스레드의 개발은 메타 입장에서도 사실 돌파구였다. 그렇지 않아도 마땅한 성장 동력을 얻지 못해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이 감소하는 등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어서 야심차게 내세웠던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스레드의 출시는 메타와 저커버그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전환점이었다. 특히 페이스북이 젊은 사용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플랫폼이라는 인식 때문에 고민이었던 메타는 스레드로 젊은 사용자들을 다시 붙잡아둘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스레드의 인기 비결은 뭘까. 먼저 가입 절차를 간소화한 점이 유효했다. 메타의 또 하나의 인기 플랫폼인 인스타그램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으면 다시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도 바로 스레드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 가입자 수는 16억 명이다. 다시 말해 인스타그램 가입자의 4분의 1만 스레드에 가입해도 트위터의 가입자 수를 넘어서게 된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팔로하는 계정을 스레드에서도 팔로할지 선택할 수 있으며, 스레드에 올린 게시물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직접 게시할 수 있다. 두 개의 앱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한 것이다.
다만 단점도 있다. 스레드를 탈퇴하려면 인스타그램까지 탈퇴해야 하며, 반대로 스레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스레드의 성공에 일조한 사람이 머스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더 정확히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보여준 혼란스런 태도 때문이다. 그동안 머스크는 돌발 발언, 갑작스런 대량 해고, 급격한 정책 변화로 사용자와 광고주들을 분노케 했다. 가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극우들의 계정을 복구했다는 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구독 요금제를 도입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차별화했다는 점도 불만을 샀다. 월 구독료는 8~11달러(약 1만~1만 4000원)며, 연간 구독료는 84달러(약 10만 원)다. 이에 따라 현재 하루에 볼 수 있는 게시물 수는 유료 인증 계정의 경우에는 6000개, 무료 미인증 계정의 경우에는 600개, 신입 미인증 계정은 300개로 제한되어 있다. 이 밖에도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게시글을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 있으며, 고화질의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고, 광고 없이 이용할 수도 있다.
스레드와 트위터는 매우 유사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도 있다. 따라서 현재는 어느 플랫폼이 더 우월한지 콕 집어 말하기 쉽지 않다. 먼저 가용성 측면에서는 트위터가 우세하다. 예를 들어 트위터는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도 접속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지만, 스레드는 현재 앱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즉, 전적으로 모바일 환경에서만 접속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의미다.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제한된 기능만 제공하며, 단순히 스레드 앱의 안드로이드 또는 iOS 버전을 다운로드하도록 안내만 하고 있다.
트위터와 달리 플랫폼에 광고가 표시되지 않는다는 점은 스레드의 장점으로 꼽힌다. 저커버그는 스레드가 약 10억 명의 사용자를 달성할 때까지는 광고를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까운 시기에 이 정책은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트위터를 떠난 광고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제 스레드가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와 유력 언론사들이 대거 스레드에 계정을 만들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컨설팅 회사 ‘옴디아’의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수석 분석가인 매튜 베일리는 “저커버그는 트위터에서 이탈한 광고주들을 낚아채고 싶어한다. 이러한 브랜드 친화적인 환경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트위터와 다른 스레드의 특징으로는 개인 메시지(디엠)을 보낼 수 없다는 점, 해시태그 기능이 없다는 점, 블로그와 같은 외부 플랫폼에 스레드에 올린 게시물을 공유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레드가 여러 면에서 트위터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에 분개한 트위터 측은 곧장 스레드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트위터 측 변호사이자 머스크의 ‘절친’이기도 한 알렉스 스피로는 “스레드가 의도적으로 트위터 전 직원 수십 명을 고용했다” “영업 비밀과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즉시 트위터의 영업비밀이나 다른 극비정보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스레드 측은 “스레드 엔지니어링 팀의 그 누구도 트위터 출신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 소송의 쟁점은 결국 트위터가 지적재산권 침해를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머스크는 이런 논란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경쟁은 괜찮다. 부정행위는 그렇지 않다”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스레드의 성공 여부를 아직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반독점법 문제가 그렇다. 현재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거느리고 있는 빅테크 기업으로,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특정 기업이 독점적으로 수집 및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규제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스레드가 아직 유럽에서 출시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때문에 출시가 보류된 상태로, 9월쯤 출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DMA는 거대 빅테크 기업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플랫폼 간 개인정보 결합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호주 커틴대학의 타마 리버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만 확실하게 처리된다면 스레드는 트위터와 싸울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트위터의 현재 단점을 대체할 수 있다면 머스크의 왕관을 훔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과연 스레드는 견고한 트위터라는 성을 무너뜨리고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옥타곤 ‘현피’는 물건너가나…‘머스크 vs 저커버그’ 신경전 타임라인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신경전은 사실 스레드 출시 전부터 시작됐다. 트위터의 한 사용자가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는데 조심하라”고 말하자 머스크는 “나는 종합격투기(Cage Fight)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위치를 보내라”고 응수했고, 다시 머스크는 “진심이라면 해야지.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답했다. 옥타곤은 UFC대회가 열리는 팔각형의 링을 의미한다. 이에 두 거물 간에 실제 격투가 성사될지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지만, 아직 성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짓수에 심취해있는 저커버그는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주짓수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머스크 역시 주짓수 훈련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격투기를 연마하는 등 남다른 운동신경과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체격 면에서는 머스크가 한 수 위다. 머스크가 187cm의 거구인 데 반해 저커버그는 171cm의 단신 축에 속한다. 다만 나이는 저커버그가 열세 살 더 어리다.
둘의 설전은 스레드 공개 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패스트푸드 업체 ‘웬디스’가 스레드 계정을 통해 “헤이, 저커버그(@zuck), 진짜 그(머스크)를 화나게 하려면 우주로 가야 해, 하하”라는 게시물을 올렸고, 이에 저커버그가 웃는 이모티콘으로 답하면서였다. 여기서 우주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의미했다.
이 대화 내용을 한 트위터 사용자가 캡처한 후 ‘일론: 언론의 자유를 수호(Protect free speech), 저커버그: 브랜드 입장을 수호(Protect brand speech)’라는 글과 함께 올리며 머스크 편을 들었다. 이 게시물에 머스크는 “이 플랫폼(트위터)은 특히 이런 이유 때문에 익명성을 보호할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는 이어서 “저크는 약골(Zuck is a cuck)”이라는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는 더 나아가 “성기 크기 대결을 제안한다”라는 글과 함께 줄자 이모티콘을 올렸다.
이런 도발에 저커버그는 사진으로 응수했다. 인스타그램에 UFC 챔피언들과 훈련 중에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상의를 탈의한 저커버그의 복근은 탄탄했으며, 미소를 지으면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사실 둘 사이의 갈등의 역사는 깊다면 깊다. 처음부터 둘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다. 2014년, 저커버그는 팔로알토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머스크를 초대해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페이스북의 인공지능(AI) 개발팀 직원 두 명도 함께 있었다. 자연히 대화 주제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것이었고,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인공지능의 유용성에 대해 의견 충돌을 보였다. 인공지능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한 저커버그와 달리 머스크는 위험하다고 주장하면서 “인류의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맞섰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신경전은 2017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도 이어졌다. 당시 저커버그는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는 머스크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많은 분야에서 인류에 기여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야기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건 무책임한 말이다. 어떻게 그런 말을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한단 말인가”라고 비난했다.
이는 분명 머스크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머스크 역시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저커버그와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2016년에는 스페이스X의 로켓이 폭발하면서 둘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당시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시험 중이었던 ‘펠컨9’ 로켓에는 페이스북의 첫 인공위성인 ‘아모스6’가 탑재돼 있었다. 저커버그는 이 위성으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 무료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 꿈이 로켓 폭발로 산산조각이 나자 저커버그는 “너무 실망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고, 사람들은 저커버그의 이 발언을 두고 평소 머스크에 대해 갖고 있던 불편한 마음을 표시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2018년에는 머스크가 저커버그를 한방 먹일 기회가 찾아왔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페이스북이 진퇴양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2014년, 알렉산드르 코건 케임브리지대 심리학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앱을 통해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상대로 성격테스트에 참여하도록 유도했고, 이를 통해 27만 명의 개인정보와 그들의 친구 목록에 있는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문제는 이 정보가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돈 받고 팔렸다는 사실이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전세계 수많은 정치인들에게 자문을 했으며, 이렇게 수집 및 분석된 개인 정보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에도 전달됐다. 그리고 트럼프 측은 이를 이용해 맞춤형 선거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즉각 ‘페이스북 삭제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이런 기회(?)를 가만히 보고 있을 머스크가 아니었다. 머스크는 당시 “페이스북을 삭제합시다”라는 한 남성의 게시물에 “페이스북이 뭔데?”라는 댓글을 달았다. 마치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조롱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머스크는 “남자라면 페이스북의 스페이스X 페이지를 삭제해야 한다”라는 한 트위터 사용자의 게시글에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알겠다”라고 말한 후 즉각 계정을 삭제해버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른 팔로어들이 “테슬라 페이지도 있다”라고 부추기자 바로 테슬라 계정도 삭제해버렸다. 당시 페이스북의 테슬라 팔로어는 약 200만 명이었다.
그해 말 머스크는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도 없애 버렸다. 평소 머스크는 인스타그램이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면서 반감을 표시했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