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조 요구 이어 원희룡 공수처 고발…국민의힘 정치적 음해라며 ‘민주당 게이트’ 맞불
#‘밀리면 낭패’ 여야 총력전 채비
사건 발단은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월 8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양평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을 공개했다. 고속도로 종점은 기존의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총연장 규모는 29km로 기존 27km에서 2km 늘어났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통해 변경된 강상면 종점 노선(대안1)과 기존의 양서면 종점 노선(대안2)의 수용·공급, 입지 등을 비교·검토한 내용을 첨부했다(관련기사 [단독] “4년 임기 동안 없었던 노선” 전직 양평군수가 본 김건희 일가 부동산 특혜 의혹).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처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는 양평군 강상면 일대에 토지를 보유했다. 그 규모는 29개 필지(3만 9394㎡·약 1만1937평)에 달한다. 민주당은 202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까지 통과한 기존안이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뒤바뀐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2022년 3월 9일 당선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종점을 변경하려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7월 1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변경안은 인수위 시기에 국토부 자체 용역을 통해 마련됐고, 양평군에 제안한 것도 국토부였다고 한다. 인수위 1호 과제가 대통령 처가 특혜 몰아주기였나”며 “사태 본질은 예타까지 통과한 고속도로 종점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대통령 처가의 땅 근처로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면 당당하게 그 경과를 밝히면 된다. 국정조사를 시작하자”고 요구했다(관련기사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특혜 의혹’ 원희룡 국토부가 먼저 노선 검토 공문 보냈다).
국민의힘은 맞불 작전에 나섰다. 7월 11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소속의 정동균 전 양평군수를 비롯해 김부겸 전 총리, 유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원안 노선이었던 양평군 양서면 땅을 보유 중이라는 관련 언론 보도를 인용, 이를 ‘민주당 게이트’로 명명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양평군) 강상면 종점 노선은 민주당 주장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에서 검토가 시작된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시절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받은 민간 업체가 제시한 안으로 밝혀졌다”며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문재인 정권이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의 부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기획했단 말인데 정말 황당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굳이 이 문제를 게이트로 명명하고 싶다면 ‘민주당 양평군수 게이트’로 이름 붙이는 게 더 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월 13일 정동균 전 양평군수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예타 조사 발표 전 ‘부동산 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20년 살아온 맹지 주택 진입로 확보도 부동산 투기냐”며 “제가 20년째 사는 아신리 집은 사방이 다른 사람 땅으로 둘러싸인 맹지여서 저희 집을 가로막고 있던 땅 주인이 저밖에 살 사람이 없다고 해서 사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평군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대통령 부인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면 정부여당은 치명상을 입는다. 반대로 공세를 제기하는 민주당이 ‘헛발질’을 할 경우 그 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 공방이 총선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동시에 거대 양당이 당력을 모아 총력전 채비를 갖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수시로 여론을 체크하며 양평군 논란의 추이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상면 종점 언제 처음 논의됐나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는 양평군이 수년간 양서면 종점의 원안만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 전 군수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 발견됐다. 2018년 2월 발간한 ‘양평군 2030 기본계획’에 강상면 노선과 유사한 방안을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계획안에는 ‘국도 6호선 혼잡완화를 위해 서울~양평고속도로(구 하남~광주 간 연장)를 계획했다’고 명시돼 있다. 강상 분기점(JCT) 설치만 빼면, 국토부가 추진하는 대안 노선과 거의 일치한다.
하지만 기본계획안에 담긴 건 실질적인 도로계획이 아니라고 한다. 양평군 관계자는 “기본계획에 담겨 있는 내용은 용역을 거쳐서 구체적으로 노선을 선정한 게 아니다”며 “그 지역에 도로가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선을 그려 넣은 것뿐이다. 국토부에서 공식적으로 노선을 선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양서면 종점을 공식화해왔다. 2017년 1월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제1차 고속도로 건설 계획 중점추진사업’에 포함되며 국책사업이 됐다. 이후 2019년 3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됐고,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종점은 모두 양서면이었다.
강상면 종점이 등장한 건 윤 대통령 집권 전후다. 2022년 3월 15일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국도 타당성조사(평가)’를 위해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를 용역업체로 선정했다. 5월 19일 용역업체는 강상면 종점을 최적 노선 후보로 제시하는 중간 보고서를 제출했다.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약 55%가 바뀌고 종점까지 변경됐다.
7월 12일 원희룡 장관은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에서 “취임 사흘 뒤 용역업체로부터 중간 보고서를 받았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계획안을 3일 사이에 내가 다 바꿔 끼웠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2021년 4월 예타안이 통과된 직후인 5월 민주당 양평군수가 강하 나들목(IC) 설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원 장관은 “문재인 정부였던 2022년 3월 시작된 타당성 조사에서도 원안의 문제점을 제시하며 강하면·강상면·양평읍 연결안을 제시했다”며 “예타안이 통과된 후 타당성 조사에서 노선이 바뀌는 경우가 절반 이상으로, 최근 20년간 24개 사업 중 14개가 예타 이후 타당성 조사에서 시점과 종점이 바뀌었다. 타당성 조사에서 더 좋은 안이 나왔는데 예타안을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감사원 감사감이고 수사감”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민주당 주장 전면 반박
7월 13일 국토부는 경기 양평군 강하면에서 간담회를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해명했다. 이날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은 △나들목(IC) 설치 △환경 피해 최소화 △종점 위치의 적절성 △교통량 등을 고려해서 종점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대안 마련 과정에서 국토부 의견은 없었고 그런 의견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며 “종합적인 기술적 검토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부사장은 종점을 바꾼 것에 대해선 “착수보고서를 작성한 두 달간 민자유치 가능성과 예비타당성 결과까지 모두 고려해 대안 노선을 정한 것”이라며 “두 달이면 사업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원안에 IC를 추가하는 안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인접한 도로의 선형이 구불구불하고 교통량도 적다.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아 (IC를) 붙이기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강상면 종점에 대해서 비용편익분석(B/C)은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사장은 “교통량만이 아닌 편익 등을 반영해 B/C를 산정해야 하기에 아직 그것까지는 분석하지 않았다”며 “주민설명회 등 과정을 거쳐서 노선이 어느 정도 결정됐을 때 분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B/C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검토가 끝난 뒤 분석하는 것”이라며 “사업비는 대동소이한데 교통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돼 예타안보다 B/C값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7월 13일 민주당 경기도당은 원희룡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들은 “원 장관이 지난 2019년 예타 대상 사업 발표 때부터 유지돼 오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양서면 노선을 윤석열 대통령 처가에 특혜를 줄 목적으로 대통령 처가 땅이 소재한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하도록 직무권한을 남용했다”며 “원 장관은 국가 및 지방 행정력을 대통령 처가의 사익을 위해 사용되게 하는 것은 물론 국토부와 양평군 공무원들이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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