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시달리다 업무 중 뇌출혈 쓰러져…감찰 요구했으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혐의 종결
#병원 가면 빈자리 촬영해 근태불량 신고
인천경찰청 중부경찰서 최지현 경사는 2017년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다 어깨 관절 조직이 파열되는 등 부상을 입어 언론에서도 '시민을 구한 영웅'으로 여러 번 소개된 인물이다. 업무상 공상을 인정받았으나 재활치료비 일부만 지원받은 탓에 약 2년 동안 4000만 원의 빚을 진 사연까지 많이 알려졌다.
최 경사가 그 후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며 2023년 3월 인천청의 감찰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의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일기 및 병원진단서 등까지 제출했으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됐다. 결국 최 경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따돌림 행위는 2022년 7월부터 심해졌다고 한다. 최 경사는 동료들 누구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아 식사도 늘 혼자 하는 등 외톨이로 지냈다고 주장했다. 병원에 자주 다니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본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은 그가 병원에 가면 빈자리를 촬영해 근태불량 등으로 감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최 경사는 아픈 몸을 이끌고 몇 차례 감찰에 불려가야 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동료들의 신고에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동료들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대화 도중 "나도 병원 가고 싶네" 등의 비꼬는 반응이 돌아오며 상처만 커졌다.
이렇다보니 몸 상태는 갈수록 더 안 좋아졌다. 2022년 10월에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업무 중 뇌출혈로 쓰러지고 말았다. 또 다시 입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직원들의 눈치를 견뎌야 했다. 결국 부서를 옮기게 됐는데 복직 후 짐정리를 위해 사무실에 돌아와 보니 책상이 통째로 옆 창고에 버려진 듯 방치돼 있었다.
#"감찰 '곧 마무리한다'는 대답만 4개월째 반복"
결국 최 경사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경찰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그는 업무에는 소홀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수배자 검거 전국 1위로 경장으로 특진했고, 외사계에서 근무할 때는 다문화2세 가정 캠페인 등을 열어 사회의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CCTV관제센터 관리팀장으로 부임해 부서 표창장도 받았다.
그런데 최 경사는 동료들의 행위만큼 감찰에 따른 상처도 컸다고 토로한다. 감찰의 진행상황과 처분 등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최 경사는 계속 먼저 전화를 걸어 진행상황을 직접 확인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본인이 모르는 사이 사건이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로 사실상 종결된 사실을 최근 파악했다.
처분의 정당성과 별개로 감찰 절차도 문제로 지적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또 다른 사건에서도 논란이 된 부분이다. 직속상관인 파출소장한테 80대 노인 접대를 강요받아 윗선에 신고했으나, 되레 근태불량 등을 이유로 감찰을 받게 된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 박인아 경위가 같은 문제를 제기했었다.
박 경위는 7월 10일 내부망인 '현장활력소'에 올린 글에서 "파출소장에 대해 제가 제기한 감찰이 종결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그마저 사흘 전 내부망에 파출소장 감찰의 진행 상황을 알려 달라고 쓴 글에 대한 답변을 통해 알게 됐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미흡한 규정이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 감찰규칙은 감찰관이 한 달에 한 차례씩 사건의 진행 상황 등을 진정인에 알리도록 한다. 하지만 '사건 관계인의 권리 침해 우려가 있으면 제외한다'고도 명시했다. 감찰관의 자의적 판단에 절차 및 결과의 통지 여부가 달린 셈이다.
최 경사는 "불편한 상황을 감내하고 계속 감찰에 전화를 걸어 진행상황을 물었으나 '곧 마무리한다'는 대답만 4개월째 반복됐다"며 "어느 부분이 미흡한지 등을 알아야 자료를 보완하는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조사가 연기되고 처분도 말없이 이뤄져 몹시 황당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인천청 청문감사실은 "청구인이 자료를 제출하면 추가로 계속 검토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저희가 직접 할 수도, 소청위가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 경사는 노무사를 선임하고 인권위 진정 및 민사소송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4개월 넘도록 진척된 사항이 무엇도 없다"며 "인권위 등 외부기관을 통해 피해 구제에 힘쓰겠다"고 털어놓았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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