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튼 부진 전망 속 석유화학 업계도 불황…DL케미칼 “이자비용 문제 없고 PB는 최대 실적”
DL그룹은 2021년 1월 대림산업을 지주회사인 DL(주)로 변경하고, 대림산업의 건설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을 각각 DL이앤씨(DL E&C)와 DL케미칼로 분할시켰다. 당시 DL그룹은 “DL케미칼은 저원가 원료기반의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윤활유와 의료용 신소재 등 스페셜티 사업 진출을 통해 글로벌 톱20 석유화학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해욱 회장이 상당 기간 석유화학 분야에서 근무한 것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이 회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부사장을 맡은 바 있다.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 이후
DL케미칼은 분할 1년도 되지 않아 초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섰다. DL케미칼은 2021년 10월 미국의 석유화학 회사 크레이튼 지분 100%를 16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조 88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크레이튼의 주력 제품은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크레이튼의 바이오 케미칼 생산 능력도 연 70만 톤(t)에 달한다. DL케미칼은 지난해 3월 크레이튼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DL케미칼은 1조 원이 넘는 크레이튼의 대출도 대환했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 인수에 무려 3조 원가량을 투입한 셈이다.
DL그룹에 따르면 크레이튼은 DL케미칼에 인수된 지난해 3월 15일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매출 2조 3778억 원, 영업이익 2924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M&A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비용과 재고자산 및 유무형 자산 평가에 따른 추가 비용 인식으로 실 영업이익은 506억 원이었다. 크레이튼은 올해 1분기에도 매출 6629억 원, 영업이익 90억 원을 거뒀다. 크레이튼의 선방은 DL케미칼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DL케미칼의 매출은 2021년 1조 6045억 원에서 2022년 4조 5593억 원으로 284.16%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4억 원에서 1910억 원으로 58.64% 상승했다.
하지만 크레이튼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IBK투자증권은 크레이튼이 올해 2분기 397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이튼에 대해 “주력 시장인 북미·유럽의 수요가 감소하며 전반적인 판매 물량이 감소했고, 플랜트 가동률 축소로 고정비 부담이 증가했다”며 “원재료 CTO(침엽수 크라프트 펄프화 공정 부산물)가 펄프 업체들의 가동률 감축·폐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감소, 신규 바이오 디젤향 CTO 정제 설비 증설 확대 등의 이유로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크레이튼에 대해 “폴리머 사업부문 판가 하락, 케미칼 사업부문 판매 부진에 따른 가동률 조정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이튼 실적 부진은 DL케미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 인수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억 5000만 달러(약 1조 1200억 원)를 빌린 데 이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8억 50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금융 약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DL케미칼의 부채총액은 2021년 9월 말 1조 5942억 원이었지만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5조 5050억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 역시 2021년 9월 말 70.72%에서 올해 3월 말 251.72%로 상승했다.
DL케미칼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이자비용도 증가했다. DL케미칼이 이자로 지급한 비용은 2021년 135억 원에서 2022년 1285억 원으로 10배가량 늘었다. DL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도 464억 원을 이자로 지급했다. DL케미칼은 올해 1분기 18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도 73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DL케미칼로서는 크레이튼이 이자비용 이상의 흑자를 거둬야만 인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사실 크레이튼의 지난해 실제 기록한 영업이익 506억 원도 늘어난 이자비용에 대응하기 부족하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서는 크레이튼의 적자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DL케미칼의 재무부담은 2022년 들어 크레이튼 인수 과정에서의 자금 지출과 차입금 편입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크레이튼 인수에 이어 2023년에는 카리플렉스(DL케미칼 자회사) 싱가포르 공장 증설 관련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단기간 내 재무부담 축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DL케미칼의 다른 사업도 불안
문제는 DL케미칼의 다른 사업도 세계적인 석유화학업계 불황으로 인해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DL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폴리부텐(PB) 등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둔화로 인해 판매가가 하락세에 있다. DL케미칼에 따르면 HDPE, LLDPE, PB 등 제품의 2022년 평균 수출 가격은 1t 당 213만 9000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평균 수출 가격은 1t 당 185만 9000원으로 13%가량 하락했다. 그나마 PB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폴리에틸렌은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DL케미칼의 핵심 계열사인 여천NCC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천NCC는 1999년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이 통합해 탄생한 합작법인이다. 그런데 여천NCC는 지난해 3867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며 적자 전환했고, 올해 1분기에도 45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천NCC의 매출도 지난해 1분기 1조 6119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 5119억 원으로 줄었다.
여천NCC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폭발사고로 인해 지역 시민단체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2월 전라남도 여수시 여천NCC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크게 다친 바 있다. 여천NCC가 불량 부품을 사용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최근 밝혀지면서 여천NCC와 DL그룹을 향한 여론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민주노총 여수시지부는 지난 7월 14일 “(여천NCC는) 지금이라도 당장 공장을 멈추고 불량부품과 노후설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국과수의 원청과실이라는 감정결과 앞에서도 여천NCC는 법률기술자들을 고용하여 책임을 면할 궁리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여천NCC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권한을 갖고 있다”며 “(여천NCC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면 한화나 DL의 실제 오너가 이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DL케미칼 관계자는 “이자비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크레이튼 인수 당시 국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장기·저금리의 좋은 조건으로 인수자금을 대출받았다”며 “시황 악화에도 DL케미칼, 크레이튼, 카리플렉스 등 주요 회사 실적은 동종 업계 대비 우수하며 특히 DL케미칼의 PB는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천NCC와 관련해서는 “여천NCC는 독립 경영을 하고 있으며 여천NCC의 경영에 대해 DL케미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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