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진서, 신민준에 이은 영재입단 3호 설현준 8단도 농심배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며 첫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 밖에 베테랑 원성진 9단도 선발전 결승에서 신민준 9단을 따돌리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로써 올해 열리는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한국은 박정환 9단, 원성진 9단, 설현준 8단과 랭킹시드를 받은 신진서 9단이 출전하며 나머지 1명은 추후 후원사 시드 발표로 결정될 예정이다.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농심배는 프로기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전이다. 이유는 물론 상금 때문이다. 농심배의 우승상금은 5억 원이다. 현존하는 바둑대회 중 상금이 가장 많다. 한 국가의 출전 기사가 5명이니 우승할 경우 개인 당 대략 1억 원 내외 상금을 받게 된다. 국내 기전 중 가장 우승상금이 많은 대회는 GS칼텍스배인데 농심배에서 우승할 경우 그것을 상회하니 당연히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올해 대표선발전은 1차예선, 2차예선, 최종예선의 단계로 진행됐다. 도전장을 던진 기사는 총 223명. 랭킹 구간별로 시드를 배정해서 3장의 출전권을 놓고 약 70 대 1의 경쟁을 벌였다.
박정환 9단은 2014년 이래 12년 연속 출전하고 있다. 첫 출전한 대회에서 막판 2연승으로 우승을 결정지은 것을 시작으로 통산 5회 우승을 경험했다.
지난 14일 최종예선 결승에서 한승주 9단을 물리친 박정환은 “농심배에 12년 연속 출전하고 곧 있을 아시안게임에도 13년 만에 다시 출전하게 됐다. 오랫동안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농심배에서 한국팀에 최대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열린 또 다른 결승전에선 설현준 8단이 안성준 9단을 꺾고 출전권을 따냈다. 2013년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 설현준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얼떨떨하고 무척 기쁘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는 설현준은 “본선에서는 3연승을 목표로 하겠다. 최고의 기사들과 검토도 하고 중국과 일본의 정상급 기사들과 대국할 수 있는 기회라 기대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베테랑 원성진 9단은 일곱 번째 농심배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선발전 결승에서 천적(상대전적 2승 9패, 최근 8연패)이라 할 수 있는 신민준 9단을 만났지만 188수 만에 불계승했다.
원성진은 “최근 중국 선수한테 많이 지면서 성적이 좋지 못했다. 바둑팬들이 본선에 제가 올라 많이 우려하실 것 같다(웃음). 최대한 준비를 잘해서 특히 중국 선수들에게 꼭 승리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한 장 남은 와일드카드가 누구에게 주어질지도 관심거리다. 신민준 9단은 이미 지난해 받았다. 올해는 랭킹3위 변상일 9단과 5위 김명훈 9단이 거론되고 있고, GS칼텍스배 결승에 오른 최정 9단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본선 1차전은 10월 16~20일 중국 베이징에서, 2차전은 11월 30일~12월 4일 부산에서 열린다. 우승국이 가려질 3차전은 내년 2월 중국 상하이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주)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 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씩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다.
[승부처 돋보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예선 결승
흑 설현준 8단 백 안성준 9단 237수끝, 흑 불계승
[장면도1] 흑, 방향이 틀렸다
중반의 초입. 천원(天元) 부근에서 바람개비 모양으로 돌이 끊겨 치열한 공중전이 예상되는 장면이다. 흑1은 우측 백 4점의 허리를 짚어간 맥점. 하지만 이 장면에선 방향이 틀렸다. 백2·4로 중앙 흑 2점을 제압하니 흑이 싱겁다. 흑5에는 백6·8의 타개가 안성맞춤.
[정해도1] 전성기 이창호 9단처럼
흑1의 꼬부림이 두터운 수. 전성기 이창호 9단이라면 찾아내지 않았을까. 두텁고도 뭉툭한 이런 수를 이창호는 잘 찾아냈었다. 이래놓고 다음 백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재미있다. 백2로 좌하 3점을 움직이면 흑3~7의 강력한 차단으로 전투를 유도한다. 위아래가 모두 엷어진 백이 피곤한 싸움이다.
[장면도2] 백, 2점 잡고 망하다
골인 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장면. 국면은 백이 2집가량 리드하고 있다. 여기서 흑1로 나갔을 때가 문제의 장면. 안성준 9단은 재빨리 백2로 흑 2점을 잡고 중앙 백을 살았는데 이것이 성급한 수로 패착이 됐다. 흑5까지 백△ 2점이 흑의 수중에 들어가서는 역전이다.
[정해도2] 중앙 백은 살아있다
백1이 우측 백 우측 2점을 살리는 수. 흑2에는 백3으로 건널 수 있다. 다음 A와 B가 맞보기여서 중앙 백은 살아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