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피해는 수십 년 동안 고속도로 건설을 원했던 양평군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평군민들은 논의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요신문은 양평군민이 이번 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일요신문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양평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50명을 대상으로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여론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4%포인트)를 실시했다.
여론조사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나들목(IC)으로 어디가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변경된 강상면 종점이 42.4%로 기존의 양서면(40.8%)보다 1.6%포인트(p) 높은 것으로 나타나 두 응답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어디든 상관없다’는 11.7%, ‘잘 모름·무응답’이 5.1%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어릴수록 양서면을, 나이가 많을수록 변경된 강상면을 선호했다. ‘양서면 종점이 더 낫다’에 대해 20대(18~29세)의 절반이 넘는 52.6%가 답했고, 60대 이상은 35.0%였다. 반면 ‘강상면 종점이 더 낫다’는 응답은 60대 이상이 46.7%, 20대는 28.9%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IC 논란 문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안다’고 답한 양평군민은 91.3%에 달했다.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절반인 50.3%였다(‘어느 정도 알고 있다’ 41.0%). ‘모른다’는 7.9%에 그쳤다(‘별로 잘 모르고 있다’ 7.3%, ‘전혀 모르고 있다’ 0.6%).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대한 양평군민의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IC를 결정할 때 양평군민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와 ‘반영됐다’가 각각 47.0%와 45.2%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붙었다. ‘잘 모름·무응답’은 7.8%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보면 ‘매우 많이 반영됐다’가 26.5%, ‘조금 반영됐다’ 18.7%였다.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25.7%,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21.3%로 양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권역별로 보면 기존 종점부에 가까운 양서·서종·옥천면 응답자의 경우 절반인 50.0%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봤고, 변경 종점부에 가까운 강상·강하·개군면 군민들은 55.2%가 ‘의견이 반영됐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마찬가지로 기존 양서면 IC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66.7%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변경된 강상면 IC를 선호하는 이들은 60.7%가 ‘의견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쟁에 대해 양평군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어봤다. 이에 응답자 절반이 넘는 56.1%가 ‘의혹을 밝히기보다는 정치적 논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의혹을 밝히기 위한 논쟁’ 답변은 35.6%였다. 두 답의 격차는 20.5%p를 보였다. 이어 ‘기타’는 5.7%, ‘잘 모름·무응답’은 2.6%로 나왔다.
특히 IC 위치 선호별로 보면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뚜렷이 구분됐다. 변경된 강상면 종점부를 선호하는 응답자는 82.3%가 ‘정치적 논쟁’이라고 봤다. 반면 기존의 양서면 종점부 선호한다고 답한 군민은 65.8%가 ‘의혹을 밝히기 위한 논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희룡 장관이 사업 추진을 백지화하고 다음 정부에서 결정하게 하겠다고 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논란이 커도 이번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76.0%로 높았다. ‘논란이 커서 다음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12.5%에 그쳤다. ‘기타’는 8.5%, ‘잘 모름·무응답’은 3.0%로 뒤를 이었다.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여러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윤석열 정부가 결정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열망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IC 종점 결정을 지역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찬성’이 65.7%를 기록했다. ‘반대’는 27.5%에 그쳐, 두 응답은 38.2%p의 격차를 보였다.
IC 위치 선호별로 보면 기존 양서면 종점안을 선호하는 군민들은 ‘주민투표 반대’를, 변경된 강상면 종점안을 선호하는 이들은 ‘주민투표 찬성’ 입장이 높았다. 강상면 종점안을 선호하는 양평군민 89.6%가 ‘주민투표를 찬성’했다. 반면 양서면 종점안을 선호하는 응답자 중 52.4%는 ‘주민투표 반대’를 선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는 지역의 현안이기 때문에 면 단위 이해관계를 토대로 응답할 것이라고 봤다”며 “그런데 결과를 보니 고속도로 종점 IC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지역은 지역발전적 관점보다 정치적 관계를 반영해 응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관계자는 “기초단체 단위는 표본 추출이 어렵다. 이번 조사 개요를 봐도 유선전화 비율이 높다. 그럼 고연령층에 중산층, 양평군에서 오래 거주한 사람이 응답했을 가능성이 많다. 또한 양평군은 여권 성향이 강하다.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에 대해 양평군청 측에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계획에 종점은 나들목(IC)이 아닌 분기점(JC) 설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종점에 IC가 아닌 JC가 설치되는 계획인데, 일부에서 문항에 오해를 갖고 있다는 것.
실제 종점은 분기점이 설치될 예정으로 나와 있다. 다만 기존 양서면 종점과 변경된 강상면 종점 모두 인근에 IC가 위치해있다. 국민적 관심은 두 노선 중 어느 노선이 분기점을 지나 나들목을 빠져나가 양평군에 진입했을 때 이용자들의 편익이 높은지에 쏠려 있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이러한 점까지 고려해 여론조사에서 IC 선호도를 조사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조사대상 : 양평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표본크기 : 850명
표본오차 : ±3.4%포인트(95% 신뢰수준)
표집방법 : 성별, 연령별, 지역별 할당 후 무작위 추출
[셀가중]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2023년 6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조사방법 : 무선 29.8%·유선 70.2% RDD 방식을 이용한 ARS 여론조사
응답률 : 4.9%
조사기간 : 2023년 7월 15일 ~ 17일(3일간)
조사기관 : (주)한길리서치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