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외에 기대 효과 ‘갸우뚱’…하나금융 “비밀 유지 조항 있어 공식 입장 못 내”
#은행 의존도 낮추기, 1조 원대 투입 전망
지난 7월 13일 KDB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최종 입찰제안서를 낸 인수 후보자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배타적 협상권을 얻은 회사를 말한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다. 하나금융은 7월 7일 마감된 KDB생명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앞으로 상세 실사 절차를 거쳐 하나금융의 KDB생명 최종 인수 여부가 결정된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높다. 올해 1분기 하나금융의 순이익(1조 1095억 원) 중 약 88%인 9742억 원은 하나은행에서 나왔다. 1분기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는 60% 중후반대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성장성은 정체된 상태다. 증권이나 보험 분야에서 매출 비중을 높이면 금융지주 입장에서 수익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이 하나금융이 품에 안기면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생명과 합병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 경우 자산 규모가 커진다. 1분기 기준 하나생명의 자산총액은 약 6조 원으로 국내 22개 생명보험사 중 17위다. 같은 기간 KDB생명의 자산총액은 약 17조 원으로 업계 11위다. 두 기업의 자산 합계는 23조 원 규모로 현재 자산 규모 기준 업계 10위에 해당한다.
하나금융 입장에서 KDB생명 인수는 만만치 않은 딜이다. 우선 소요되는 자금이 상당하다. KDB생명 매각가는 2000억 원대로 예상된다. 인수 후에 나갈 돈은 더 많다. 1분기 KDB생명의 K-ICS(킥스)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01.66%다. 이는 킥스 유예조치를 적용받은 비율로 실제 지급여력비율은 47.68%다.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킥스는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의 비율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KDB생명이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를 맞추려면, 많게는 8000억 원까지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부담도 존재한다. 현재 K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2160억 원, 후순위채는 5290억 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금액 중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인정금액 비중은 32.1%다. 자본 구성을 바꾸지 않으면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자금을 조달해 차환해야 한다. KDB생명이 발행한 4건의 후순위채 중 439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세 개 만기일은 2028~2029년이다. 이자 부담도 있다. KDB생명이 발행한 후순위채 금리는 3.7~5.5%, 한 건의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7.35%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본총계에 대한 자회사 출자총액 비율이다. NICE신용평가는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이중레버리지비율 130% 이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수자금과 추가 투입자금 합계가 1조 2790억 원 이내여야 한다”고 밝혔다. 1분기 말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3.2%로 은행금융지주 평균(109.9%)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중레버리지비율 규제 범위에 다다르면 다른 계열사 지원이나 추가 인수 여력이 없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딩금융 도약을 노리는 하나금융에 사업 제약이 가해질 수 있는 셈이다.
#인수 기대 효과 의문 나오는 까닭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워낙 하나생명과 KDB생명의 규모가 작아 그룹에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 시장은 규모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나생명과 KDB생명이 합쳐져도 생명보험 시장 전체에 주는 파급 효과는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1분기 기준 수입보험료 순위는 하나생명이 9위, KDB생명이 11위로 오히려 하나생명이 높다.
상품 포트폴리오 확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KDB생명은 보장성 보험, 하나생명은 저축성 보험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하나생명도 최근엔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많이 늘렸다. 주력 분야가 겹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하나생명은 일반계정 기준 신규 판매 건수는 보장성 보험이 1만 3188건, 저축성 보험이 2364건으로 보장성 보험 비중이 약 85%다. 지난해에는 하나생명이 47만 3595건의 보장성보험, 1만 8437건의 저축성 보험을 신규로 판매했다. 보유계약 기준으로도 지난해 하나생명의 보장성 보험 계약 건수는 65만 2574건, 저축성 보험이 10만 5315건을 기록했다.
인수 후 장점으로 꼽히는 KDB생명의 전속설계사 조직도 챙겨야 한다. 4월 기준 하나생명의 전속설계사는 116명에 불과하지만 KDB생명은 1046명의 전속설계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1079명)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로 이탈하는 전속설계사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KDB생명이든 하나생명이든 대형사 대비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품이 많아 전속설계사 이탈이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영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GA를 인수하거나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명보험업황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도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에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보험연구원은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2015년 이후 8년간 생명보험은 네 번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구사회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생명보험산업의 저성장 장기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비밀 유지 조항이 있어 공식적인 입장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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