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 환매와 6%대 연체율 논란되자 “관리할 수 있는 수준”…가계부채 확대 속 이런 기조 유지되면 위험 지적도
한 시중은행 VIP 담당 직원 A 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새마을금고 고객이 직접 행동에 나설 만큼, 부실 우려는 실질적인 불안 요소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새마을금고 전체 대출 연체율이 올해 들어 6%로 치솟으면서 불안 심리가 극에 달했다. 7월 6일 정부와 금융당국이 급히 진화에 나서면서 뱅크런(Bankrun‧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새마을금고 등 주요 은행을 향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잠잠해지던 새마을금고를 향한 우려는 외신 보도를 통해 다시 불붙었다. 7월 10일 ‘로이터통신’은 국내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를 지원하기 위해 5조 원을 준비했다는 기사를 내보내 화제가 됐다. 로이터통신은 국내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새마을금고를 지원하기 위해 ‘환매조건부채권 담보부증권’(RP)을 통해 유동성을 준비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5개 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각각 1조 원씩 총 5조 원을 요구받았다고 보도했다.
바로 새마을금고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로이터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RP 유동화는 다른 시중은행이 도와주는 게 아니다. 새마을금고가 보유하고 자금을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가운데 채권도 있다. 새마을금고는 채권 유동화 방법의 하나로 보유한 극히 일부 RP를 환매해서 유동화한 것”이라면서 “RP 유동화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새마을금고 정도 기관 투자자에게 5조 원 정도가 아주 큰 규모는 아니다. 조달한 방식도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채권을 통해 한 것이고, 조달한 이유도 항간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새마을금고가 위기 상황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는 5조 원 RP 환매 외에도 여러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체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상호금융권 전체 연체율의 2.5배로 2023년 6월 기준 6.18%이다. 중앙회에 따르면 6월 말 새마을금고 예금 잔액은 259조 5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고, 연체액은 12조 1600억 원에 달한다. 연체액 기준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연체율이 높은 건 새마을금고 측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연체율이 다른 상호협동조합에 비해 높은 건 사실이다. 다만 이는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해 연체가 발생했는데, 새마을금고 내부에서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부실채권을 일부 매각하고, 연체 우려가 있는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2022년 연말부터 대규모 대출을 자제하고, 심사를 강화해 여신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라고 지침을 내려둔 상태다. 이런 변화의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에는 연체율이 하락하리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역대급 연체율조차 비정상적으로 관리해서 겨우 만든 숫자라는 지적도 있다. 7월 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아무리 연체율이 급해도 그렇지, 연체 대출 정상이자 10% 내면 정상 대출로 처리할 수 있고 바로 납입 유예하라고 공문 받았다. 90% 이자는 유예가 아니라 감면이다’라면서 ‘이러면 누가 앞으로 이자 낼까’라고 지적했다. 이에 ‘성실하게 이자 낸 고객들만 바보 만든다. 앞으로 누가 이자 내겠냐’, ‘금융위기 터지기 직전이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같은 글이 다른 커뮤니티로도 퍼지면서 위기론이 또 한 번 불붙게 됐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 생략된 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수가 어려운 대출에 대해 이자 일부를 줄여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대부분 금융사가 갖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그동안 보수적으로 이자 감면 기준을 갖고 있었는데, 연체율 관리와 취약자를 위해 일시적으로 그 허들을 낮춘 것이다. 일시적으로 낮춘 데다, 낮춘 수준도 타 금융권과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이자 연체가 있을 때 원칙대로 따지면 건설 사업장을 경매나 공매해야 한다. 만약 경매에 넘기면 얻을 수 있는 원금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PF 대주단 협약’이 있었다. 추가적 유동성을 지원하진 않더라도 이자 유예나 상환 유예 등을 해서 해당 사업이 최종적으로 잘되게 하자는 일종의 약속이다”라면서 “현재 건설 경기가 안 좋아 한시적 위기가 온 사업장이 많다. 이를 모두 경매로 넘겨 혼란에 빠트리는 것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줘서 완공되는 게 결과적으로 원금도 회수하고 국가적인 입장에서도 이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부실이 건설경기 탓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덕적 해이로 인해 무분별한 대출이 실행됐고, 연체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6월 1일 새마을금고 기업금융부 팀장과 M 캐피탈 부사장이 구속됐다. 이들은 신생 사모펀드에 거액의 투자를 해주면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7월 6일 검찰은 중앙회 2인자로 불리는 류혁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7월 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현 단계에서 범죄 혐의 일부 구성 요소에 다툴 여지가 있고, 도주 우려가 크지 않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류 대표는 새마을금고가 아이스텀파트너스(토닉PE)에 프로젝트 펀드 자금을 출자하는 과정에서 불법 알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6월 8일 1인자인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자택과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한 바 있어 사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개인의 일탈이라고는 하지만 중앙회 사람이 이권과 연관됐다는 것 자체가 면목이 없다. 새마을금고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라고 답변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새마을금고 등 은행권 부실 우려에 대해 ‘당장은 아니지만 계속 이런 기조가 지속되면 위험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가계 부채가 확대되고 있는데 당연히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은행권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건 매우 좋지 않은 신호라고 볼 수 있다”면서 “금리 인상 요인에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 묶어두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을 단행해서 대출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은행이 가계 대출을 실행할 때 소득이나 상환 능력을 더욱 보수적으로 면밀하게 보도록 주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로 인해 실행된 RP 유동화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은행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게 새마을금고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동결된 뒤 7월 13일까지 4번 연속 동결된 바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동결됐음에도 7월 들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6%를 훌쩍 넘겼다. 1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주담대 변동금리는 4.21~6.15%, 고정금리는 3.98~5.9%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금리(6개월 만기)는 4.42~6.29%였다.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로 인해 RP를 유동화하면서, 그 도미노 효과로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갔다고 보고 있다. 즉, 은행 대출 금리가 상승한 건 새마을금고가 채권을 팔면서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채권 금리는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3부터 14일까지 새마을금고가 속한 종합금융·상호 부문이 매도한 채권 금액은 약 5조 368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새마을금고가 말한 약 5조 원과 대체로 일치하는 액수다. 6월 한 달간 매도한 금액은 약 1조 656억 원으로, 7월은 6월에 비해 5배 정도 늘어난 규모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
‘독도’ 노래한 엔믹스에 일본서 역대급 반발…일본서 반대 청원 4만건 돌파
온라인 기사 ( 2024.11.18 09:45 )
-
동덕여대 공학 전환 사태에 동문들 “훼손 용납 안 돼” vs “근간 흔든다”
온라인 기사 ( 2024.11.17 16:06 )
-
한국 조선은 미국 해군 ‘구원병’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기사 ( 2024.11.19 16: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