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샘은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진태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생긴 빈 자리를 대신했다. 최근 부진한 실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샘의 경영은 주로 IMM PE에서 맡고 있지만 롯데그룹 출신 사외이사(최춘석 전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한샘은 IMM PE와 롯데에 인수된 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인수된 해인 2021년 692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2년 216억 원의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창사 이래 첫 적자였다. 지난 1분기도 15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기대했던 롯데그룹과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다. 한샘이 롯데그룹을 통해 올린 매출은 299억 원 수준으로 전년 7억 원에서 대폭 늘었지만 적자를 막지는 못했다.
부정적으로 변한 업황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혔다.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고조됐고 주택매매 거래량이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누적 매매 거래량은 50만 879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누적 매매 거래량은 22만 2000건으로 15%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샘의 부진은 롯데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롯데쇼핑은 한샘 인수를 위해 2595억 원을 투입해 확보한 IMM하임코인베스트먼트원 지분의 가치를 1410억 원가량 손실 처리했다.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주당 22만 2550원에 한샘을 인수했지만 현재 주가는 인수가의 5분의 1 수준까지 내려왔다. 롯데쇼핑은 추가 손실처리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한샘의 업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한샘에 대해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며 외형은 축소된 가운데 리모델링 사업부 전략 추진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5만 5000원에서 5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주택 거래량의 연내 회복이 어려워 이익 회복 가능 시점 또한 늦춰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샘 인수에 공을 들였던 신동빈 회장의 타개책에 눈길이 쏠린다. 한샘의 부진이 길어진다면 신동빈 회장의 한샘 인수 결정에 회의적인 시선이 쏟아질 수밖에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악화된 업황에 따라 실적이 부진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위기 속 3세 승계 ‘착착’
롯데그룹이 3세 경영을 위한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최근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12월 신유열 상무는 2023년 그룹 임원 인사를 통해 상무로 진급한 바 있다.
일본 롯데파이낸셜은 한국 롯데캐피탈 지분 51%를 보유한 회사다. 신유열 상무가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로 선임되면서 한국 롯데캐피탈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됐다.
신유열 상무는 지난 18일 열린 ‘2023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 앞서 롯데홈쇼핑 등 유통 계열사 사업장을 둘러보며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VCM에도 처음으로 참석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승계 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다. 신유열 상무는 승계를 위해 필요한 롯데지주 지분이 없다. 신유열 상무가 현재 일본 국적인 점도 국내 정서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신유열 상무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병역 면제 연령인 2024년 이후에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