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급일수록 환불 차주로 넘어가는 ‘수·목’ 비중 늘어…업계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일 등에 따라 결정할 뿐”
'일요신문i'는 2021년부터 2023년 7월 20일까지 기업공개(IPO)를 진행했거나 예정인 197개 종목의 일반투자자 청약일과 상장일을 분석했다. 이틀 동안 진행되는 일반투자자 청약일은 시작점이 월요일(67건)과 화요일(62건)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의 약 65%에 달한다. 상장일은 목요일과 금요일에 쏠렸다. 목요일은 62건, 금요일은 54건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약 59% 수준이다. 수요일을 상장일로 택하는 업체도 38곳이나 됐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은 22건, 21건으로 비교적 적은 편에 속했다.
흥미로운 건 공모가, 시가총액, 유통 금액이 높아질수록 수요일과 목요일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공모가 4만 원 이상인 24개 종목의 청약일은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 모두 7개 종목으로 동일했다.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5000억 원이 넘는 27개 종목에서 목요일~금요일에 청약을 진행한 종목의 비중이 26%까지 올라왔다. 이는 목요일~금요일 청약일 전체 평균보다 10% 높아진 수치다. 유통 금액이 3000억 원 이상인 14개 종목의 청약일은 월요일(5건), 수요일(4건), 목요일(4건)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시가총액이 1000억 원 이하인 종목 44개 중에서는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청약을 진행하는 종목이 75%에 달했다. 유통 금액도 300억 원 이하인 38곳 중에서는 79%가 같은 기간 청약을 진행했다. 공모가 1만 원 미만 종목 35개를 비교했을 때도 월요일과 화요일이 청약 시작일인 경우는 73%를 나타냈다. 전체 평균보다 약 10% 높아진 셈이다.
이러한 현상 탓에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몸집이 큰 공모주의 청약일을 의도적으로 수요일이나 목요일로 설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증권사들은 청약 불이행 방지를 위해 투자자들에게 증거금을 받는다. 이 증거금은 청약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증권금융 등에 예치된다. 이때 예치 이자율은 연 0.1% 정도다.
기관투자자에 좋은 평가를 받은 종목일수록 일반투자자의 증거금은 늘어난다. 최근 상장한 필에너지의 경우 증거금이 약 15조 원으로 집계됐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고, 미래에셋증권에서만 50만 명이 청약해 14조 원이 몰렸다. 필에너지는 수요일부터 청약을 시작해 증거금 환불일은 월요일이었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청약 마감일과 환불일 사이에 주말이 끼어 있다면 이를 포함해 증권사에 원리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이자 5600만 원 정도를 추가로 거둘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공모주 배분 후 차액을 투자자들에게 환불해주지만 청약 증거금 이자는 제외된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들이 청약 증거금 이자를 부당하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에는 공모주 대어가 잇따라 상장했다. 지난해 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증거금만 약 114조 원이 몰렸다. 단순 계산으로 증권사가 거둬들인 이자만 약 9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청약을 진행할 경우 일반투자자들에게는 불편함이 따른다. 배정 결과가 청약 종료 후 다음 날 나오기 때문에 차주에나 증거금을 환불받을 수 있다. 보유 현금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이너스 통장 등 단기 대출을 통해 공모주 투자를 하는 이들은 증권업무를 쉬는 주말 이틀간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증권사들은 최소 청약 주식 수를 높이는 방법도 취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증권사가 한국투자증권(한투)이다. 통상적으로 최소 청약 주식 수는 10주다. 증거금은 공모주 10주 가격의 절반이다. 한투는 지난해 3월부터 몇몇 종목의 최소 청약 주식 수를 상향했다. 지난 10일 진행했던 와이랩의 최소 청약 주식 수는 30주였다. 보통이었으면 4만 5000원만 있어도 청약이 가능했지만 이때는 13만 5000원이 필요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수요예측, 청약일 등의 일정은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일자, 발행환경 등에 따라 상장사와 주관사가 협의 후 결정한다. 시가총액, 유통 금액, 공모가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요일이나 증거금 이자 등이 청약 일정을 좌우한다고 보기 어렵다. 최소 청약 주수도 공모가와 공모 수량 등을 고려해 상장사와 주관사가 협의 후 정하는 사항”이라고 전했다.
국회에서도 문제점을 인지는 하고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청약 증거금을 투자자 예탁금에 포함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반 주식 매매시 사용되는 예탁금은 이자 및 운용에 따른 이익을 얻었을 경우 증권사가 고객에게 이용료를 지급한다. 공모주 증거금 이자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그러나 해당 법안은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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