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군 “연봉 상한선 변화 없이 직군 폐지 논의 이해 못해”…SK하이닉스 “결정된 바 없어”
SK하이닉스 한 직원은 “사측에서 오는 8월 전문직 직원들을 모아 (직군 폐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전문직군 폐지와 관련해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전문직군은 전문대 이하 졸업 후 정규직으로 입사한 직원이다. 전임직(생산직), 기술사무직(일반직)처럼 공식 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하며 대체로 비서, 서무, 사무지원 등의 업무를 한다. SK하이닉스에는 현재 330여 명의 전문직 직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와 노조 등에 따르면 2021년부터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노동조합(노조)을 중심으로 전문직 직원들의 처우 개선 목소리가 나왔다. 같은 해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노조는 자신들의 지회 내에 ‘전문직 분회’ 설립을 승인받았다. 즉 기존 기술사무직 노조 내에 전문직 분회가 설립된 것. 이후 전문직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문직군 처우 개선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지난해 전임직노조와 기술사무직노조가 함께 ‘전문직TF’를 구성했다. 그러던 차에 올해 SK하이닉스에서 전문직군 폐지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다른 직원은 “전문직TF를 구성해 처우개선을 이야기했더니 (사측에서) 전문직군을 없애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i’가 확인한 SK하이닉스 전문직 직원들의 소통 창구에는 전문직군 폐지 여부를 두고 하소연이 이어졌다. 이들은 소통창구에 “회사가 학력으로 해서 구별해 뽑아두고…문제가 이만저만 아니니 똥 싼 걸 이런 식으로 치우다니요” “(전문직 없애고) 기술사무직으로 전환하면 적어도 고년차의 경우 대리, 중년 이상은 과장이라도 고려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10~20년 차 넘어서 ‘사원급 대우’라니” “무늬만 바꾸고 전문직은 없애고 임금은 낮은데 고과는 치열하겠네요” 등의 불만을 털어놨다.
전문직 직원들은 직군별로 책정된 연봉 상한선 때문에 고연차 전문직 직원이 4년제 대학 졸업 공채 신입사원보다 연봉이 적거나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연봉 상한선은 그대로 놔둔 채 전문직군을 폐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직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SK하이닉스의 4년제 대학 졸업 신입사원 연봉이 5300(만 원)정도고, 전문직군은 연봉 셀링(상한선)이 약 5600(만 원)인 것으로 안다”며 “고연차인 전문직 직원은 4년제 대학 졸업 신입사원 연봉과 별 차이가 없다. (고연차 전문직 직원이) 그 위로 올라가기도(진급하기도)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직군을 폐지하면 연봉 기준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렇지 않으면 굳이 폐지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연봉 기준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연봉상한제를 포함해 (전문직 직원들의 처우개선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SK하이닉스 전문직 직원들은 대부분 직군 폐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기술사무직노조 내 전문직 분회에서 직군 폐지를 두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8일 기술사무직노조 측에 ‘전문직 직원의 인사 제반 영역에 대한 Care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직군 폐지에 대해 반대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논의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지난해 노조와 진행했던 임단협(임금·단체 협약)에서 전문직군의 처우개선 등을 논의했고 TF를 구성해 ‘(전문직군 처우에 대해) 어떻게 할지 논의를 이어가보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직원 관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전문직군 폐지를 논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전문직군 분회가 기술사무직 노조에 속해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문직군을 폐지해 전문직 직원들을 전임직 혹은 기술사무직으로 흡수시키면 직원 관리를 손쉽게 하고, 처우개선 등의 목소리를 와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협상권을 보장하면서 절충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업경영에 비용 절감, 생산성 증대, 직원 관리통합 등은 중요한 문제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일방적으로 노조의 협상권을 보장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경영에 주요 문제의 해결점과 (회사) 구성원 처우개선을 두고 절충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내부 구성원 간 틀어진 관계가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활동은 가치사슬(value chain)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내부 구성원 간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내부 마케팅이 불안정한 관계로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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