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정 전무의 사내이사 취임
부영유통과 비와이월드는 지난 몇 년간 크게 눈에 띄는 활동이 없었다. 부영유통은 제주도 부영호텔&리조트에 위치한 기념품 판매점으로 부영주택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부영유통의 규모는 크지 않다. 부영유통의 지난해 매출은 3억 4500만 원에 불과했다. 보유한 총 자산도 지난해 말 기준 11억 원뿐이었다.
비와이월드는 2015년 진해 복합리조트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부영주택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2015년 당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비와이월드는 경상남도와 손을 잡고 창원시 진해구에 5조 1000억 원을 투자해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문체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새 복합리조트 사업자로 영종도 투자를 제안한 ‘인스파이어 IR’을 선정했다. 경상남도는 문체부 심사에서 탈락한 후 독자적으로 진해글로벌테마파크 건설을 추진했지만 이내 사업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비와이월드 법인이 청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재까지도 법인은 유지되고 있다. 다만 비와이월드는 활동이 전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 일가인 이서정 전무의 부영유통과 비와이월드 사내이사 취임이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영그룹의 숙박·레저 사업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덕에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비와이월드의 주 사업목적은 숙박업이고, 부영유통도 숙박 업체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장 부영그룹 계열사 무주덕유산리조트의 매출은 2021년 290억 원에서 2022년 494억 원으로 70.34% 늘었다.
안 그래도 부영그룹의 주력 사업인 주택 사업은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해 전망이 과거와 같지 않다. 이와 관련, 김성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비우호적인 외부환경으로 당분간 임대주택의 분양전환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영그룹의) 분양 사업장 대부분이 지방에 위치한 점과 다소 미흡한 주택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할 때 당분간 분양 사업의 부진한 영업실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금융 사업에도 참여
이서정 전무는 캄보디아 부영크메르뱅크 이사로도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영크메르뱅크 홈페이지에 소개된 Director(임원) 명단에도 이서정 전무가 이중근 회장 자녀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영크메르뱅크는 부영그룹이 2008년 캄보디아에 설립한 은행으로 부영주택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영크메르뱅크는 지난해 매출 119억 원, 순이익 77억 원을 기록했다.
부영그룹은 부영크메르뱅크를 통해 핀테크 사업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캄보디아 정부도 부영그룹에 핀테크 관련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캄보디아 현지 언론 ‘더프놈펜포스트’는 지난해 10월 “온 포모니로스 캄보디아 재무부 장관은 부영그룹에 캄보디아 핀테크 시장에 더 투자할 것을 요청했다”며 “포모니로스 장관은 부영그룹이 캄보디아 경제에 투자하고, 캄보디아 기업에 추가 지원 및 협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업은 부영그룹의 주력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부영그룹 오너 일가의 금융업 경험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부영그룹은 1996년 부영대부파이낸스를 설립해 대부업에 진출한 바 있다. 이중근 회장은 1999년부터 부영대부파이낸스 사내이사로 활동했고, 이 회장의 차남 이성욱 천원종합개발 대표도 부영대부파이낸스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은 바 있다. 그러나 부영대부파이낸스의 매출은 수십억 원대에 불과해 부영그룹 실적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고, 2021년 소리 소문 없이 청산됐다.
이와 관련,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서정 전무는 기획본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며 “여러 기획 업무를 총괄하다보니 계열사 사내이사에 취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영그룹은 부영유통과 비와이월드를 통한 사업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여전히 오리무중' 부영그룹 후계구도는?
1941년생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슬하에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 차남 이성욱 천원종합개발 대표, 삼남 이성한 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장녀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 등을 두고 있다.
이중근 회장의 아들들이 부영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성훈 부사장은 미등기 임원 신분이다. 이성욱 대표는 천원종합개발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천원종합개발은 최양환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인 관계로 이성욱 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이성한 전 대표는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이서정 전무는 △(주)부영 △동광주택산업 △동광주택 △광영토건 △대화도시가스 △오투리조트 △비와이월드 △부영유통 △우정학원 △부영크메르뱅크 등 10곳 이상의 부영그룹 계열사에서 등기 임원을 맡고 있다. 이 중 (주)부영, 대화도시가스 등은 연매출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핵심 계열사다.
이서정 전무의 활동이 눈에 띄지만 부영그룹 후계 구도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이중근 회장이 부영그룹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보유 중이고, 이 회장의 자녀가 보유한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 자녀가 갖고 있는 지분은 이성훈 부사장의 (주)부영 지분 2.18%와 4남매가 각각 보유한 동광주택산업 지분 0.87%가 전부다.
이중근 회장의 자녀들은 좀처럼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중근 회장의 지분 증여도 이뤄지지 않고, 자녀들의 약력도 베일에 싸여있어 후계 구도를 짐작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부영그룹 관계자는 “(후계 구도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