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인 출연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이력 검증 문제가 심심찮게 터져나오고 있다. SBS <짝>. 사진제공=SBS |
# 지원자 양극화의 폐해?-검증도 섭외도 어렵다
일반인 출연자의 자질을 둘러싼 논란은 비단 <짝>만의 문제가 아니다. <짝> 이후 MBC <정글 러브>, tvN <더 로맨틱>, JTBC <꽃탕> 등 일반인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유사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했다.
<짝>의 이번 논란과 관련해 SBS의 한 관계자는 “이런 논란이 거듭되는 것은 결국 이 프로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인기 프로그램인 <짝>의 경우 실제 지원자 중에서 선별 작업을 거쳐 출연진을 결정한다.
하지만 모든 짝짓기 프로그램이 <짝>과 같은 상황은 아니다. 인지도가 낮은 프로그램의 경우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외모나 스펙이 뛰어난 일반인 출연자를 물색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작가나 PD 등 제작진의 지인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제작진이 신분을 보장하기 때문에 추후 자질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상황에서 비자발적인 출연자를 프로그램에 투입시킨 것 또한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라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
▲ tvN <화성인바이러스>. |
▲ KBS <안녕하세요>. 사진제공=KBS |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생명은 쌍방향과 리얼리티다. 과거와 달리 일반인이 직접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고, 실생활에서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을 겪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 대중은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짝>을 비롯해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검증 시스템이 허점을 보이는 일이 늘면서 제작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다루는 제작진의 가장 큰 숙제는 선택과 검증이다. 수많은 출연 지원자 중 가장 재미있는 소재를 솎아낸 후 과장되거나 거짓된 이야기는 아닌지 확인하는 작업이 수반된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나름의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었다.
일반인들의 고민으로 채워지는 KBS 2TV <안녕하세요>는 주변인 인터뷰를 통해 사실 확인에 주력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사연도 당사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변인의 증언이 없으면 ‘아웃’이다. 때문에 <안녕하세요> 녹화장에는 출연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반드시 동반 출연해 조작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일삼는 이들의 집합소인 tvN <화성인 바이러스>는 밀착 촬영을 통해 진실성 여부를 판단한다. VJ들이 6mm 카메라를 들고 며칠간 출연진과 함께 다니며 그들의 생활 패턴을 직접 보고 경험한다. 방송을 위한 설정이라면 일상생활 중 허점을 보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이 체크하는 것은 프로그램 게시판을 비롯해 각종 인터넷 게시판이다. 특히 방송이 끝난 직후에는 작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시청자 의견을 일일이 확인한다. 출연진의 지인 혹은 주변인 중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으면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다.
CJ E&M 관계자는 “<화성인 바이러스>에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행동을 하는 이들이 많이 출연한다. 제작진 역시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때도 있다.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출연자 발굴만큼 힘든 것이 그들을 검증하는 일이다”고 토로했다
#법적 처벌은 지나치다?-본보기의 필요성
나름의 장치가 있음에도 이따금씩 분란을 만드는 일반인 출연자들 때문에 제작진의 고민은 깊다. 검증에 실패하면 논란이 불거지고, 시청들의 비난을 받은 후 공식 사과를 받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짝>의 제작진은 이 고리를 끊기 위해 ‘법적 대응’이라는 초강수를 띄웠다.
하지만 <짝>을 둘러싼 이번 사태를 두고 에로 배우로 활동했던 전력이 과연 법적인 처벌을 운운할 만큼 잘못된 일인지에 대한 여론도 뜨겁다. 이 지점에 대해 SBS의 또 다른 관계자는 “논점을 벗어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출연자 서약서에 대해 설명했다. <짝>의 경우 사전프로필작성, 사전 인터뷰, 서류검증(학력, 직장, 혼인 관련) 등을 거친 후 서약서를 작성한다.
이 서약서에는 과거 방송 출연 여부와 지상파 출연 결격 사유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며 사실이 아닐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항목도 있다. 결국 에로 배우로 활동했던 전력을 고지하지 않아 출연자 서약에 위배되고 결과적으로 제작진에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A 프로그램의 경우 성범죄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남성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행여 출연 분량이 전파를 탔다면 큰 후폭풍이 닥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경찰의 연락을 받은 A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이 남성을 퇴출시켜 위기를 모면했다.
이 프로그램의 관계자는 “A가 그런 문제를 가진 사람인 줄은 몰랐다. 제작진은 출연진을 필터링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감추기로 작정한 출연자의 사생활을 일일이 체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사건을 겪은 이후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출연진을 100% 검증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