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극장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 중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
‘배트맨의 저주’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 은 지난 2008년 1월 무렵이었다. <다크 나이트>에서 악당 ‘조커’ 역할을 맡아 신들린 듯한 연기를 선보였던 히스 레저(28)가 영화 개봉 6개월 전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당시 부검 결과 사인은 약물과다복용이었다. 진정제와 수면제 등 여섯 가지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한 탓에 쇼크사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저의 주치의는 그가 평소 그렇게 많은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의문을 제기했고, 레저의 팬들 역시 그의 죽음에서 물음표를 떼어내지 못한 채 쉽게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 히스 레저. |
사정이 이러자 영화 촬영 도중 사망한 한 스태프의 죽음에 대해서도 뒤늦게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콘웨이 위클리프(41)가 트럭을 타고 추격하는 장면을 모의촬영 하던 도중 나무와 충돌해 사망한 사건이 그것이었다. 당시 그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스턴트맨이 탑승한 차량과 나란히 달리면서 촬영을 하고 있었고, 어찌된 일인지 제때 방향을 틀지 못한 채 나무와 정면충돌해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보다 이상한 점은 경찰 조사 결과 그가 탑승했던 트럭에서 아무런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따라서 대체 왜 트럭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돌진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상태다.
▲ 배트맨 시리즈에 출연했던 모건 프리먼(왼쪽)과 크리스찬 베일. |
그리고 이런 저주는 최근 개봉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도 계속됐다. 지난해 8월, ‘캣우먼’역의 앤 헤서웨이의 대역을 맡은 스턴트우먼이 촬영 도중 카메라 장비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또한 11월에는 한 엑스트라 배우가 리허설 촬영 도중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급사하기도 했다.
이쯤 되자 영화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 역시 ‘배트맨의 저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 사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배트맨’ 시리즈가 ‘할리우드의 저주 받은 영화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 <슈퍼맨의 모험> TV 시리즈 주인공 조지 리브스. |
하지만 그와 가까운 친구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자살에 사용된 권총에서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수상하다고 주장한 그들은 리브스가 당시 MGM 이사였던 E.J. 매닉스의 부인과 불륜 관계였고, 이를 눈치 챈 매닉스가 청부살인을 했다고 주장했다.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아직까지도 이로 인해 그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상태다.
1978년부터 1987년까지 제작된 <슈퍼맨>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던 크리스토퍼 리브의 불행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95년 승마 도중 낙마해 전신 마비가 된 그는 남은 여생을 휠체어에 앉아 보내야 했으며, 지난 2004년 5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또한 슈퍼맨의 연인인 루이스 레인 역할을 맡았던 마곳 키더는 훗날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1996년 무렵 그녀가 꾀죄죄한 차림으로 LA 도로를 멍한 표정으로 돌아다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밖에도 <슈퍼맨 3>에 출연했던 리처드 프라이어가 1996년 다발성경화증으로 사망했는가 하면, <슈퍼맨의 모험>에서 슈퍼맨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버드 콜리어 역시 3년 후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 <오멘> |
맨해튼의 아파트로 이사를 온 젊은 부부가 악마의 자식을 출산한다는 내용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오컬트 영화 <악마의 씨>에도 저주가 얽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개봉 1년 후인 1969년,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인 샤론 테이트가 광신도 찰스 맨슨의 추종자들에 의해 만삭인 상태에서 무자비하게 살해된 것이 한 예다. 또한 같은 해 제작자인 윌리엄 캐슬은 신부전증으로 급히 병원에 이송됐으며, 당시 병원에서 “로즈메리, 제발 칼을 내려놔!”라고 소리를 질러대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여기서 ‘로즈메리’는 영화 속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공포 영화의 거장 토브 후퍼의 작품인 <폴터가이스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저주 받은 영화’다. 그도 그럴 것이 시리즈 세 편이 제작되는 6년 동안 모두 네 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1편에서 큰딸 ‘다나’ 역할을 맡았던 도미니크 던은 개봉 6개월 만에 질투심에 휩싸인 남친에 의해 목졸라 살해됐으며, 4년 후 2편에서 인디언 영매 역을 맡았던 윌 샘슨은 심폐 이식수술 후 나타난 신부전증으로, 그리고 악령 ‘케인’ 역의 줄리안 벡은 촬영 도중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뿐만이 아니다. 막내딸 ‘캐롤’ 역의 헤더 오루크 역시 3편 촬영 후 갑자기 발생한 장협착증으로 인해 12세의 어린 나이에 사망하고 말았다.
이 영화가 저주라고 불리는 데에는 단순한 우연을 넘어 어떤 사연이 있다. 1편 촬영 시 제작진들이 실제 사람의 유골을 소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영화에 원한이 깃들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 <엑소시스트> |
영화에 출연한 배우와 관계자들 가운데 아홉 명이 촬영 도중에 혹은 촬영 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모두들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또한 촬영장에서는 한 차례 의문의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여기에는 윌리엄 프라이드킨 감독이 촬영 전에 꾼 섬뜩한 꿈이 연관되어 있다. 악마에 쓰인 한 소녀가 물구나무선 채 빠른 속도로 계단을 내려오는 충격적인 꿈을 꾼 그는 이 장면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재현했다. 그러나 이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촬영을 마친 그날 밤 꿈속에 다시 나타난 소녀는 “만약 내 모습을 영화에 사용하면 당신은 물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프라이드킨은 이 경고를 무시했고,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제작자들이 의문의 사고로 계속해서 죽어 나가자 결국 문제의 장면을 편집한 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다.
▲ 제임스 딘은 포르셰를 몰다 끔찍한 사고를 당해 요절했다. |
딘이 출연한 <이유 없는 반항>도 훗날 배우 세 명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으면서 저주 받은 영화라는 오명을 안았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딘 외에도 여주인공 역의 나탈리 우드 역시 4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의문사한 것. 당시 물에 빠진 채 발견된 그녀의 사인은 자살 혹은 타살이라는 등 의견만 분분한 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또한 극중 단역을 맡았던 살 미네오는 1975년 아파트에 침입한 강도에 의해 칼에 찔려 숨졌는가 하면, 닉 애덤스는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40세가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데 있었다.
▲ <징기스칸> |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