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억 원어치 매입, 경쟁자 허세홍·허윤홍과 대조적…GS “지분 매수 흔한 일…차기 회장 얘기도 안 나와”
#허서홍 GS 부사장 잇따른 지분 매입
지난 7월 12일과 13일 허서홍 부사장은 GS 주식 2만 9086주를 매입했다. 앞서 허서홍 부사장은 3월 21일~4월 3일 4회에 걸쳐 GS 주식을 2만 2114주를 매입했다. 올해 허 부사장은 주식 매입에 19억 원가량을 썼다. 현재 허 부사장이 보유한 GS 주식은 200만 주다. 지분율은 지난해 말 2.10%에서 현재 2.15%로 높아졌다. 오너 4세 중에는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3.15%), 허세홍 GS칼텍스 사장(2.37%)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앞으로 10년 안에는 오너 4세에 경영권이 승계될 것으로 본다. 형제 경영을 펼치는 GS그룹은 친척들이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분 매수는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소수지분이라고 해도 특수관계인 지분율 흐름은 지배구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히려 승계 준비 과정에서는 바둑에서 수를 놓듯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움직인다. 주가가 빠졌을 때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서홍 부사장은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허정구 일가’다. 허 부사장은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3남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다. 허 부사장은 2006년 GS그룹에 합류했다. GS홈쇼핑 신사업팀에서 일을 시작한 뒤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등을 지냈다. 2021년 10월 GS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미래사업팀장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허서홍 부사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히는 것은 휴젤 인수 건이다. 앞서 2021년 8월 GS는 CBC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휴젤 지분을 인수했다. 총 인수 금액 1조 5587억 원 중 GS는 3077억 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휴젤은 매출 2817억 원, 영업이익 1014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휴젤 매출은 3128억 원, 영업이익은 993억 원으로 매출은 성장하지만 수익성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연간 매출이 지난해와 엇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외 해외지역 보툴리눔 톡신 매출도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파트너 사환제약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디톡스와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비용도 분기당 40억~50억 원씩 반영되고 있다.
앞으로 허서홍 부사장은 신사업 성과를 보여주는 데 집중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워낙 많은 오너 일가가 GS 지분을 조금씩 보유하고 있어 경영 능력 입증이 중요한 까닭에서다. GS는 휴젤 지분 인수 결정 이후 단순투자 방식으로 큐티스바이오에 10억 원, 바이오오케스트라 등에 60억 원을 출자했지만 이외의 인수합병 소식은 없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보유 현금 측면에서 GS에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향후 어떤 전략으로 M&A(인수합병)를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실적 악화 직면한 경쟁자 허세홍, 허윤홍
오너 4세 중 차기 회장 후보로 평가 받는 또 다른 인물은 허정구 일가의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만정 창업주의 3남 ‘허준구 일가’의 허윤홍 GS건설 사장이다. 허세홍 사장은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차남인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허윤홍 사장은 고 허준구 명예회장 장남인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이다. 허서홍 부사장과는 다르게 올해 허세홍 사장과 허윤홍 사장의 GS 주식 매수 움직임은 없다. 허세홍 사장은 현재 220만 주를 보유해 지분율은 2.37%다. 허윤홍 사장은 49만 4888주를 보유해 지분율은 0.53%에 그친다.
두 사람 모두 회사 실적 악화에 직면해 있다. 우선 GS칼텍스는 2019년 허세홍 사장 취임 후 2020년 적자를 기록한 뒤 2021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58조 5321억 원, 영업이익은 3조 9795억 원으로 2021년 대비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97% 뛰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GS칼텍스의 1분기 매출은 11조 8736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11조 2892억 원) 대비 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06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 812억 원) 대비 72% 감소했다. 정유사업 부문 실적이 악화된 탓이다. 정제마진이 하락하며 2분기에도 본업인 정유업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 사업 비중 확대를 시도 중이다. 지난해 2조 7000억 원을 들여 전남 여수에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준공했다. 하지만 1분기 비정유부문인 석유화학사업 매출은 1조 857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 11억 원) 대비 7% 줄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MFC는 앞으로의 투자 성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폐플라스틱 사업도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석유화학 산업 전망이 좋지 않은 점도 문제다. 한국기업평가는 “중국의 NCC 기반 증설과 중국 경기 회복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 불황기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허윤홍 사장이 이끄는 GS건설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악화가 예고됐다. GS건설은 인천 검단 아파트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철거공사비, 신축공사비, 입주예정자 관련 비용 등 약 5500억 원을 2분기 손실에 반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GS건설 매출은 12조 2992억 원으로 2021년(9조 366억 원) 대비 36%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548억 원으로 2021년(6465억 원)보다 14%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GS건설 매출은 14조 5770억 원, 영업이익은 61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의 움직임도 주목 받는다. 허 사장은 가업인 삼양통상에 집중하며 승계 구도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제기돼왔다. 하지만 올해 1월 GS 주식 15만 주를 사들인 데 이어 4월 28일~5월 4일에 걸쳐 12만 700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허준홍 사장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2.85%에서 현재 3.15%로 높아졌다. 허 사장은 고 허정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으로, 허정구 일가로 분류된다.
앞으로도 오너 4세들의 GS 주식 매수 움직임은 꾸준히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주근 대표는 “GS에서는 삼양통상이나 코스모그룹 등 사실상 계열분리된 회사들이 있다. 지주사 지분을 매입해 계열분리를 할 때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장남 허선홍 씨도 GS 주식 약 23만 5810주를 매입했다. 허 씨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0.56%에서 현재 0.82%로 높아졌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지주사 지분을 취득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GS그룹 관계자는 “지분 매수는 흔히 있는 일이다. 차기 회장과 관련해선 내부적으로 전혀 이야기가 나오는 바 없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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