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연꽃으로 펼치는 신비롭고 우아한 궁중무용
한자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학연화대합설무는 학무(학춤)와 연화대무(연화대 춤)가 하나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춤이다. 조선 전기에 궁중에서 악귀를 쫓기 위해 베풀던 나례 의식 다음에 학무와 연화대무를 연이어 공연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학연화대합설무는 학 모습의 탈을 쓰고 추는 학무와 큰 연꽃 봉오리에서 동기(여자아이)가 태어나 추는 연화대무로 구성된다. 학연화대합설무는 동물과 인간과의 교감 세계를 표현한 독특한 춤으로 예술성이 높고,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서 오랜 역사성과 전통성을 간직하고 있다.
먼저, 학무는 고려 때부터 임금을 송축하기 위해 궁중의례에서 자주 행해 왔던 전통무다. 새의 탈을 쓰고 추는 춤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며, 아름답고 청아하고 운치 있는 ‘부드러운 춤’으로 꼽힌다. 연화대무는 두 여자 아이가 연꽃의 꽃술로 태어났다가 왕의 덕망에 감격하여 춤과 노래로써 그 은혜에 보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연화대합설무는 온몸에 학의 탈을 쓴 두 무용수가 양쪽에서 등장해 우아하게 날갯짓하며 춤을 추는 데서 시작된다. 이윽고 두 무용수가 미리 설치된 연꽃 봉우리 두 개를 부리로 쪼면, 연꽃이 벌어지며 여자아이가 튀어나오고 ‘학’은 놀라서 뛰어 나간다. 그 후 두 여자아이가 춤의 조연 격인 ‘협무’ 2인 등과 함께 추는 춤이 연화대무다. 공연상 학무와 연화대무, 두 춤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오랜 세월 전승되어 왔다.
현재는 학무를 출 때에 반주 음악으로 담담하면서도 미묘한 신비로움을 주는 세령산(‘영산회상’의 세 번째 곡), 삼현도드리(‘영산회상’의 다섯 번째 곡), 타령이 사용되며, 임금의 성덕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은 연화대무에서는 궁중음악을 사용한다.
조선 성종 때 제작된 ‘악학궤범’의 ‘학연화대처용무합설’에는 궁중 나례 때 먼저 처용무를 추고, 학 무용수가 춤을 추다가 큰 연꽃 송이를 쪼면 그 속에서 두 여자아이가 나와 연화대무로 연결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효심이 지극했던 것으로 유명한 정조는 어머니 회갑연을 앞두고 잔치 때 펼칠 학무와 연화대 등의 절차와 반주 음악 등을 예행연습시키기도 했다[‘일성록’ 정조 19년(1795) 윤2월 11일 기록]. 고종 때 덕수궁 관명전에서 펼쳐진 진연을 묘사한 반차도에서는 잔치 때 학무, 연화대무를 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악학궤범’에는 학무에서 무용수가 쓰는 학의 탈을 제작하는 방법도 기록돼 있다. 대나무를 엮어서 학의 틀을 만들고 그 위를 삼베로 싸서 바르고 흰 거위 털을 그대로 붙이거나 물들여 붙여 백학, 청학, 황학의 탈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학의 날갯짓은 불가능하였고 서로 마주보거나 안으로 도는 등 발동작과 몸동작으로 춤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학무와 연화대무는 나례 의식과 맞물려 신성함과 장생을 상징하는 학과 연꽃을 소재로 왕과 왕실의 안녕과 번성을 기원하며 추던 춤이다. 고려 때부터 궁중정재(궁중에서 연회나 의식 때 추던 춤)의 하나로 이어지던 이 전통무용은 국운이 기운 조선 고종 이후 단절되었다가 일제강점기 때 ‘학무’를 재현한 민속무용가 한성준에 의해 명맥을 잇게 되었다.
당대 최고의 고수(북이나 장구의 달인)이기도 했던 한성준은 1935년 창작무용발표회에서 궁중무용을 바탕으로 창작한 학춤을 선보였는데, ‘악학궤범’에 기록된 학무의 ‘학’과는 학탈(학 모양의 탈)의 형체가 달랐다. 백포에 흰색 실을 붙여 깃털을 대신하였기 때문에 학탈을 입고도 자유롭게 날갯짓하는 등 두루미의 사실적인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1971년 ‘학무’는 오랜 역사성과 독특한 예술성을 인정받아 국가무형문화재(당시 예능보유자 한영숙)로 지정되었고, 1993년에는 학무에 연화대무를 더하여 ‘학연화대합설무’로 개칭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반세기 이상 궁중정재의 재현에 힘써 온 이흥구 선생이 현 예능보유자로서 후학 양성과 저술 활동에 진력하고 있다.
자료 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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