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붕괴사고 악재 속 한 줄기 단비…종로구 반대 여론, 안전 강화 요구하는 서울시와의 협상 숙제
#은평새길 사업이란?
서울시는 2008년 민간자본을 유치해 유료 도로인 ‘은평새길’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은평새길은 종로구 부암동과 은평구 불광동을 연결하는 5.6km 길이의 도로다. 서울시는 은평새길의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GS건설을 선정했다. 서울시는 당시 민자적격성 조사 등을 거친 후 정식 협약을 체결해 2010년 6월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23년 현재까지도 은평새길과 평창터널 착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은평새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은 은평새길이 북한산을 관통함에 따라 환경 파괴 가능성이 높고, 인근 주민들의 주거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환경연합에 “(은평새길은) 은평구와 종로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으며 환경파괴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취임하면서 은평새길 사업은 다시금 탄력을 받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2021년 재보궐 선거 당시 은평새길 착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애초에 은평새길을 처음 추진한 사람도 오 시장이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KDI PIMAC)에 은평새길에 대한 민자적격성 조사를 의뢰했다. KDI PIMAC는 올해 5월 은평새길이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최종 평가했다.
민자적격성 조사 통과 후 서울시는 GS건설과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GS건설과 설계나 공사비 등 실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협상이 완료되면 협약을 체결하고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탄치만은 않은 앞날
은평새길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GS건설은 유례없는 위기에 놓여있다. GS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슬래브 붕괴 사고는 GS건설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GS건설은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재시공에 투입되는 비용은 5500억 원에 달한다(관련기사 ‘검단 붕괴사고’ 허윤홍 GS건설 사장 앞에 놓인 숙제).
GS건설 향후 전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GS건설은 2분기 재시공 비용 5500억 원을 손실로 반영했다. 이에 따라 2분기 실적은 414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와 관련,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은 대규모 손실 반영의 여파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차환의 어려움, 신용등급 하향, 재무 안정성 악화 등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자이(Xi)’ 브랜드 신뢰도 하락에 따른 수주 경쟁력 약화 여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은평새길은 GS건설에 한 줄기 단비와도 같은 사업이다. 은평새길은 BTO(수익형 민간투자) 방식의 사업이다. GS건설이 은평새길을 건설한 후 40년 동안 운영할 권리를 갖고, 그 후에는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GS건설은 은평새길 통행료 외에도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은평구 불광동 5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GS건설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은평새길 우선협상대상자인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홍보했다. 은평새길이 계획대로 완공되면 불광동 5구역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은평새길 착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우선 은평구와 종로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은평구 통일로 인근은 만성적인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다. 은평새길이 완공되면 은평구민의 종로구 이동이 보다 쉬워질 수 있다. 반면 종로구민들 사이에서는 종로구 교통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평구에서 종로구로 이동하는 인구에 비해 종로구에서 은평구로 향하는 인구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실제 종로구 내에서는 은평새길 건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종로구에서 은평새길을 반대하는 현수막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종로구의회는 지난해 9월 ‘은평새길 건설사업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를 관계기관에 발송하기도 했다. 김하영 종로구 의원은 당시 “은평새길 사업은 자하문길, 세검정길 등에 교통대란을 야기하고, 종로구 주요 도로 및 도심 전역에 교통체증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돼 수차례 걸쳐 반대의견을 표명해 왔다”며 “해당 지역 주민들도 지속적인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사업이 구체화되면 종로구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해당 부분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공식적인 의견을 내지는 않았고, 관련 부서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의 서울시 관계자는 “종로구민의 요구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GS건설의 협상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최근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은평새길 안전 관련 요구 조건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안전 관련 비용이 늘어나면 GS건설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당초 은평새길의 사업비는 4300억 원 규모였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과 추가 안전 설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사업비는 이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GS건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은 뭘 해도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대외적인 노출을 최대한 피하는 분위기”라며 “GS건설은 국토교통부(국토부) 조사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과 엮여서 좋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GS건설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상을 잘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협상이 진행 중인 관계로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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