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연예 활동 재개 이어 상업광고도 복귀 예고…청바지·소주로 입증된 ‘이효리 효과’에 광고주 일제히 반응
CF(Commercial Film)는 ‘연예계의 꽃’이라 불린다. 이름값 높은 수많은 연예인 가운데에서도 특히 지명도 높은 몇몇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명해도, 작은 구설 하나만으로 CF 시장에서는 외면받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렇듯 콧대 높은 시장을 향해 “다시 광고에 출연하겠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이효리’다. 그러니 대중도 광고주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11년 만에 광고 복귀, 왜?
이효리가 CF 복귀를 선언했다. 2012년 ‘상업광고 중단’을 선언한 지 11년 만이다. 그는 지난 7월 13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광고 다시 하고 싶습니다. 광고 문의는 안테나뮤직으로”라고 적었다.
이효리는 당대 최고의 CF스타였다. 그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홍보 효과와 더불어 눈에 띄는 매출 증대가 동반됐다. 그런 이효리는 지난 2013년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저는 그걸 먹고 살을 뺀 게 아니고 그 화장품을 써서 예뻐진 게 아닌데 광고에서는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하지 않나. 오래 활동하다 보니 대중과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졌다”고 광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예능인 SBS ‘땡큐’에서는 “벌 만큼 벌었으니 이런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느 날 친구가 내가 광고하는 다이어트 약을 아내를 주기 위해 거금을 들여 샀다고 했는데 저는 사실 그 약을 먹고 살을 뺀 게 아니기 때문에 양심에 걸렸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역시 이효리다운 행보였다.
당시 이효리는 동물보호, 채식주의, 요가 등에 심취해 있었다. 게다가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결혼 후 연예 활동을 접고 제주도살이를 시작했다. 그의 CF 출연 거절은 이런 행보와 맞물려 아주 자연스러운 결정이 됐다.
하지만 현재 이효리는 완연한 연예 활동을 펼치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와 환불원정대 활동이 결정적이었다. 현재는 김태호 PD와 손잡고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에 참여 중이다. 더 이상 ‘신비주의’를 구사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에는 여러 PPL(제품간접광고)이 포함된다.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개인 CF는 마다하는 것이 오히려 일관성이 없다. 이효리의 CF 복귀 결정은 이런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항간에서는 “돈 떨어졌다”는 날 선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미 여러 방송에 참여하며 상당한 출연료를 챙기고 있는 이효리에게 “돈은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효리는 2017년 방송된 KBS 2TV 예능 ‘해피투게더’에서 연예 활동을 하지 않는 그의 생활비 충당을 궁금해하자 “지금 저한테 생활비 걱정하시는 거예요? 저 이효리예요. 제 생활비 걱정해주는 사람 처음 봤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광고주들은 반응할까?
이효리의 CF 복귀 선언에 광고주들은 일제히 반응했다. 백화점·신용카드·주류·여행사·커피·금융 등 CF 시장의 ‘큰손’들이 댓글 경쟁을 시작했다. 아시아나 측은 “이효리는 거꾸로 해도 이효리니까 아시아나 광고 모델 계약 즉시 사명에서 ‘나’ 빼겠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았고, 요기요는 “거꾸로 해도 이효리, 거꾸로 해도 요기요. 우린 운명이에요”라고 맞섰다. 레고 코리아는 “광고 전 부기 관리는 레고 지압판 추천드립니다”, 카카오페이는 “지금 송금하면 될까요?”, 자동차 기업 BMW는 이효리 씨 히트곡 ‘치티치티 뱅뱅’을 인용해 “치티치티 비엠”이라고 어필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올까.
이효리는 CF 복귀 선언을 담은 글에 과거 그가 청바지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이 브랜드는 지난 2007년 이효리를 모델로 쓰면서 L 사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얼마 후 또 다른 청바지 브랜드에서 이효리를 데려가자 다시금 업계 1위가 바뀌었다. ‘이효리 파워’를 단박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효리의 소주 CF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7년 ‘처음처럼’의 모델로 등장한 후 향후 5년 동안 8차례나 재계약을 맺으며 당시 ‘최장수 소주 모델’ 기록을 세웠다. 그가 ‘흔들어라! 처음처럼’을 외치며 화려한 춤을 추자 매출 곡선도 함께 춤췄다.
이효리의 광고 출연이 영화의 주요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2005년 중국 상하이에서 찍은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폰 광고로 이효리는 북한 무용수 조명애와 호흡을 맞췄다. 이는 영화 ‘공작’에서 주요 소재로 활용됐고, 이효리는 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그의 광고 효과는 최근에도 입증된 적이 있다. 이효리는 상업광고 중단 이후 친환경 브랜드나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제품 판매를 돕기 위해 나선 적이 있다. 당시 친환경 핸드크림 1년치 재고가 동났고,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수제 구두를 남편 이상순과 함께 신고 직접 사진을 찍어 올리자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관심이 폭증했다.
광고업계는 ‘이효리 복귀 1호 CF는 무엇이 될까’에 주목하고 있다. 상징성 있는 CF이기 때문에 이효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여론과 언론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주목도를 고려할 때 CF 개런티 역시 그의 전성기 시절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 개런티가 이효리를 섭외하기 위한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그의 행보를 고려할 때, 참여 CF를 고르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ESG 경영, 사회 참여도 등도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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