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미흡 속 신용등급 하락…일동제약 “R&D 강화와 체질 개선 노력”
일동홀딩스는 지난 19일 일동제약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300억 원을 단기(만기 1년) 차입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차입한 자금은 운영 자금과 차입금 상환으로 활용된다. 이로써 일동제약의 단기차입금은 기존 1300억 원에서 16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일동제약은 최근 단기차입금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분기 일동제약의 금융부채는 2093억 원으로 이 가운데 단기차입 부채는 1144억 원 수준이었다. 이는 전체의 54.6% 수준이다. 지난해 말 단기차입 부채는 884억 원 수준으로 전체 금융부채(2600억 원) 가운데 약 34% 수준이었다.
불과 1분기 만에 단기차입부채 비중이 20%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 이번 단기차입금부채가 반영되면 전체 금융부채에서 차지하는 단기차입부채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단기차입금을 늘리고 있는 배경에 눈길이 쏠렸다. 통상 단기차입금은 장기차입금 대비 이자율이 높다. 차입구조를 단기차입금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 요인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자금 계획에 상황에 따라 차입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단기차입금을 늘리고 있다. 일동제약은 2019년 13억 원 영업손실로 전환된 이후 2020년(영업이익 66억 원)을 제외하면 2021년 영업손실 555억 원, 2022년 영업손실 734억 원으로 적가 규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1분기도 1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영업손실 94억 원 대비 57.2% 증가하며, 적자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제약사로서의 경쟁력 강화에도 애를 먹는 모습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몇 년 새 연구개발비를 크게 늘렸다. 2019년 435억 원, 2020년 601억 원, 2021년 965억 원, 2022년 1098억 원으로 가파르게 연구개발비가 증가했다. 2019년 대비 지난해 지출한 연구개발비는 152%가량 증가했다.
반면, 자산화한 연구개발비는 급감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9년 299억 원, 2020년 247억 원, 2021년 221억 원, 2022년 101억 원 등 매년 감소세를 이어갔다. 2019년 대비 지난해 자산화한 연구개발비는 반토막 이하로 줄었다.
연구개발비 가운데 일정부분 성과를 낸 연구는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은 대상 회사가 연구개발 성과에 대해 △기술적 실현가능성 △판매 의도 △판매 기업 능력 △미래경제적효익 창출 방법 △판매 사용에 필요한 재정·기술적 자원 입수가능성 △ 신뢰성 있는 개발 관련 지출 등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자산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일동제약은 최근 몇 년간 연구개발비를 크게 늘렸지만 이에 대한 자산화 규모가 되레 급감했다. 투입한 자금 대비 성과가 미미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목이다.
일동제약의 신용등급은 최근 1년 8개월 만에 3단계 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일동제약의 신용등급을 지난달 30일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021년 12월 28일 A2에서 A2-로 조정한 데 이어 작년 6월 30일 A2-에서 A3+로 내린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일동제약 신용등급 조정 이유로 △2021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점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따라 저조한 수익성과 차입부담이 이어질 전망 △R&D 투자 성과 발현 여부와 시점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점 등을 제시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제약 바이오 분야의 경우 관련 기준에 따라 통상 임상3상 이상 단계의 신약 과제 및 후보물질에 대해 자산화 처리를 한다”면서 “자산으로 편입된 대상도 현 시점의 시장 환경 등에 따라 가치의 변동 및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의 대상이 되는 프로젝트 및 파이프라인과 자산화 처리의 대상은 투자 시기, 진행 상황 등에 따라 반영상의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약 바이오 업계의 일반적인 성공 확률 등을 감안할 때, 투자 규모 대비 자산화 규모를 특정 시기만을 비교해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경영난을 두고 회사를 이끌고 있는 윤웅섭 부회장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3세 경영인인 윤웅섭 부회장은 그의 아버지 윤원영 회장의 뒤를 이어 일동제약을 이끌고 있다.
회계사 출신인 윤웅섭 부회장은 일동제약 상무로 합류했다. 이후 PI팀장, 기획조정실장, 전무를 거쳐 2011년 대표이사 부사장, 2014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6년 각자 대표에서 단독 대표로 취임했다. 윤웅섭 부회장은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과 성과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윤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의 미래 비전 설정과 함께 신약 개발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R&D 강화 및 체질 개선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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