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등 중국 기업 공세 거세 3사 점유율 추락 가능성…경쟁력 문제 없다는 배터리 업계 “도약 위한 준비기간”
#잇단 호실적에도 경쟁력 우려 시선, 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매출은 8조 7735억 원, 영업이익이 4606억 원이다. 지난해 2분기(매출 5조 706억 원, 영업이익 1956억 원) 대비 매출은 73%, 영업이익은 135.5% 늘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 시장의 급격한 확대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도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삼성SDI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 8406억 원, 4502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4조 7408억 원, 영업이익 4290억 원을 기록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3.2%, 영업이익은 4.9% 증가했다. 고급 전기차에 탑재되는 삼성SDI의 프리미엄 배터리 제품 ‘P5’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적자 상태인 SK온도 2021년 4분기 출범 이래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냈다. SK온 2분기 매출은 3조 6961억 원이었다. 지난해 2분기(1조 2880억 원) 대비 187% 올랐다. 2분기 영업손실은 1315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3266억 원) 대비 손실 규모를 줄였다. SK온은 타사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입이 늦었다.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탓에 SK온은 수율 향상에 차질을 빚어왔다. 수율은 수익성에 직결된다.
호실적은 국내 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CATL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2분기 대비 56% 증가한 1000억 위안(약 18조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63% 늘어난 109억 위안(1조 9500억 원)이었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제조사 BYD(비야디)는 올해 상반기 105억~117억 위안(1조 8700억~2조 8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92~225% 증가한 수치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3.3%다. 지난해 1~5월(25.8%)과 비교해 2.5%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CATL, BYD, CALB, Guoxuan(구오신), EVE, Sunwoda(신왕다) 등 중국 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은 56.1%에서 62.7%로 뛰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CATL의 입지는 강화되는 추세다. 중국 시장을 빼면 올해 1~5월 점유율 1위는 27.4%의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지난해 1~5월보다 0.1%p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2위인 CATL은 20.4%에서 27.3%로 6.9%p 성장했다. 6위인 BYD도 0.4%에서 1.6%로 점유율이 올랐다. 반면 4위 SK온은 15.5%에서 11.1%로, 5위 삼성SDI는 10.3%에서 8.8%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은 53.1%에서 47.3%로 떨어졌다.
국내 기업이 선점해 텃밭으로 불리는 유럽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성장세를 보였다. 유럽연합(EU)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2021년 17%에서 지난해 34%로 커졌다. 같은 기간 국내 기업 점유율은 68%에서 64%로 하락했다.
#‘만만치 않은 중국’ 점유율 반등 가능할까
우리나라 기업들의 점유율 반등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전기차 시장 판도가 ‘가성비’ 위주로 흘러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국이 주력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11%, 2021년 25%, 지난해 31%로 급증했다. 2024년에는 LFP 배터리 점유율이 60% 이상으로 우리나라가 주력인 삼원계(NCM) 배터리를 넘어서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미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포드 등이 LFP 배터리를 채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기업들은 ‘반값 전기차’ 출시 경쟁 중인 전 세계 전기차 회사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는 “(LFP 배터리를) 전기차 배터리로 확대 적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나 출력 등 일부 성능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온은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3’에서 LFP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였다. 삼성SDI도 3월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저가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CATL은 올해 4분기 전기차용 소듐(나트륨) 이온 배터리(SIB‧Sodium Ion Battery)를 대량 생산할 예정이다. 나트륨은 리튬보다 매장량이 1000배 많다. 채굴이 쉬워 LFP 배터리나 삼원계 배터리 등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은 LFP 배터리, 삼원계 배터리, SIB를 비롯해 차세대 배터리 셀 기술 몇 개를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아직 삼원계 배터리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국내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 역시 불확실성이 가중된다. 지난 2월 포드가 CATL과 미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3월에는 테슬라와 CATL이 합작 공장 건설을 논의 중이란 소식이 나왔다. 내년 미국 대선도 변수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철완 교수는 “2030년이면 미국 배터리 공장 설비 70%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점유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다만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중국의 배터리 셀이 미국에 진출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틀렸다. 폴크스바겐 등도 북미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며 “국내 기업이 초격차 기술을 갖고 있단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공장 생산 능력에 비례해 셀 판매가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을 배제하고는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2025년만 되어도 중국이 IRA 제약에서 벗어날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내 배터리 업계는 경쟁력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큰 도약을 위한 국내 배터리사들의 준비 기간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국내 기업들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공장을 공격적으로 설립하고 있다. 2025년만 되어도 환골탈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아직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작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논하기는 이른 듯하다. 시장 성장성을 보고 투자와 기술 개발 중”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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