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786조원 쏟아부어 ‘낙후지역’ 리모델링 추진…주거 환경 개선과 건설·부동산 투자 촉진 기대
최근 국무원 상무회의는 ‘대도시 도시마을 리모델링 추진에 관한 지도의견’을 공식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와 각 성은 ‘성중촌’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후단지 개조 등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광둥 주택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리위자는 “안정적인 성장, 내수 확대, 소비 촉진 측면에서 도시 내 마을(성중촌)의 변혁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무원도 성중촌을 위한 일련의 조치는 도시 전체 발전을 자극하고, 중국의 안정적인 성장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리위자는 성중촌에 대해 “불완전한 도시화의 산물”이라고 했다. 빠른 도시화로 인해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 수용되지 못한 토지에서 여전히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주민들, 때론 건축사업 실패로 방치된 지역 등이 성중촌의 대표적 사례다.
이는 도시 전체 공간 불균형, 토지 이용 효율 저하 등의 문제점을 낳았다. 도시 내의 극단적인 빈부 격차는 심각한 사회적 병폐로 떠올랐다. 성중촌에서의 범죄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성중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허가 건물, 축축한 골목길, 불안한 치안, 기반시설 부족 등이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성중촌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 한다. 화려한 대도시에 가려진 슬픈 현실이다.
상하이는 일찌감치 성중촌 개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상하이 내 칭푸구의 판룽은 공장, 창고, 민가 등이 얽혀 있는 대표적인 성중촌이었다. 거리엔 쓰레기들이 넘쳐났고, 제대로 된 도로가 없었다. 길은 항상 진흙 투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판룽은 옛날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꾸며진 상가들과 주택이 마을을 채우고 있다. 건물들은 대부분 새로 칠을 해 깔끔하게 단장했다. 곳곳엔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도로 역시 정비됐다. 상하이의 그 어떤 도시와 비교해 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판룽에서 나고 자란 69세 쑨융민은 “새로워진 마을은 우리의 생활환경을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생활양식을 갖게 해줬다”고 말했다. 40대 여성도 “마을이 예쁘게 꾸며진 후부터 외부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마을에 전에 없었던 활기가 생겼다”면서 웃었다.
상하이시 칭푸구 부구청장 샤오후이는 “도시는 종합적인 유기체다. (성중촌 프로젝트는) 물리적 공간의 업데이트일 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의 업데이트다. 주거 조건 개선, 역사적 풍모 보호, 도시 기능 향상 및 산업 전환 업그레이드와 같은 복합적인 기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하이는 지금까지 62개의 성중촌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엔 10개 마을의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중심도시 주변을 우선 마무리한 뒤 점점 외곽으로 넓혀가기로 했다. 2027년까진 중심도시 주변, 2032년 12월까지 승인된 모든 마을에 대한 리모델링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광저우는 2023년에만 127개 성중촌의 개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17개 성중촌은 전면적인 리모델링이다. 나머지 마을은 도로, 전기 등 인프라 구축 및 주거 환경 개선이다. 이를 위해 광저우는 올해만 2000억 위안(35조 8000억 원)가량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당국은 ‘14차 5개년 계획(2023~2027)’의 역점 사업으로 성중촌 개조를 꼽았다. 여기엔 21개 초대형 대도시, 11개 대도시가 참여한다. 이 기간 동안 4조 4000억 위안(786조 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거연구원의 엄약진 연구총감은 “성중촌을 비롯한 노후 단지 리모델링은 단지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을 실현하는 것만은 아니다. 내수를 확대하고 투자를 견인하는 중요한 조치”라면서 “중국의 새로운 경제성장 잠재력을 발굴할 기회”라고 말했다.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도 성중촌 개조를 두고 주거 환경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건설, 부동산 등 내수 투자를 촉진하는 중요한 출발점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도시 내부의 불균형 해소가 궁극적으론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도 점쳤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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