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정체 디즈니+ 500억 들인 대작 ‘무빙’ 승부수…계정공유 정책 수정 앞둔 넷플릭스 ‘D.P. 2’ 2주 일찍 공개
대작들이 ‘극장 바캉스’를 원하는 관객을 빠르게 끌어 모으지만, 가성비로 따지면 ‘집콕 바캉스’만 한 게 없다. 게다가 블록버스터 대전은 극장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영화 제작비를 월등히 뛰어넘는 블록버스터 드라마 시리즈가 여름을 맞아 출격한다. 무려 50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과 넷플릭스의 히트작 ‘D.P.’ 시즌2다. 극장만큼 혹은 극장보다 더 뜨거운 여름 OTT 대전으로 맞붙는 ‘투톱’ 대작이다.
#500억 대작의 ‘무빙’ VS 충성 팬덤의 ‘D.P.’ 시즌2
8월 9일 공개되는 ‘무빙’과 7월 28일 공개된 ‘D.P.’ 시즌2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K콘텐츠로 꼽힌다. 제작비나 소재, 출연 배우들의 면면에서 관심이 집중돼 왔다.
류승룡, 조인성, 차태현, 한효주, 류승범 등이 주연한 ‘무빙’은 초능력을 지닌 부모와 그 자녀들의 이야기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초능력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부모 세대와 초능력을 갖게 된 자녀 세대가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액션 히어로물이다.
정해인과 구교환이 이끄는 ‘D.P.’ 시리즈 역시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극화했다. ‘D.P.’(Deserter Pursuit)는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를 뜻하는 약자로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된 작품으로 군대 안팎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그 조직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피폐해져 가는지를 다룬 현실 기반의 이야기다. 2021년 공개한 시즌1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2년 만에 시즌2(6부작)로 제작돼 7월 28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사회성이 짙은 ‘D.P.’에 비해 ‘무빙’은 비범한 능력을 감춘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숨어 있다는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원작 웹툰을 쓴 강풀 작가가 드라마 집필까지 맡아 고유한 작품의 세계를 확장한다.
무엇보다 ‘무빙’이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50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 때문이다. OTT 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긴 20부작 구성에 톱스타급 주연만 10여 명에 이르는 까닭에 제작비가 수직 상승했다. 디즈니+가 지금껏 내놓은 한국 시리즈 가운데 최고액이다.
규모를 내세워 관심 유도에 총력을 기울이는 ‘무빙’과 달리 ‘D.P.’는 이미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앞서 시즌1은 탈영병과 이들을 잡는 체포조의 이야기를 통해 군대 내 깊숙이 뿌리박힌 부조리를 고발하고, 군대를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묘사해 ‘숱한 화제’와 동시에 ‘각종 이슈’도 만들었다. 군대 내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 사고가 다시 환기됐고, 폭력 등 비위에 대한 고발도 잇따랐다. 군대를 다녀온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PTSD가 왔다’ 등의 시청 후유증을 호소하는 의견도 쏟아졌다.
#넷플릭스 vs 디즈니+, 물러설 수 없는 대결
사실 ‘D.P.’ 시즌2와 ‘무빙’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 OTT 플랫폼 입장에서 ‘명운’을 건 작품들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정공유 정책을 수정하기 위한 내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극렬한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플랫폼 정책과 서비스 방식에 예민한 반응이 팽배한 가운데 ‘D.P.’ 시즌2가 공개되는 만큼 그 성공 여부에 따라 이용자들의 기류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용자 이탈’ 그리고 ‘신규 구독자 정체’라는 위기에 직면한 상황은 디즈니+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한국 디즈니+는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 제작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광고 시장 위축에 따라 신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도 축소하는 상황에서 무려 500억 원을 쏟아부은 ‘무빙’의 성패는 디즈니+는 물론 기타 OTT 플랫폼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각각 ‘D.P.’ 시즌2와 ‘무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입하기 위해 그야말로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보통 오리지널 시리즈 공개일보다 일주일 먼저 해당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까지 깨고, 2주 일찍 ‘D.P.’ 시즌2를 언론에 공개했다. 만족스러운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을 알려 입소문 확산과 기대감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무빙’ 역시 주연 배우들의 홍보 활동에만 기대지 않고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창작자들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기회를 마련해 작품 인지도 상승을 노리고 있다. 20부작 가운데 공개일인 8월 9일에 7편을 공개하고, 나머지를 2편씩 묶어 일주일마다 소개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도 ‘관심 유지’를 위한 선택이다.
#초호화 캐스팅, 이름값 증명할 배우는?
‘무빙’과 ‘D.P.’ 시즌2는 기대작이라는 사실에 걸맞게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흡사 ‘톱스타 연합체’가 구성된 듯한 분위기다.
‘무빙’은 류승룡, 조인성, 차태현, 한효주를 비롯해 류승범, 고윤정, 김도훈, 이정하 등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등장인물이 다양한 만큼 이야기도 풍성하다. 극의 중심인 류승룡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아빠 역을 맡아 액션 연기까지 소화한다. 고난도 액션을 예고한 조인성, 데뷔 이후 처음 모성애를 표현하는 한효주를 비롯해 20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류승범, 전기 능력자 차태현 등의 활약도 예고돼 있다.
강풀 작가는 “웹툰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만 할 거라면 내가 극본을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원작보다 더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하고 싶었지만 만화라는 한계상 담지 못 했던 이야기를 시리즈에 넣고 싶었다”고 밝혔다.
‘D.P.’ 시즌2의 주인공 정해인과 구교환의 호흡은 이미 시즌1의 성공으로 증명됐다. 두 번째 만남인 만큼 시즌2에서 이들의 호흡은 더욱 단단해졌다. 이에 더해 시즌1에서 짧게 등장한 배우 손석구가 이번에는 비중을 높여 극을 이끈다. 새롭게 합류한 지진희도 있다.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D.P.’ 시리즈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짧고 즐거운 이야기도 많은데 왜 이런 이야기가 존재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우리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 가깝지 답을 제시한 입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D.P.’ 시즌2를 “슬픈 이야기”라고 규정한 감독은 “특정 기관보다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는지를 주의 깊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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